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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상간소송변호사 [이상헌의 공평한 어리석음]나침반에서 새벽배송까지

작성일 25-11-27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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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상간소송변호사 유토피아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곳이라는 뜻이다. 없는 곳을 다녀온 여행을 회고하는 토머스 모어는 궁여지책으로 유토피아를 저 아득히 멀리 있는 섬으로 묘사했다. 설정 자체가 역설적이니, 모어는 그 역설을 대수롭지 않은 듯한 문체로 밀어붙였다. 나침반 얘기가 그렇다. 유토피아의 섬에는 나침반이 없었다. 파도 잔잔한 여름에만 항해했다. 어둡고 바람 불고 추운 날에는 엄두도 내지 않았다. 낯선 외지인이 나침반을 소개해 주자, 섬사람들은 당연히 열광했고 더 이상 어둠과 겨울을 무서워하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나침반이라는 바늘 하나가 뱃길의 경계를 넓혀놓자, 사람들은 마치 위험을 상쇄해주는 부적처럼 의지하기 시작했다. 나침반 하나만 믿고 너나없이 더 멀리 더 오래 바다로 나가다 보니, 배가 길을 잃고 항구로 돌아오지 못하는 일이 외려 더 많아졌다. 그래서 사람들은 기술이 열어젖힌 가능성 위에 뒤늦게 질서를 얹었다. 바다에 길을 만들고, 불을 켜고, 규칙을 세웠다. 그 규칙 속에서 나침반이 가리키는 뱃길은 더 안전해졌다.
나침반이 바다의 길을 열었다면, 전등은 육지의 밤을 밝혔다. 바람만 불어도 흔들리던 불꽃과 달리, 전등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 안정된 빛이 만들어내는 신뢰 덕분에 사람들은 더 이상 밤을 두려워하지 않고 서서히 삶의 찬란한 일부로 만들어갔다. 그런데 이 빛도 오래가지 않아 ‘밤을 도와주는 도구’에서 ‘밤을 확장하는 도구’로 바뀌었다. 전등이 켜진 순간부터 밤은 인간의 것이 아니라 기계와 공장의 것이 되었다. 조립라인 위로 전등이 줄지어 밝혀지고, 야간노동이 출현했다. 전등은 노동시간을 자연광으로부터 ‘해방’시켰고, 일터에서 시간의 경계는 흐려졌다.
거대한 착각도 같이 생겼다. 전등이 밤을 없앴듯이, 삶의 육체적 리듬에서도 밤을 지울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 그 대가는 컸다. 기계는 한밤에도 돌아가고, 사람들은 그 움직임에 맞춰 자신의 시간을 저당잡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침반이 생겼다고 해류가 얌전해진 것은 아니듯이, 전등이 생겼다고 인간의 피로가 절전된 것은 아니었다.
달빛이 사라졌다고 해서, 인간의 신체가 새벽 두 시를 정오처럼 받아들이는 기능을 얻는 것도 아니었다. 사람들은 밤을 밝히는 전등 아래서 일하다 다치고 죽었다.
그래서 세상은 다시 전등을 끄는 법을 찾아나섰다. 일자리가 없어지고 개인의 일할 자유를 침해하며 밤에만 일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특히 차별적이라는 반대의 목소리도 높았지만, 야간노동에 대한 의학적 진단과 안전사고 보고서 앞에서 반대의 불빛은 희미해졌다. 여성과 아동의 야간노동 금지로부터 시작해서 지난 100년 동안 많은 나라는 전등 아래서 이루어지던 노동을 줄이려 했다. 그 흐름의 정점이 1990년에 채택된 야간노동에 관한 국제협약이다.
바야흐로 디지털 시대다. 이제 밤새 물건을 만들 뿐만 아니라 세상은 거대한 ‘배달 라인’이 되었다. 공장에서 버튼 하나로 기계가 돌아가듯, 휴대폰 화면을 누르는 순간 도시의 밤이 회전하기 시작한다. 다만 조립라인에서 기계가 하는 일을 ‘배달 라인’에서는 사람이 한다. 전등 밑에서 일할 뿐만 아니라, 전등을 밝히며 내달린다. 새벽배송이 그렇게 탄생했다. 새벽배송은 밤에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도록 설계된 발명품이다. 소비자의 시야에 열심히 등장하는 것은 ‘도착 시간’뿐이고, 과정은 거의 삭제되어 있다. 이른 새벽 문 앞에 놓인 작은 상자는 마치 밤 동안 자동적으로 생성된 물건 같다. 그 상자 하나를 위해, 어떤 사람은 밤을 건너뛰고, 어떤 사람은 밤을 억지로 붙잡고, 어떤 사람은 밤이라는 공간을 완전히 잃어버린다.
그 논리의 끝에서 우리는 ‘번개배송’이라는 이름까지 보게 되었다. 그 번개가 생산하는 속도 뒤에는, 인간이 스스로 조율해온 생체의 박자가 빠르게 흔들리는 소리가 숨어 있다. 자동차 전등의 밝음이 아무리 강해도 사람의 눈은 어둠을 전제로 만들어져 있다. 길거리의 전등이 밤을 쫓아내는 데 성공한 것은 사실일지 몰라도, 밤이 인간 안에서 사라진 적은 없다. 삶의 리듬 속의 밤을 잊으면, 삶 자체가 서서히 무너진다. 다만, 그 위협은 여전히 어둠 속이라서, 세상이 수고스럽게 비춰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이제 다시 한번, 세상은 자동차 전등을 줄여가는 방법을 찾게 될까. 어둠 속에서 더 멀리 가려고 만든 나침반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얼마나 멀리 가지 말아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나침반 같은 것 말이다.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
이날의 경험으로 김지우 작가는 ‘의심 없는 마음’을 발견했다. 의심 없는 마음이란 “장애인의 참여를 의심하지 않는 마음, 나의 몸과 욕구를 믿는 마음, 그리고 함께하는 사람들이 내게 손을 내밀 것이라는 마음”이라고 그는 정의한다. 호주뿐만 아니라 베트남, 대만, 일본, 프랑스, 독일, 미국 등 세계 곳곳을 굴러다니며 그의 마음은 넓어졌다.
그 여행 중 일부는 지난 6월 출간한 저서 <의심 없는 마음>(푸른숲)에 담겼다. 경향신문 여성 서사 아카이브 플랫은 지난 13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김지우 작가와 만나 책에는 들어가지 않은 에피소드를 들었다. 사실 기자와 김지우 작가의 만남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22년 첫 인터뷰 당시 “다른 나라가 궁금하다”, “교환학생을 가고 싶다”고 했던 것이 기억나 ‘진짜 다녀온 후’의 이야기를 꼭 듣고 싶었다. 그가 3년간 부지런히 굴러다니며 길어온 여행기는 장애인 크리에이터로서만이 아닌 20대 여성의 성장기이기도 했다.
김지우 작가는 18살까지 혼자 밖에 나가본 적이 없다고 했다. 베트남, 홍콩·마카오 같은 여행지는 가족과 함께 다녀왔다. 가족이 아닌 누군가와, 또는 홀로 해외 경험을 할 기회는 대학에서 찾아왔다. 국제기구 탐방 프로그램·교환학생 지원이 열렸고 그가 손을 들었다. 그는 “(휠체어를 타고 가겠다는 사람이) 없었을 것 같아서 선례를 굳이 찾아보지는 않았다. 안 뽑을 수 있겠단 생각은 했는데 내가 가서 못 할 것이라는 생각은 없었다”고 돌아봤다.
최종 선발되며 프랑스, 스위스, 독일을 여행할 기회가 찾아왔다. 앞의 두 국가에서는 애인이 동반했고 독일에서는 엄마가 함께했다. 평소 쓰던 수전동 휠체어가 아닌 업체에서 제공하는 전동 휠체어를 빌려 썼다. 김지우 작가는 “유럽이 워낙 돌바닥이 많다고 들어서 앞바퀴가 큰 휠체어를 구했다. 내 경우엔 마케팅 차원에서 협찬을 받았지만, 요즘은 ‘휠셰어’라고 인천국제공항에서 (항공기 반입이 가능한) 휠체어를 빌려주는 서비스가 있다”고 말했다.
200㎏ 넘는 휠체어와 함께 기차, 버스, 트램 등 대중교통으로 이동하는 일은 쉽지만은 않았다. 여행 난이도는 나라마다 편차가 있었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미리 신청한 이동 보조 서비스가 누락되거나 환승 열차를 놓칠 뻔한 일도 생겼다. 오래된 파리 지하철은 애초에 이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출구에 엘리베이터가 없어 결국 세 칸 계단을 ‘날아서’ 우당탕 내려간 일도 있었다. 주변에서 내민 도움의 손길이 아니었다면 그 자신과 애인의 힘만으로는 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김지우 작가는 “교외에 숙소를 잡았던 것부터 실수였다. (이동지원 서비스를) 신청하려면 24시간 전에 전화로만 가능했는데, 콜센터 연결도 1시간이 걸리고 서로 제2외국어인 영어로 소통하는 것도 어려웠다”고 했다. 그는 “접근성이란 미리 알아보지 않아도 갈 수 있게 하는 것, 미리 알아봐야 하는 에너지를 줄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사람들이 와서 도와주려고 했다. 일련의 우당탕탕도 재밌었고 사람들의 친절함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산악지형인데다 대중교통의 종류도 곤돌라, 푸니쿨라 등으로 다양한 스위스는 오히려 접근성이 좋은 곳이었다. 그는 “오만 곳에 휠체어 표시가 있고, 자연스럽게 휠체어를 타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내 존재에 안정감을 줬다”고 말했다. 그는 “융프라우에도 미리 전화를 해 ‘내가 여기에 가고 싶은데 괜찮을까’ 했더니 ‘노 프라블럼’이라고 하더라. 갔더니 진짜로 문제가 없었다. 모든 곤돌라 좌석이 접혀서 오는 대로 타기만 하면 됐다”며 “미리 알아보지 않아도 남들과 똑같이 갈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고 했다.
융프라우에서 ‘인증샷’을 찍는 눈 언덕까지는 가지 못했다. 휠체어 바퀴가 미끄러질까 걱정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순간 깜짝 선물이 찾아왔다. 애인을 기다리고 있던 김지우 작가에게 한 직원이 다가와 휠체어를 직접 밀며 아이스 팰리스(전망대 코스)로 안내한 것이다.
김지우 작가는 “장애를 가지고 살면서 자의든 타의든 나도 모르게 뒤로 빼는 순간이 있다. 위험해서 안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과 여기까지는 안 해도 된다는 마음 때문에 나는 늘 벤치에 앉아 있는 사람이었다”며 “그는 나와 초면이었고 그렇게 안 해도 되는 사람이었는데 ‘뭐 어때, 가보자’ 해서 함께 얼음 위를 가는 경험이 너무 재미있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스스로 물러나는’ 선택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건 교환학생으로 간 호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호주에서 그는 보호자나 동반자 없이 진정으로 혼자가 됐다. 서핑데이를 신청하면서도, 수영복을 챙겨 입으면서도, 정작 서핑만큼은 못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스스로 그었던 선이 파도 위에서 깨졌다. 그가 찍은 영상에서 호주 서핑 강사의 표정은 정말 이렇다. ‘너는 뭐 그런 걸 묻니?’
김지우 작가의 말이다. “나는 항상 단체 활동에서 어쩔 수 없이 빠졌던 학생이었다. 수련회에 짚라인이 있었는데 매달려서 내려가는 것이니 괜찮을 것 같은데도 위험하니까 안 된다고 제지당한 적이 있었다. 그런 순간이 많았다. 단체로 배를 타야 하는데 휠체어는 못 타니까 버스에서 3시간 동안 혼자 있는다거나. 그래서 그 때도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바다 휠체어가 있다고 하니 해변까지는 갈 수 있겠다, 거기서 돗자리에 앉혀달라고 하면 되겠다”는 것이 애초 그의 생각이었다.하지만 강사는 아무렇지 않게 스윔수트를 내밀었다. 강사는 “너 하고 싶은 거 아니야? 우리 장비도 다 있어”라고 말했다. “너 괜찮겠어?”라고 묻는 사람은 없었다. 그를 전담해 줄 강사가 다가왔고, 양쪽으로 손잡이가 더 많이 달린 서핑보드도 준비됐다.
김지우 작가는 “항상 모든 사람이 ‘쟤는 안 할 거야’라고 생각할 때 ‘나 할 수 있어요’라고 주장해야 했는데, 그곳에서는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니 당연히 도전하게 됐다. 누구도 나를 ‘안 할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 순간이 좋았다”고 말했다. ‘의심 없는 마음’은 그렇게 찾아왔다.
서핑을 마치고 나서도 역시 누구도 그에게 ‘대단하다’ 류의 말을 하지 않았다. 김지우 작가는 “오히려 나는 ‘네가 그런 것까지 해내다니 진짜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얘는 못 할 것’이라는 전제가 있으니까 대단해 보이는 것이다. 그런 의미화가 전혀 없었던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진짜 할 수 있을지 몰랐다고 얘기했는데 그런 벅찬 감정도 잘 이해를 못 하는 것 같았다. 원래 그런 것이니까”라고 돌아봤다.
생애 첫 서핑의 소감은 어땠을까. 김 작가는 “휠체어에 타고 있으면 숨이 찰 정도로 뭔가를 해보거나 아드레날린이 나올 일이 없다. 그 스피드와 온몸의 진동, 물살이 생경했고 활주하는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의 여행기에는 ‘웃긴데 웃으면 안 되는 것 같은’ 대목도 있다. ‘아시아인 여자여도 장애인에게는 캣 콜링(길거리에서 낯선 여성에게 성희롱성 추파를 던지는 행위) 안 하더라’ 같은 것들이다. 아시아인에 여성, 장애인이라는 교차성을 촘촘히 안고 여행해 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여행 중 점원에게 무시당하거나 자신에게 시선이 쏠리는 경험은 피하지 못했지만, 캣콜링만큼은 덜 당했다고 그는 말했다.
김지우 작가는 “여성이 아니라 일단 장애가 먼저 보였을 것이다. 스위스에서 ‘뷰티풀 레이디!’하는 캣콜링을 한번 들었는데 ‘저 아저씨 진짜 편견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 그는 “(한국에서도) 일상에서 가벼운 미세차별을 겪다 보니 차별에 대한 역치가 높은 편이라 그런 감각을 덜 하는 것 같다”며 “애초에 편입될 수도 없는, 다들 다르게 생긴 곳에서 훨씬 소속감을 느끼는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내가 받아들여지는 방식이 나라마다 어떻게 다른지”를 체험하는 것이 그가 찾은 해외여행의 재미다. 교환학생으로 간 미국에서 ‘장애’를 가진 ‘외국인’ 학생이 아니라 자신이 만든 영상물만으로 평가를 받았던 경험도 소중하게 남았다. 김지우 작가는 “어릴 때부터 ‘힘든 환경인데도 참 열심히 한다’는 칭찬을 받다 보니 내 능력과 배경이 분리가 안 됐다. 특이한 삶을 사는 사람이 아닌 내가 만든 것으로만 평가를 받고 싶다는 욕구가 항상 있었다”며 “교수님의 피드백에는 내 배경에 관한 언급이 하나도 없었다. 그렇게 깔끔하게 얘기하는 사람을 처음 봤다”고 돌아봤다.
김지우 작가가 말하는 해외여행 ‘꿀팁’은 다름 아닌 ‘도움 요청’이었다. 책에는 ‘도움 요청 아티스트’라는 밈으로 재치있게 표현돼 있지만 사실 관점 전환이 담긴 말이다. 도와달라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은 남을 도우면서 기쁨을 느끼기도 한다는 단순한 진리도 있다. 그는 도와달라고 하면 거리낌없이 손을 보태고 소리없이 헤어졌던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이 말을 떠올렸다고 했다.
그는 “도움을 요청하고 받고 하다 보니 ‘아 이게 별일이 아니구나, 다른 사람도 날 도울 때 기분이 좋을 수 있겠다’ 싶었다. 당연히 받으라는 건 아니지만 너무 미안해할 필요도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동시에 나도 사람들을 살피고 먼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을 돕게 됐다. 여행에서 그런 사람들이 고마웠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플랫]두 발로 가면, 두 바퀴로도 갈 수 있어야죠…휠체어로 여행하는 이유
그는 “내게도 ‘민폐니까 나오지 말라’는 댓글이 달리는데 안타깝다”고 했다. 김 작가는 “그 사람은 지금은 자기가 도움 없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언젠가 분명히 그럴 수 없는 순간이 올 텐데, 그때 얼마나 자기를 못 견딜까 싶다”며 “도움을 받아 본 사람이라면 다시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것도 알 것”이라고 말했다.
구르님의 여행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김지우 작가는 “여행은 개고생하러 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장애인 인프라가 잘 돼 있지 않은 국가들도 가보고 싶고 운전을 해서 국내여행도 많이 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어른이 되고 나서는 ‘나 이런 것도 할 수 있구나’를 느낄 일이 별로 없는데 여행에선 자기효능감이 오른다. (장애가 없어도) 몸을 사리는 자신을 발견하는 이들에게 훌훌 떠나는 마음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 김서영 기자 westzero@khan.kr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23일(현지시간) 러시아와의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 프레임워크’ 마련에 합의했다고 발표했지만 핵심 동맹인 유럽은 강한 우려를 제기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우크라이나의 국경은 무력으로 변경될 수 없으며 우크라이나의 군사력을 축소해 향후 공격에 취약하게 만드는 조항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한 그는 러·우크라이나 평화 협정에는 EU가 핵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미국과 우크라이나 고위 관리, 영국·프랑스·독일의 국가안보보좌관들이 미국이 준비한 ‘28개 조항’ 평화협정 초안을 논의하는 상황에서 나왔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지속 가능한 평화는 살상을 멈추는 동시에 미래의 갈등도 남겨서는 안 된다”며 EU·우크라이나가 공유하는 세 가지 레드라인을 제시했다. 이는 국경은 무력으로 바뀔 수 없으며, 우크라이나의 군사력을 제한해 공격에 취약하게 만드는 조항은 허용될 수 없고, 우크라이나 평화 보장에 있어 EU의 중심적 역할이 반드시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유럽 국가들은 자신들이 미국의 초안 작성 과정에서 사실상 배제되었다고 보고 있으며, 이 초안이 러시아의 침략을 보상하고 추가 침공의 여지를 남긴다는 점에서 비판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도 미국의 평화안과 관련해 “일부 조항은 유럽이 지지할 수 없다”며 “유럽 안보 구조가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미국이 오는 27일까지 합의를 원하고 있지만 “어떤 합의든 우크라이나의 주권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제시한 시한의 실현 가능성은 작다고 지적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유럽 대표단이 미국 측에 자체 수정안을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가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유럽은 우크라이나군 규모를 ‘평시 기준’ 80만명으로 유지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미국 초안의 60만명 상한보다 더 큰 숫자다. 또한 유럽은 미국안에 포함된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지역 포기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히면서 “영토 교환 협상은 현재 전선을 기준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아울러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우크라이나 재건 등에 활용하자는 미국 측 제안에도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대안 제안을 마련하기 위해 EU 27개국 정상이 24일 앙골라에서 열리는 유럽·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계기로 추가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스타 상임의장은 “전쟁을 끝내려는 미국의 노력 자체는 환영하지만 현재 제안된 초안은 추가적인 작업이 필요한 출발점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에 따라 EU는 자체 평화안을 더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측은 제안 내용을 조정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고, 우크라이나 역시 “미국 제안에 우리의 관점이 포함될 수 있다”며 추가 협의 의사를 드러낸 상태다. 이에 따라 러·우크라이나 종전을 위한 협상 틀이 러시아에 유리한 것으로 평가받은 미국 초안과 유럽의 수정·보완 요구, 우크라이나의 핵심 조건이 함께 논의되는 구도로 전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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