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학교폭력변호사 [이기수 칼럼] 다 잊었다 개헌, 또 함흥차사인가
작성일 25-11-25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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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또또링2 조회 5회 댓글 0건본문
지금, 윤석열의 법정 몰골은 처참하다. 정치인 체포는 여인형에게, 언론사 병력 투입은 김용현에게 떠민다. 심복도 토사구팽한 충암파 수장, 김건희만 지키려 한 몽상가, 겁먹은 권력자 얼굴이다. 그가 보란 듯이 역사는 반전했다. 새 정부 출범하고, 검찰개혁과 한·미 통상·안보 협상 틀 짓고, 경주 APEC의 국격을 높였다. 그리고 내란 후 1년, 다 잊고 있는 것, 개헌이다.
헌법을 정독했다. 전문·130조항·부칙까지 75분 걸렸다. 1987년 헌법 조문 37%를 바꾼 9번째 개헌은 처음으로 여야 합의와 국민투표를 거쳤다. 그래도 38년 전이다. 헌법재판관의 해석·판결로 땜질되고 쟁론 중인 헌법 조항을 밑줄 그으니 부지기수다. 크게 세 갈래다.
# 더 민주적이어야=“주권자 국민의 신임을 중대하게 배반했다.” 헌재의 윤석열 탄핵 결정문엔 헌법 1조(민주공화국)가 흐른다. 그 위헌의 무게와 일목요연함이 시민의 충돌을 합의로 돌렸다. 제2의 윤석열과 ‘윤석열들’을 막을 헌법의 틈은 숙제로 남았다. 권력의 분권과 민주적 통제, 비상계엄 요건·절차 강화, 국민의 군대가 화두다. 유신헌법 잔재로 법원 관료화를 키운 ‘대법원장의 대법관제청권’, 검찰청 폐지 후 재정립할 ‘검사의 영장청구권’도 개헌 초점으로 부상했다.
# 낡고 좁은 그릇=헌법엔 인공지능(AI)·비정규직·로봇·반려동물·기후위기가 없다. 존엄사·임신중지·자율주행을 뒷받침할 생명권 조항도 없고, 그걸 세월호 사고 때 알았다. 국내 사는 250만 외국인은 헌재가 ‘국민’으로 인정했다. 장애는 신체장애만 적시됐고, 모성 보호만 적힌 헌법엔 아빠 육아휴직과 혼인 외 자녀를 보호할 근거가 없다. 날로 세월·기술·인권의 공백이 커져가는 헌법이다.
# 함께 사는 나라여야=이게 공동체인가. 구직활동 없이 ‘쉬었다’는 이가 264만을 넘었다. 청년 5.2%가 그랬고, 조기 연금수급자는 100만을 찍었다. 청년·노인 삶이 버거운 ‘쌍봉형 빈곤’ 사회다. 사람·일자리·세수·집값·교육은 수도권만 박 터진다. 하여, 갈등 천지다. 과로사·산재 많은 나라에서 ‘새벽배송 품목 제한’이 이슈 됐고, 정년연장·문화유산·장애인 할당제·부자감세로 옥신각신하고, 자살·사교육비 1위 국가의 불평등은 심화된다. 함께 사는 연대·책임·나눔·협치가 흔들린다. 이쯤에서, 헌법에 물어야 한다. 우린 민주국가다. 그럼 공화국인가.
개헌을 왜 하느냐는 한국인은 극소수다. 언제·어떻게만 남았다. 한데도, 정권 초엔 국정 틀 잡는다고, 정권 말엔 누구도 주도할 힘 없어 개헌은 헛바퀴 돈다. 20대 국회 끝나며 문재인표 개헌안이 자동폐기됐을 때다. 2000년 6월 <2단계 개헌은 어떠십니까>란 글을 썼다. 일렀지만 메아리가 없었다. 하나, 지금은 그게 현실적이란 여론이 쌓였다. 헌법 전문에 5·18민주화운동 넣기, 대통령 4년 중임(연임)제, 감사원 국회 이관처럼 여야가 공언한 개헌 의제를 먼저 하고, 영토·기본권같이 쟁론적 조항은 추후 매듭짓자는 것이다. 그 키는 국회가 잡아야 속도가 붙는다. 예산국회 후 국민투표법 손보고, 개헌특위 꾸려 나라·삶·미래를 바꿀 역사의 큰 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그럼 언제인가. 내년 6·3 지방선거가 맞다. 그래야 4년 임기 대선과 지선을 2030년부터 함께 치를 수 있다. 곱씹어봐도, 한국형 전국선거는 대선·지선 묶고 총선을 중간평가로 두는 게 합리적이다. 개헌은 필요성을 절감하고 반성할 때 힘이 붙는다. 그게 내란이었다. 지금 못하면 총선은 할 수 있을까.
제헌절이 내년부터 공휴일로 부활한다. 또 짓밟힌 헌법의 소중함과 위엄, 또 지켜낸 K민주주의를 기리기 위함이다. 트라우마일까. 단전·단수 소리 들리면 계엄의 밤, 경향신문에 밀어닥쳤을 뻔한 경찰·소방대가 생각난다. 내란 법정에서 나온 말처럼 “성안에 쌀과 물을 끊는” 큰 충돌이 벌어졌을 악몽이다. 일촉즉발 그 순간은 국회 앞·남태령·한남동 벌판의 시민도 다를 바 없다. 그 염원을 담아, 명실상부한 제헌절을 다시 맞아야 한다. 더 민주공화적이고 더 큰 시민계약으로 ‘26년 체제’를 열어야 한다.
지난 두 달간 한반도를 둘러싼 전략 환경에서 심상치 않은 변화가 나타났다. 10월에 방한한 드리스컬 미 육군 장관은 평택의 기자간담회에서 “북한과 중국 모두 주한미군에 기본적 위협”이라 말했다. 이에 대해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국회에서 “동의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 직후 방한한 커들 해군총장은 기자간담회를 자청하며 “한국 핵추진 잠수함으로 중국 억제는 자연스러운 예측”이라 못 박았다. 숨 돌릴 사이도 없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홈페이지에 ‘거꾸로 된 동아시아 지도(East-Up Map)’를 제시하며 “한반도 전력이 중·러 해군에 압박을 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지도는 중·러를 견제하는 한·미 동맹의 역할을 재정의하는 이론적 토대다. 그가 제시한 한국·일본·필리핀 ‘전략 삼각형’ 구상은 한국이 원하든 원치 않든 미·중 대립의 최전선에 놓이게 되는 상황을 보여준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지난 11월14일 발표된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와 제57차 한·미 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을 보라. 이 문서들은 군 장성들의 발언을 공식 합의로 승격시켰다. 팩트시트는 한·미 동맹을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안보·번영의 핵심축”으로 규정했다. SCM 공동성명은 더 노골적이다. 매년 명시되던 주한미군 “현재 수준” 유지 표현이 삭제됐고, “북한의 침략”이 “북한을 포함한 모든 역내 위협”으로 바뀌었다. ‘역내’란 중국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문맥상 명백하다. 더 주목할 것은 “대만해협 평화 유지”가 팩트시트에 명문화됐다는 점이다. 2006년 한·미는 “한국민 의사와 무관한 지역분쟁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이제 미국은 대만 문제를 ‘지역분쟁’이 아닌 ‘한·미 동맹의 공약’으로 재규정했다. 안규백 국방장관이 국회에서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한 지 한 달 만이다. 미국은 대한민국 국방부 장관의 발언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더 나아가 이재명 대통령이 한·중 정상회담에서 “핵잠은 특정 국가를 의식한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한 데 대해서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이 잠수함이 대중 견제가 아니라면 왜 만든단 말인가.
이렇게 대놓고 한국 입장을 무시하면서도 그들은 한국으로부터 국방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3.5% 증액, 2030년까지 미국 무기 250억달러 구매, 주한미군 330억달러 지원 등 총 580억달러 이상의 안보 부담을 받아냈다. 더 큰 문제는 전작권 전환의 함정이다. 한국은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이재명 정부 임기 중에 전작권을 받지만, 그때쯤 이미 “모든 역내 위협”에 대응해야 하는 구조가 완성되어 있을 것이다. 자율성 없는 전작권, 책임만 늘어난 독립이다. 커들이 한국 핵잠에 대해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며 스파이더맨을 인용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한국에 선택권은 없고 책임만 있다는 선언이다.
다음은 무엇인가. 1단계에서 군 장성들의 발언으로 여론을 시험해보았으니 2단계에서 한국의 반발을 무마시킨 후, 3단계에서 표현을 조정해 공식 문서로 명문화한다. 4단계는 이행이다.
다음 수순인 3단계에서 미국은 새로운 국가방위전략(NDS)을 발표한다. 거기에는 주한미군의 역할 확대가 명시될 것이고, 한·미는 그에 따라 연합훈련 시나리오를 수정할 것이다. 대중국 작전이 포함된 새로운 작전계획도 수립된다. 이 모든 걸 트럼프는 관세 협박 하나로 해치웠으니 탄복이 절로 나온다. 이러는 동안 한국이 받아낸 것이라곤 성사 여부가 아직도 불확실한 “핵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이라는 문구 하나다. 3500억달러라는 국부가 유출되는 걸 감수하고 지정학의 한복판으로 뛰어든 대가다.
이런 변화를 상징적으로 시각화한 주한미군사령관의 지도에 누가 가장 웃을까? 아마도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일 것이다. 그에게 주한미군이 북한이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전력이라는 말보다 더 좋은 말이 어디 있겠는가. 게다가 이 지도는 한반도의 전략적 중요성을 일깨우니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회임을 말해준다. 신냉전 구도를 희망하는 북한 지도부에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단거리는 물론이고 중·장거리 미사일을 모두 구비한 북한은 바로 이 지도를 보고 세계 전쟁과 태평양 전쟁, 한반도 전쟁을 다층적으로 구상할 것이다. 동북아의 전략적 현실을 살피지 않고 자기중심적 사고에 갇힌 미국의 고위 군사 관계자들이 벌여놓은 지정학의 판이 펼쳐지고 있다. 그 속에서 대한민국의 생존과 번영의 축이라 할 수 있는 ‘전략적 자율성’은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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