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학교폭력변호사 [김태일의 좋은 정부 만들기]재정 지출 ‘사후 검토’ 도입하자
작성일 25-11-23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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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또또링2 조회 12회 댓글 0건본문
이맘때의 국회는 몹시 분주한 게 정상이다. 열흘 남짓 남은 12월2일까지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확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년도 예산안 규모는 700조원이 훌쩍 넘는다. 국민 1인당 거의 1500만원씩 나눠줄 수 있는 엄청난 규모다. 또한, 내년 한 해의 재정적자는 국민 1인당 200만원이 훨씬 넘을 예정인데, 그러면 국민 1인당 나랏빚은 3000만원에 근접하게 된다.
매년 ‘2주간 벼락치기’ 예산안 심의 반복
국민 각자의 주머니에서 빠져나갈 이 어마어마한 금액을 누구를 위해 얼마나 어떻게 쓸 것인지를 검토해 확정하는 일, 내년에도 대규모로 빚을 내 국민 부담을 더욱 늘리는 게 온당한지를 판단해 승인하는 일. 얼핏 생각해도 쉬운 일은 아닐 것 같고, 제대로 하려면 몹시나 시간이 걸릴 듯하다.
제도상으로는 국회 예산 심의에 제법 긴 시간이 할당되어 있다. 정부는 법 규정에 따라 9월 초까지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해야 한다. 국회의 예산 확정 기한은 12월2일이므로 대략 90일이 심의에 할당된 셈이다. 예전에는 60일이었다. 그런데 60일은 충실한 예산안 심의에 태부족이라는 여론에 따라 한 달을 더 늘린 것이다.
이쯤이면 독자들이 어리둥절할 법하다. 국회가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하겠다고 나선 것은 11월에 들어서이고, 본격적인 심의는 이번주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제도상 90일이 보장되었음에도 실제 심의 기간은 2주 남짓에 불과한 것이다. 올해만이 아니다. 매년 그랬다. 국회는 9월에 개원해 워밍업 마치고 추석 민심 살핀 후 10월의 국정감사가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예산 심의에 착수했다.
대체 2주 이내에 700조원이 넘는 돈의 용처와 규모가 제대로 짜인 것인지, 100조원이 넘는 빚을 추가로 지겠다는 것이 현명한 선택인지 어찌 판단하겠는가. 게다가 2주의 기간이나마 성실하게 심의하는 것 같지도 않다. 국회 관련 뉴스라곤 여전히 여야의 정쟁이 메인을 차지하며, 어쩌다 들리는 예산 관련 뉴스는 소위 코드 예산과 선심성 사업예산을 늘렸다는 것뿐이다. 이쯤 되면 어리둥절함을 넘어서 어처구니가 없다. 그리고 대관절 국회 예산 심의는 왜 있느냐는 회의가 들고, 그렇다면 해외는 어떠한지 궁금해진다. 국회 ‘심의’를 통해 행정부 예산안이 더 좋아지는 경우는 드물다. 그럼에도 국회 심의 ‘절차의 존재’는 중요하다. 심의 절차가 있기에 예산안이 공개된다. 예산안이 공개되기에 국회 지원기관인 예산정책처를 비롯해 언론과 시민단체가 검증한다. 그 때문에 행정부는 함부로 편성하지 못한다. 심의 자체는 날림일지언정, 예산안의 투명한 공개 덕에 그럭저럭 견제가 이뤄지고 예산 낭비가 예방되는 셈이다.
해외도 사정은 비슷하다. 다른 나라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대한민국 국회의원보다 얼마나 더 투철한 애국심과 고결한 도덕성을 지녔겠는가. 당리당략 앞세우고 이익단체와 지역주민 눈치 보는 것은 도긴개긴일 것이다. 그럼에도 국회가 재정 역할을 무난하게 수행하는 나라들을 보면, 하나같이 그리되도록 제도와 절차가 구비되어 있다.
국회가 재정 역할을 잘하기 위해 다른 나라에는 있지만, 우리에겐 없는 제도와 절차로 대표적인 것은 둘이다. 하나는 재정 총량에 대한 사전 검토이고 다른 하나는 지출에 대한 사후 검토이다.
집행 후 목표 달성 평가해 조정 절차를
재정 총량 사전 검토는, 정부가 향후 수년간 매해 얼마를 걷고 얼마를 쓸 것이며 그 결과로 빚은 얼마나 지게 될지 계획서를 제출하면 국회가 검토해 승인하는 것이다. 국회가 승인했으므로, 행정부 예산 편성에 구속력을 지닌다. 우리도 매년 예산안 제출 때, 5년간의 재정 총량 계획서를 함께 제출한다. 하지만 제출에 그칠 뿐 국회 승인은 필요 없고 구속력도 없다. 그러니 정부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국회 승인을 받게 되면 재정 총량 계획을 세울 때 신중하게 되고, 구속력이 있으니 맘대로 빚을 늘릴 수 없게 된다.
지출 사후 검토는, 예산 집행 이후에 애초의 사업 목표가 얼마나 달성되었는지 평가하고 해당 사업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따져서 이후의 사업예산을 조정하는 것이다. 나는 예산 심의 과정에서 코드 예산이나 선심성 쪽지예산이 끼어드는 것을 탓하지 않는다. 예산의 정치적 성격을 감안하면, 아예 일정 규모는 그런 용도로 배정해도 괜찮겠다. 그보다는 정부가 야심 차게 내세우는 대규모 사업, 이를테면 AI 사업예산이 효과적으로 쓰일지가 훨씬 우려된다. 이런 사업은 명분이 뚜렷하고 예전에 없던 것이라 예산만으로 효과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천생 집행이 이뤄진 후에야 잘한 것과 못한 것을 알 수 있다. AI 사업은 다년도 사업이다. 그러니 내년도 집행 성과를 제대로 평가해 그 피드백을 후년도 예산에 반영하면 후년부터는 훨씬 사업 성과를 높일 수 있다. 이게 지출 사후 검토가 중요한 까닭이다. 다수 국가는 집행 성과를 꼼꼼히 따져 이듬해 예산에 반영하는 강한 장치를 갖추고 있다.
우리는 국회가 제 역할을 못한다고 비난한다. 우리 국회가 실망스러운 데는 국회의원들의 자질 탓도 일부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국회가 제 역할을 하도록 만드는 제도와 절차가 미비한 탓이 크다. 이런 제도·절차 중에는, 선거구제 개편처럼 이해가 첨예해 도입이 어려운 것도 있다. 하지만 앞서 말한 재정 관련 제도·절차는 국회의원들에게 불리할 게 없는 것들이라 맘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도입할 수 있고, 도입하면 재정 성과 향상에 제법 기여할 수 있다. 역량 있는 국회, 좋은 정부를 만들기 위해 쉬운 것부터 차근차근 마련해가자.
지난 8월22일 개봉한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 마침내 2025년 영화 흥행 순위 정상에 올랐다. 11월19일 기준 누적 관객 수 563만명. 상반기 인기를 끌었던 웹툰 원작 <좀비딸>과 같은 관객 수다. 하지만 <귀멸의 칼날>은 여전히 하루 1만명 이상의 관객이 들고 있어, 곧 단독 1위가 될 예정이다.
올해 영화 흥행 순위에서 흥미로운 점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인기다. 지난 9월24일 개봉한 <체인소맨: 레제편>은 312만명으로 6위이고, 3월 개봉 <극장판 진격의 거인 완결편 더 라스트 어택>은 94만명이다. 그 외에 <명탐정 코난: 척안의 잔상> <극장판 짱구는 못말려: 초화려! 작열하는 떡잎마을 댄서즈>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그림이야기> 등 익숙한 일본 애니메이션들이 10만 넘는 관객을 기록했다.
돌이켜보면, 일본 애니메이션은 한국에서 늘 인기였다. 1967년 TBC의 한·일 합작 <황금박쥐>를 시작으로 1970년 <우주소년 아톰> 그리고 <마징가 Z>와 <요술공주 샐리> 등 일본 애니메이션은 세대를 넘어 한국 대중문화의 기저에 있었다. 1980년대에 폭력적이라며 로봇 애니 방영을 금지했어도 큰 영향은 없었다. 1990년대에는 <드래곤 볼>과 <슬램덩크> 중심으로 일본 만화 시장이 들끓었고 애니메이션도 화제였다. 다만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제외하고는 파괴력이 약했다. <명탐정 코난>과 <도라에몽> 등 아동 대상 애니 정도가 쏠쏠한 성적을 올렸다.
하지만 흐름은 변한다. 2023년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490만명을 기록했다. 1990년대에 만화 <슬램덩크>에 열광했던 3040 관객이 찾았고,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관객들까지 끌어들였다. 걸작은 시대를 초월해 감동을 주고, 잘 만든 애니메이션은 아이들만 보는 오락이 아니라 시대를 초월하는 ‘시네마’가 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소년만화의 ‘왕도’의 길을 걷는 작품이다. 한때 600만부를 발행했던 만화 주간지 ‘소년점프’는 <드래곤 볼> <원피스> 등 우정과 노력, 승리의 소년만화로 1980년대 이후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강력한 적에 맞서 함께 싸우면서 친구가 되고, 승리를 바탕으로 성장해 더 강한 적과 맞서는 서사는 진부해 보일지라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귀멸의 칼날>은 가족애를 바탕으로 직관적인 선악 구도와 대결 그리고 매력적인 캐릭터를 변주해 한·일 양국에서 올해 최고의 흥행작이 되었다. 고전적 서사의 힘은 2025년의 대중에게도 유효하다.
<귀멸의 칼날>이 왕도를 걷는다면, <체인소맨>은 개성적인 아웃사이더다. <귀멸의 칼날>의 ‘탄지로’는 혈귀를 물리치고 여동생을 인간으로 되돌리겠다는 목적이 분명하다. <체인소맨>의 ‘덴지’는 그저 배불리 먹고, 사랑하고, 오늘을 잘 사는 것이 중요하다. 원초적이고 개인적인 욕망이 덴지를 움직인다. <체인소맨>의 작가인 후지모토 다쓰키의 세계는 기이하고 불친절하다. 플롯은 예상을 배반하고, 연출은 B급 영화처럼 거칠다. 노력하면 반드시 성공한다는 전통적인 서사를 믿을 수 없는 시대, 상하좌우 엉망진창인 세상에서 오늘의 욕망에 충실한 덴지는 역설적으로 더 큰 공감과 해방감을 준다. 젊은층이 열광하는 이유다.
지난해 9월5일 개봉해 30만명이 본 <룩 백>과 올 10월24일부터 메가박스에서 상영한 <후지모토 타츠키 17-26>은 후지모토 다쓰키의 기이한 세계를 보여준다. SF, 판타지, 일상물을 넘나드는 도발적인 상상력은, 날것의 매력으로 마니아를 끌어들이고 점점 확장해 나간다. 동시에 후지모토의 세계 밑바닥에는 좋아하는 것에 대한 진심과 열정이 진하게 깔려 있다.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 산업은 전형적인 성공 공식을 따르는 메이저만 편애하지 않는다. <체인소맨>처럼 기괴하고 마이너한 감성의 작품도 연재 기회를 얻고, 독자의 반응을 얻으면 과감하게 애니메이션으로 뻗어간다. 메이저와 마이너, 왕도와 사도가 서로를 배척하지 않고 공존하며 거대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힘은 보편적인 것과 실험적인 것 모두를 품어내고, 지원하며, 성공으로 이끄는 시스템 자체다. 성공을 부러워하며 ‘성공 법칙’만 따라 하지 말자. 결국은 다양성이고, 도전이다.
걷기를 좋아한다. 나이가 들면서 걷는 맛을 조금은 더 알게 된 것 같다. 주말에는 서울 주변 둘레길을 찾지만, 주중 점심에는 틈날 때마다 서울 시내를 걷는다. 청계천도 있지만 종로·을지로 등 오래된 거리를 더 선호한다. 서울극장·단성사·피카디리·대한극장 등 단관 극장 시절 개봉관이 옹기종기 모여 있던 종로에서 을지로, 충무로까지 이어지는 길은 옛 풍경과 크게 다를 바 없어 좋다. 을지로3가에서 명동성당으로 이어지는 길은 단풍이 많아 가을에 걷기 적합한 것 같다. 경제·문화 선진국에 오른 한국의 오늘을 상징하듯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고층 빌딩 뒤편의 옛 거리들은 도시의 여백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운상가도 즐겨 찾는다. 외형은 낡았지만, 내부엔 아기자기한 공간이 많다. 전자부품 상점들과 카페·서점 등이 무질서한 듯 무심한 듯 섞여 있다. 세운상가와 청계상가 등의 3층을 잇는 1㎞의 공중보행로는 짧은 산책코스로 지인들에게 추천했다. 철거를 앞둔 상가를 삶의 터전으로 삼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황정은 작가의 <백의 그림자>를 읽은 뒤 세운상가라는 공간이 더 친숙하게 느껴졌다. 광화문광장도 어슬렁거리기 좋다. 많은 직장인이 그렇듯 기자도 점심시간에 자주 광화문광장을 배회하면서 마음을 다스린다,
그런데 도시 곳곳의 여백을 언제까지 즐길 수 있을까 걱정이 든다. 입맛대로 서울을 재구성하겠다는 한 사람의 고집 때문이다. 서울시장은 번쩍번쩍한 고층 빌딩으로 뒤덮인 도시를 최고의 선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서울시가 세계유산인 종묘에서 불과 170m 떨어진 세운4구역 재개발지구에 최고 145m의 초고층 건물을 허용하는 규제완화를 한 것이 대표적이다. 기존 상한선 71.9m에서 두 배 넘게 상향한 것이다. 종묘 경관 훼손 비판에도 아랑곳없다. 전임 시장이 보존하기로 했던 세운상가도 일찌감치 철거방침을 정했다.
그는 광화문광장도 바꾸려 한다. 한국전쟁 참전국들에 감사를 표하기 위한 ‘감사의 정원’을 짓겠다면서, 받들어총 모형의 6·25m 돌기둥 23개를 세우겠다고 했다. 광장의 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광장을 지키고 있는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께도 죄송한 일이다. 그의 뜻대로 감사의 정원이라는 게 지어진다면 광장은 아스팔트 보수세력들로 채워지고, 휴식의 공간은 이념의 공간으로 변질될지 모른다.
서울시는 2022년 10월 시장이 프랑스 파리, 스위스 로잔, 스페인 마드리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으로 출장을 떠난다는 보도자료에 이렇게 썼다. “이번 출장에서 도시건축 시스템부터 수변·생태가 어우러진 도심 개발 등 유럽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멋스러운 도시, 세계인이 살고 싶고 찾고 싶고 투자하고 싶은 서울을 만들기 위한 정책 구상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은 세계인이 살고 싶지도, 찾고 싶지도 않은 도시며 멋스럽지도 않은 도시이므로, 유럽의 도시들처럼 바꿔야 한다는 말로 들린다. 그래서 말 많고 탈 많은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려 하는가.
하지만 K컬처 덕분에 서울은 세계인들이 찾는 도시가 됐다. 한복 차림으로 경복궁과 광화문광장을 거니는 외국인을 많이 봤다. 서울 한 달살이도 많은 외국인의 버킷리스트에 있다고 한다. 이들이 보고 싶은 건 고층 빌딩이 아니라 누추할지언정 서울의 역사가 배어 있는 뒷골목일 것이다. 유럽 도시의 유럽다움처럼 서울도 서울다움이 있어야 한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할 때 서울다움은 극대화된다고 믿는다. 서울을 재구성하겠다는 발상은 정치적 치적을 쌓고, 대권 발판으로 삼으려는 사적 욕망으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서울은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서울 시민의 것이며, 대한민국 국민의 것이다. 그럼에도 뜻대로 해야겠다면, 시장이 좋아하는 주민투표 등 여론에 묻는 과정을 거치길 바란다.
<백의 그림자>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슬럼이라느니, 라는 말을 들으니 뭔가 억울해지는 거예요. 차라리 그냥 가난하다면 모를까. 슬럼이라고 부르는 것이 마땅치 않은 듯해서 생각을 하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언제고 밀어버려야 할 구역인데, 누군가의 생계나 생활계, 라고 말하면 생각할 것이 너무 많아지니까, 슬럼, 이라고 간단하게 정리해버리는 것이 아닐까.” 누군가에게는 쓸어버려야 할 대상이 누군가에게는 생활 터전이며, 누군가에게는 기억의 공간일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서울은 한 사람의 것이 아니다. 무모한 추진력으로 시대착오적인 개발을 밀어붙이고 있는 서울시장에 대한 브레이크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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