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링크 [위근우의 리플레이]‘이대남’의 카운터 개념…‘영포티’ 조롱 속엔 극우 포퓰리즘 녹아 있다
작성일 25-11-23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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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또또링2 조회 4회 댓글 0건본문
애초에 자생력이랄 게 별로 없이 미디어의 설레발로 유지되던 개념이 그조차 사라져 파묻혔던 게 거의 10년 전이다. 죽은 개념이 좀비로 부활해 배회한다면, 살아있던 시절의 모습으로 기억하기보다는 좀비를 되살리고 부리는 네크로맨서의 행위와 의도로 파악해야 할 것이다. 현재의 ‘영포티’ 개념과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10년의 간극을 둔 두 ‘영포티’의 화용론적 맥락 차이를 도식적으로나마 구분해야 하는 건 그래서다. 아주 단순화하면
10년 전 ‘영포티’
대상:당시 40대 중년 남성(70년대생)/발화 주체:40대 일부의 자기 호명+언론/유사어:아재파탈/반대말:개저씨/비판 주체:2030 여성
현재 ‘영포티’
대상:현재 40대 중년 남성(80년대생)/발화 주체:2030 남초 커뮤니티+언론/유사어:진보 중년/반대말:이대남/비판 주체:2030 남성
10년 전 ‘영포티’가 젊게 사는 나에 대한 40대 남성의 자화자찬으로 기능하고,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서 특히 여성들의 비판을 받았다면, 현재의 ‘영포티’는 40대의 취향 전반과 정치적 지향에 대한 젊은 남성들의 조롱으로 기능한다. 즉 과거의 ‘영포티’가 실제로 중년 남성 라이프스타일에서의 ‘젊은 척’과 자의식을 일부나마 반증해주는 언어인 반면, 지금은 그러한 맥락에서 개념을 분리한 뒤 더는 스스로를 젊다고 말하거나 과시하지 않는(속으로는 어떨지언정) 중년 남성에게 ‘젊은 척’의 혐의를 덧씌우기 위해 사용된다. 그렇기에 현재의 ‘영포티’ 비판은 대부분 허수아비 때리기다. 실제 40대가 젊은 척 꼴값을 떨어 싫은 게 아니라, 그냥 40대에 대해 마음이 안 드는 모든 것을 젊어 보이고 싶은 자의식으로 환원하고 비웃기 위해 이미 10년 전에 죽은 ‘영포티’라는 이름의 책임을 현재의 40대에게 묻는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텅 빈 기표로서의 ‘영포티’는 그런 면에서 너무나 편리하다. 전 기획재정부 장관정책보좌관인 조상현 변호사는 매일신문 칼럼에 ‘영포티’의 부정적 특징으로 “김어준을 언론인이라고 믿”고 “여성 인권과 성평등 얘기가 나올 때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며, 청년 세대의 반중 시위를 극우적 행태로 보는 것을 꼽았다. 사전적 의미의 ‘영(young)’과는 아무 연관 없는 사례들이지만, 텅 빈 기표로서의 ‘영포티’는 이 모든 것을 자기 잘난 맛에 사는 40대라는 담론 안에 의미사슬로 연결한다. ‘영포티’ 패션=젊은 척=대학 때 배운 운동권 사상=민주당 지지=진보 정책 지지=(우파) 젊은 남성 무시=기득권=위선.
때문에 현재의 ‘영포티’ 조롱을 세대갈등으로 읽고 세대 간 소통과 화해, 통합을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언론 다수의 해법은 원론적인 온당함과 별개로 현재 사태에 대해서는 대개 헛발질이 될 수밖에 없다. 가령 4050과 2030 사이의 소득 격차와 자산 격차를 통해 2030의 윗세대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과 분노를 이야기하는 건 유의미하지만, 그것을 ‘영포티’ 현상의 원인이자 40대의 책임으로 규정하는 순간 그 박탈감과 분노가 왜 하필 ‘영포티’라는 기표로 소급하는지에 대한 담론적 분석은 갈피를 잃는다. 문화연구자 김내훈은 ‘위선’이란 낱말이 보수언론을 통해 진보진영을 겨냥한 담론공세에 어떻게 활용되었는지 다룬 논문 ‘비어 있는 기표를 활용한 담론공세의 정치학’에서 “보수언론과 진보언론이 공통적으로 ‘진보진영의 위선에 분노하는 사람들’로 ‘청년’을 호명했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청년들이 한국 정치와 사회에 가지는 불만과 분노는 매우 다양하고 다질적”임에도 “이것을 모두 ‘위선’ 기표에 넣으면 출력되는 것은 ‘위선은 나쁘다’라는 명제와 ‘꼰대에 대한 분노’뿐”이라는 것을 지적했다. ‘영포티’ 담론 역시 비슷하다. 2030 청년들이 느끼는 불만의 다양성과 정치적 가능성이 ‘영포티’라는 필터를 거치며 보수 기득권과 체제의 문제는 쏙 빠진 세대갈등만 앙상하게 남는다. 공식적으론 10년 전에 죽고, 자생력을 잃고 인터넷에 떠돌던 ‘밈’으로서의 ‘영포티’를 현재에 가까운 형태로 공론장에 올려놓은 게 지난해 조선일보 기사인 건 우연이 아니다. 진보 지지층으로서의 4050 세대를 ‘영포티’로 호명한 이 기사의 제목은 ‘누릴 거 다 누리고 깨어있는 척… ’진보 중년‘을 아십니까’다.
앞서 좀비로서의 ‘영포티’ 개념의 배회를 좀비를 되살린 네크로맨서의 행위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이 음습한 부활은 우경화된 남초 커뮤니티와 보수언론의 합작품이다. 이 협업이 지난 12.3 내란과 대선 국면에서 제기된 일부 20대 남성의 극우화에 대한 우려와 비판 이후 벌어진 것 역시 우연이 아니다. 말하자면 현재의 ‘영포티’는 ‘우경화된 이대남’ 개념에 대한 카운터로서 급조된 개념이다. 내란 이후 민주주의의 훼손과 차별주의에 대한 비판의 무게를 감당하기보단 진보 기득권의 위선과 독선이 문제의 시발점이라고 회피하고 왜곡하는 전략. 즉 ‘영포티’ 개념은 실제로 정치·경제 기득권의 구조 변동에 대한 구체적 요구라기보다는 극우 포퓰리즘의 정당화 담론에 가깝다. 이런 담론 공세에 대다수 언론이 부화뇌동하는 중에 거의 유일하게 ‘영포티’ 현상을 가차 없이 비판한 언론학자 정준희의 <시사IN> 칼럼은 “‘스윗남’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여성주의로부터도 거리를 두고 (중략) 온라인에서 손가락질하는 젊은이들을 이해해주면서,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을 탓하는 진정한 서티·포티·피프티·식스티 등등이 되려”하는 이들도 ‘영포티’ 혐오에 동참한다고 지적한다. 어른다운 어른, 책임감 있는 어른이 되는 건 당연히 좋은 일이다. 하지만 4050 중년 남성을 향해 온당하게 제기될 수 있는 다양한 정치적 요구가 ‘영포티’라는 조롱으로 소급할 때, 기성세대가 진짜로 져야 할 사회적 책임은 휘발되고 ‘영포티’로 분류되지 않기 위한 눈치 게임만 남는다. 여기 어디 어른의 역할이 있나.
다시 말하지만, 중년 남성들이 잘하고 있어서 ‘영포티’ 개념이 부당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영포티’ 담론은 진보 중년을 비난해서 잘못인 게 아니라, 그러한 갈등이 유의미하게 부딪히고 조절될 수 있는 정치의 영역을 삭제해서 잘못이고 퇴행인 것이다. 10년 전, 중년들에게 어느 정도 자기 만족적으로 사용되던 ‘영포티’를 무덤에 파묻은 게 젊은 여성들의 ‘개저씨’ 담론이라는 건 지금 다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의 ‘영포티’ 담론에서도 젊은 여성에게 추근대는 중년 남성을 ‘스윗 영포티’로 호명하고 비웃지만, 그럼에도 바로 그 젊은 여성의 주체성을 위한 여성주의를 받아들이기보다는 여성주의에 친화적인 중년 남성의 위선만을 공격한다. 이처럼 대상에 대한 부정적 정념을 편의적으로 담아내고 정렬하는 데만 특화된 텅 빈 기표로서의 ‘영포티’의 한계에 반해, ‘개저씨’는 중년 남성의 세대 및 젠더 권력과 그에 반비례하는 성인지감수성을 정확히 타격하고 변화를 요청하는 언어였다. 삶에 맞닿은 그 생생함과 비교해 좀비처럼 억지로 되살린 ‘영포티’란 얼마나 허약하고 허구적인 개념인가. 그럼에도 부화뇌동하며 이 현상에 뭔가 의미가 있지 않은지 계속해서 기웃대는 미디어를 또 다른 네크로맨서 일당으로 보지 않을 이유를 나는 잘 모르겠다.
서울 대학로의 화려한 캠퍼스, 아름다운 여자주인공과 용기는 넘치지만 어딘가 모자란 남자주인공, 흩날리는 벚꽃잎으로 시작하는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로코)를 예상했다면 오산이다.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16부작) <제4차 사랑혁명>은 논밭으로 둘러싸인 경기도 외곽 캠퍼스가 배경이다. 학과 통폐합으로 만나게 된 모델과 남주 ‘강민학’과 너드한 컴퓨터공학과 여주 ‘주연산’의 첫 만남은 ‘운명’보다는 ‘혐관’(서로 혐오하는 관계)에 가깝다.
독립영화 <은하해방전선>으로 이름을 알리고, 웨이브 시리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에서 정치 블랙코미디를 선보인 윤성호 감독이 ‘로코’ <제4차 사랑혁명>으로 돌아왔다. 뻔해 보이는 이야기도 비틀어 색다른 한 끗을 만들어내는 그는 꽃무늬 가득한 기존의 로코에서 삭제된 현실을 적극적으로 불러옴으로써 로맨틱 ‘블랙’ 코미디를 완성해냈다.
지난 11일 서울 영등포구 웨이브 본사에서 만난 윤성호 감독은 “처음 제안받은 내용은 지금과 정반대였다”고 했다. “모 제작자분이 공대 이야기가 재미있을 것 같다면서 너드 남자 대학생과 슈퍼모델 같은 여학생의 사랑 이야기를 쓰자는 거예요. 그래서 ‘<빅뱅이론>도 20년이 지났는데, 너무 지난 얘기 아니냐’고 말했죠.”
그는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말만 해서 사람을 질리게 하는 이공계 남성은 너무 많이 봐왔으니, 그걸 여성의 모습으로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주연산 캐릭터를 만들면서는 미드 <빅뱅이론>의 ‘셸던 쿠퍼’를 참고했어요. ‘셸던이 여자였다면 연애를 잘 할 수 있을까?’하는 질문이었죠”
너드한 주인공이 여성이 됐으니, 자연스레 남주 ‘강민학’은 모델이 됐다. 캐릭터의 성격의 성별만 반전됐을 뿐, 흔한 ‘왕세자와 서민’ 구성을 따랐다. 윤 감독은 “세상 로코의 80%는 왕세자와 평민 플롯이에요. 재벌과 신입사원처럼요. 신기한 로그라인을 말이 되게 만들게 되려면 플롯은 전통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잘났지만 뻔하지 않은 남주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남자주인공 상을 골몰했다. “로코의 역사는 세상에 없는 남주를 만드는 일이에요. 고민끝에 인터넷에서 힌트를 얻었죠. ‘자아가 없는데 잘생기고 신체조건 좋고, 내 말을 잘 듣고 (생각을) 업데이트할 수 있는 남자’가 이제는 주변에 없는 남자더라고요. 강민학은 흐트러지고 모자란 모습을 보이지만 내 여자를 위해서는 업데이트를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윤 감독은 강민학 역을 맡은 배우 김요한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김요한 배우는 대본이 써지지 않아 고민하던 2022년부터 남주로 점찍어둔 인물이었다. “솔직히 (김요한씨는) 연기 천재 같아요. 지금까지 만나본 남자 배우 중에 가장 똑똑해요. 연출진이 놓친 맥락까지 완벽하게 파악해서 연기하더라고요. 바보 역은 바보가 하면 매력 없잖아요. 요한씨가 똑똑한 사람이기 때문에 자아 없는 캐릭터를 잘 잡아서 연기해줬죠”
‘로코’이기에 응당 들어가야할 남녀의 사랑 이야기지만, 연출 중 ‘연애를 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사람을 무너뜨리는 얘기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극중 주연산은 남성에게 관심이 없는듯 행동한다. 하지만 3화에서 주연산과 강민학의 스킨십 장면을 통해 주연산이 남성을 사랑하는 존재임을 보여주도록 했다. 윤 감독은 “남자에 관심 없는 사람을 무너뜨리는 이야기는 폭력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연산이 남자를 좋아한다는 걸 충분히 보여주려 했다”고 밝혔다.
극 초반부에는 두 주인공이 이야기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조연들이 선보일 이야기도 중요한 비중으로 다뤘다. 학과 통폐합을 반대하는 운동권 레즈비언 ‘강동원’, 휠체어를 타고 런웨이를 선보이는 모델학과 회장 ‘임유리’ 등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소수자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기존 로코에서는 볼수 없었던 남남, 여여 간의 키스 장면이나 휠체어를 사용하는 모습도 자연스럽게 나온다.
다양한 소수자성을 가진 캐릭터들에 대해 윤 감독은 “강박적으로 정치적 올바름을 따르려고 하면 재미없고 지루해진다”며 “우리 옆에 있는 것들을 당연한 정도로 재미있게 재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 주변에 있는 소수자의 모습을 그대로 녹였다는 것이다. 임유리역의 경우 실제로 휠체어를 타고 모델 활동 중인 인물들을 참고해 만들었다.
소수자들을 재현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은 있었지만, 효율적인 연출을 위해 다른 동료들의 도움을 구했다. 웹드라마 <대세는 백합>을 함께 제작했던 한인미 감독이 로맨스 장면의 대부분을 찍었다. “여성 서사에 20대가 중심이 되는 작품이기 때문에 여성이고, 나보다는 젊고, 로맨틱한 연출을 잘하는 사람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너무 신중하고 조심스럽다는 건 연출자가 그 내용을 잘 모른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면 만들지 않는 게 맞고요. 저는 주변인 중에 충분할 정도로 (소수자분들이) 있기 때문에 그분들의 도움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작품을 통해 현실사회를 유머러스하게 지적한다는 평을 듣는 그이지만, 그는 자신의 작품에 ‘의미’를 담으려 구태여 노력하지 않는다고 했다. 윤 감독은 “의미를 담고 싶긴 하지만, 담으려고 할수록 더 멀어진다”며 “기존 미디어에서 삭제되어 있었던 부분을 충분히 반영해 극을 만들 뿐”이라고 말했다.
이런 감독의 선택은 종종 ‘정치적이다’ 라는 평을 듣기도 한다. 윤 감독은 “학업에 정진할지 취업을 할지 데이트를 할지 선택하는 일은 결국 어디에 에너지를 쓸지를 선택하는, 매우 정치적인 행동”이라며 “사랑이야말로 가장 정치적인 영역이다”고 말했다. ‘가장 일상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이다’라는 말 처럼, ‘로코’가 정치적으로 보이는 건 일면 당연하다는 것이다.
시청자들에게 가장 보여주고 싶은 에피소드로는 13화를 꼽았다. 그는 “이야기의 큰 변곡점이 오는 순간이다. 사실 13화뿐만 아니라 앞의 에피소드는 결말로 향하는 일종의 빌드업이기 때문에 꼭 처음부터 끝까지 봐줬으면 한다. 한국의 청춘 만화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던 엔딩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4차 사랑혁명은> 지난 13일 첫회가 방송됐으며, 오는 20일에는 4~8화가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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