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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용접 ‘GPU 26만장’이 불러온 에너지 논쟁···“전력량보다 망이 문제”

작성일 25-11-18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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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용접 [주간경향] 국내 도입 예정인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장이 전력 수급 논쟁으로 이어졌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1월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엔비디아가 주면 뭐 하나. 전력이 있냐”며 “AI 데이터센터 하나 돌리는데 전력이 얼마나 드는지 다 알지 않냐”고 말했다.
최신 엔비디아 GPU 블렉웰 72개가 들어가는 AI 플랫폼 GB200 NVL72는 랙(RacK)당 약 120~140㎾의 전력 소비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6만장을 도입하면 3600랙 이상이 필요해 총 432㎿ 이상의 전력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데이터센터의 냉각·전력손실 등을 포함하는 전력 효율지표인 PUE(Power Usage Effectiveness) 1.2(최근 업계 평균치)를 적용하면 대략 500~600㎿의 규모의 전력량이 필요하다. 이는 원자력발전소 1기 전력량(1GW=1000㎿)의 절반을 넘는 수준에 해당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500~600㎿ 수준의 추가 수요가 당장의 전력난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은 과장된 해석이라고 말한다. 한국은 전력 예비율이 높아 추가 공급 여력이 충분한 상태라는 분석이다. 한국전력거래소(KPX)의 실시간 전력수급현황에 따르면 11월 기준 공급 예비력은 28GW(2만8587㎿)로 공급예비율이 44%가 넘는다. 전력수요가 피크에 달했던 지난 8월에도 9GW(9060㎿)로 공급예비율은 9.4%였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햇볕이 좋은 날 낮시간에는 전력 예비율이 40~50%를 넘어간다. 물리적으로 전력이 부족하지 않음에도 논란이 부풀려지고 있다”라며 “이는 AI 전력 수요를 과장해 탈원전 정책이나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의 한계를 부각시키려는 시도로 과도한 우려를 조성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선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은 “GPU를 가동시킬 AI데이터센터의 입지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는 부담이 생길 수도 있으나 전체 전력 수요 총량만 보면 GPU 26만장이 기가와트(GW) 수준의 전력 문제를 유발한다는 주장은 과도한 추정에 가깝다”라고 말했다. 특히 삼성, SK, 현대차, 네이버 등 각사에 5만~6만장씩 순차적으로 도입될 것으로 보여 전력 수요 증가가 점진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현재 전력시스템으로도 감당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또 아직 소버린 AI가 본격화돼 수요를 창출하기 전이어서 현시점의 우려는 실제보다 과장돼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헌석 위원은 “챗GPT나 제미나이는 미국에 있는 데이터센터를 통해 운영되기 때문에 국내 이용자가 사용한다고 해도 국내 전력을 쓰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를 혼동하며 국내 전력 부담으로 과도하게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력량 자체보다 전력망 문제 시급
전문가들은 GPU 26만장 도입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보다는 전력망과 AI데이터센터 입지 문제가 더 핵심적인 과제라고 지적한다. 현재 각각 5만장씩 GPU를 구매하는 삼성, SK, 현대차는 ‘AI 팩토리’를 구상하고 있다. AI 팩토리는 설계, 공정, 운영, 장비, 품질관리 등 반도체 설계와 생산을 아우르는 모든 과정에 AI를 적용한 스마트 공장이다. 이를 위해서도 GPU를 가동할 AI데이터센터를 구축해야 한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특정 지역에 AI 수요가 집중될 경우 전력망 안정성에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도권은 이미 포화 상태이며, 신규 송배전선 건설에 10년 이상 걸리는 만큼 지역별 전력망 여건에 맞춰 AI데이터센터를 분산 배치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밝혔다.
데이터센터가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은 수년 전부터 문제로 지적돼왔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023년 발표한 ‘데이터센터 수도권 집중 완화 방안’ 자료를 보면, 2022년 말 기준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의 70%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설립 신청까지 포함하면 2029년에는 수도권 비중이 8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며, 이에 따라 신규 데이터센터의 전력 공급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이헌석 위원은 “수도권의 데이터센터는 더 이상 안 짓겠다는 모라토리엄 선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2022년 11월 ‘데이터센터 수도권 집중 완화 방안’을 마련하고 2024년 6월부터 시행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을 통해 전력자립률이 낮은 수도권에 신설되는 특정 규모 이상의 설비에 대해 ‘전력계통 영향평가’를 의무화하고 있다. 김선교 위원은 “수도권은 데이터센터 신규 인허가가 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전력 수급 부담이 크고 현재 추진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트만 해도 5~8GW까지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며 “지난 정부에서 용인에 LNG발전소 건립과 석탄화력발전 등을 포함한 전력 공급 방안을 검토한 바 있으나 현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계획은 공식화되지 않았다. 여기에다 신규 AI데이터센터 건립을 더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수도권에 데이터센터 건립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신규 데이터센터 부지로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지역들이 후보로 언급된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는 출력 변동성과 간헐성으로 인해 공급의 안정성 측면이 과제로 지적돼왔다. 이헌석 위원은 이를 두고 “현재의 문제와 미래의 과제를 뒤죽박죽 섞어서 혼동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며 “현재는 재생에너지가 전체 발전량 중 10% 수준으로 공장 가동에 차질을 주지 않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로 인한 출력 변동 문제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대폭 확대한 미래의 과제”라고 했다.
또 AI 데이터센터가 365일 24시간 최대 부하로 가동된다는 인식은 현실과 다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석광훈 위원은 “기업이 하는 AI 훈련은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전력을 소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반면 이용자가 AI에 질문을 하는 등 서비스를 제공받는 때는 상대적으로 소비량이 낮다”며 “훈련은 2~3개월 단위로 이뤄지며 전력망 상황에 따라 스케줄 조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구글, MS, 아마존 등 미국의 주요 빅테크 기업은 AI 연산에 따른 전력망 부담과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탄소 인지 스케줄링(Carbon-aware scheduling)’을 활용하고 있다. 이는 컴퓨팅 작업을 전력망의 탄소 배출 강도가 낮은 시간대나 지역으로 분산 배치해 운영하는 방식이다. 또한 미국 텍사스 전력신뢰도위원회(ERCOT) 등에서는 데이터센터나 암호화폐 채굴장 등 대규모 전력 소비자를 ‘보조 사업자’로 분류해 전력망 안정화를 강화했다. 석광훈 위원은 “전력망이 비상 상황일 경우 출력을 낮추고 필요 시 출력 상향도 가능하다”라며 “AI데이터센터는 전력망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될 수 있다. 얼마든지 전력망 친화형으로 운영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계속될 전력 수요 논쟁
AI 확대로 인한 전력 수요 증가는 발전량 확대뿐 아니라 탄소중립 과제와 맞물려 다층적인 논의를 낳고 있다. GPU 26만장 도입으로 촉발된 전력수급 논쟁은 현재로선 관리 가능한 범주에 있지만 소버린 AI와 AI 3대 강국을 목표로 하는 한국에서는 유사한 전력수급·에너지 전략·탄소중립 논쟁이 향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 비서관은 방송 인터뷰에서 “(GPU 26만장이 도입되어도) 지금 현재 전력이 부족하지 않다”라면서도 “앞으로 들어올 GPU가 더 있을 것”이라며 전력 인프라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소비량은 약 415TWh(테라와트시=1000GWh)로 전 세계 전력 소비의 약 1.5%에 달한다. 또한 2030년까지의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약 945TWh로 전 세계 소비의 약 3%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데이터센터는 미국이 하이퍼스케일급(100㎿ 이상) 기준으로 전체 용량의 54%를 차지하고 있으며, 나머지 46% 중 상당 부분을 중국과 유럽(각각 16%·15%)이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의 전력수급 상황은 어떨까. 손재권 더밀크 대표는 “최근 미국 버지니아주에서는 데이터센터 확장과 그에 따라 전기요금 상승이 지역의 정치 이슈로 부상했다. 데이터센터와 전력수급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는 하나의 사례”라고 말하며 “미국은 전역에 데이터센터를 많이 지으면서 모든 에너지원을 확대하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NEF(BNEF)는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35년까지 2배 이상 증가해 2024년 약 35GW에서 78GW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손 대표는 “한국에서도 지금까지는 괜찮지만 만약 목표대로 AI 3강이 된다면 향후 GPU도 더 많이 들어오고 전력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며 “지금은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해외 AI 모델을 활용하지만, 미래에 소버린 AI가 성공해 국내 모델로 전환된다면 전력 수요 측면에서도 미국과 유사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AI 확대로 인한 전력 수요의 정확한 전망은 아직 불투명하다. 20여 년 전 디지털화가 부상했을 때에도 전세계적으로 전력 수요 급증 전망이 있었지만, 예상보다 빠른 효율 개선으로 공급 확대 예측이 빗나간 사례도 있었다. 김선교 위원은 “2030년까지 전력 수요 증가가 예상되지만 이후에도 이 구조가 지속될지, 아니면 효율화로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지는 판단이 쉽지 않다”라며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인공지능 분야의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하는 한편, 탈탄소화라는 전력 수급의 장기적 방향성과도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점에서 양자의 균형을 모색하는 복합적인 전략이 요구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탈탄소화 전략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인프라를 확충할 경우 향후 10~20년 동안 구조적 부담이 될 수 있다. 최근 강원도 석탄발전소 신규 가동이 중장기적 부담으로 이어지는 사례처럼 현재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구축한 인프라가 이후에는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함께 판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주간경향] “저는 일반 학급에서 일반 아동이 녹음기를 들고 다니는 것에 반대합니다. 하지만 특수학급·요양원처럼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는 녹음이 마지막이자 유일한 보호수단일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으로 다뤄져 법이 약자의 편에 설 수 있는 기준이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지난 10월 27일 웹툰 작가 주호민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내용이다.
2023년 7월 주씨 부부가 자폐성 장애를 가진 9세 아들을 학대한 정황과 관련해 초등학교 특수교사를 경찰에 신고한 사실이 알려졌다. 검찰은 특수교사를 재판에 넘겼고 법원은 1심에서 유죄, 2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여론은 장애아동의 돌발행동과 수업시간 몰래 녹음에만 초점을 맞췄다. 장애아동 부모와 특수교사의 대립 구도가 주목받으면서 주씨 부부를 향한 비판이 거셌다. 하지만 이 사건은 그리 간단히 볼 수 없다. 제3자의 타인 간 대화 녹음을 전면 금지한 현행법 틀에서 장애아동, 저연령 아동, 중증장애인, 노인 등 스스로 녹음할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학대를 당해도 입증하기 어려운 맥락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법조인, 시민단체, 국회의원 등이 잇따라 토론회를 열고 대법원의 전향적 판단과 법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 사건의 결말은 어떻게 될까.
이 사건 쟁점은 주씨 부부가 아들의 수업시간에 녹음한 파일을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는지(증거능력이 있는지)다. 주씨의 아내는 학대 정황을 확인하기 위해 아들의 외투에 녹음기를 넣어 학교에 보냈다. 녹음파일엔 특수교사가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아휴 싫어. 싫어죽겠어. 너 싫다고” 등의 말을 한 게 담겼다. 검찰은 장애아동에 대한 정서적 학대행위로 보고 특수교사를 아동학대처벌법과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문제는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이었다. 통비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는 녹음할 수 없고(제3조 제1항), 녹음한 대화 내용은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제14조 제2항)고 규정한다. 이 법은 14대 대선을 앞둔 1992년 정부 관계자들이 부산 초원복집에 모여 김영삼 후보 지원을 논의한 이른바 ‘초원복집 사건’ 이후 제정됐다. 불법 도청이 논란이 되면서 통비법은 제3자의 타인 간 대화 녹음을 전면 금지하고, 위반 시 벌금형 없이 징역형만 적용하는 등 처벌 수위를 세게 규정했다. 하지만 불가피하게 제3자가 타인 간 대화 녹음을 해야만 하는 예외적 상황을 법은 포괄하지 못했다. 스스로 녹음할 수 없는 장애아동을 대신해 보호자가 학대 증거를 수집하려고 녹음을 한 사례다. 전문가들은 미국에선 ‘부모의 대리 동의’ 법리를 적용한다고 설명한다. 아동의 최선의 이익이 객관적으로 인정될 경우 부모·보호자가 아동을 대신해 몰래 녹음했더라도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것이다. 한국에선 이런 법리가 정립돼 있지 않다.
장애아동을 자녀로 둔 다른 부모들도 주씨와 비슷한 경험을 한다. 자폐성 장애가 있는 9세 자녀를 둔 대구의 A씨(40)도 그 예다. A씨는 아이가 학교에 간 뒤 갑자기 공격적 행동을 해 학대를 당하는 게 아닌지 의심했다. 아이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못했고, 결국 A씨는 녹음기를 넣었다. A씨는 녹음파일을 들어보니 아이가 청각에 매우 민감하고 청소기 소리를 싫어하는 것을 알면서도 특수교사와 실무사가 일부러 청소기 소리를 내고 부적절한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녹음파일엔 “우리 이거 갖다 대니까 또 약 오를 거예요. 그죠?”, “한번 울어야 돼, 울어야 돼” 등의 말이 담겨 있었다.
A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녹음기를 넣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아이가 해바라기센터에 가서 진술을 해야 하는데 분리 불안도 높고, 진술이 안 된다”며 “‘무서워’, ‘하지 마’, ‘싫어’ 정도는 표현할 수 있지만 자세하게 진술을 하지 못한다”고 했다. 학대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녹음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A씨는 “교사는 비장애인이기 때문에 진술할 수 있지만, 우리 아이는 장애인이라 진술을 못 하고 학교엔 폐쇄회로(CC)TV도 없다”며 “부모 입장에서는 아동의 보호자이기도 하고 학대 정황이 있으면 신고할 의무도 있는데, 녹음을 못 한다고 하면 또 다른 학대 사건은 생길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했다.
최근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부모 29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서 학대 경험이 있는 응답자의 44%는 절차와 매뉴얼이 없어 사건이 해결되지 못했다고 답했다. 47%는 증거 제공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피해자의 의사소통상 어려움이 문제해결 과정에서의 주된 애로사항으로 꼽혔다. 가해자만 언어소통이 가능한 상황에서 가해행위가 인정되지 않거나, 피해자의 증언이 신빙성 없다고 하는 경우가 있었다. 백선영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기획국장은 “왜 부모가 녹음기를 넣을 수밖에 없는가를 봐야 하는데 (여론이) 녹음기를 넣어서 교사를 아동학대범으로 몰았다는 것에만 관심을 가지면서 주씨 가족이 심한 혐오를 당하고 고립됐다”며 “학교에 차분히 문제를 제기했을 때 정상적인 절차가 이뤄지지 않고 대체로 무신경하거나 자녀가 문제라는 식으로 되다 보니 부모들은 녹음이라도 확보하려는 것 같다”고 했다.
법원 판단은 사건마다, 재판부마다 엇갈렸다. 한쪽에선 학대 증거 확보를 위해 몰래 녹음한 보호자를 통비법 위반 혐의로 처벌하고, 다른 한쪽에선 학대범죄에 대한 실체적 진실 발견과 공익적 이유를 들며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2018년 아이돌보미가 집에서 아동에게 폭언하고 엉덩이를 때린 정황을 어머니가 몰래 녹음한 사건에서 하급심 법원은 녹음된 내용을 세부적으로 나눠 증거능력 여부를 판단하기도 했다. 아이돌보미가 아동에게 소리치는 부분은 타인 간의 대화이므로 증거능력이 없고, 탁탁 치는 듯한 소리 부분은 대화가 아니므로 증거능력이 있다는 식이다. 장애인권법센터의 김예원 변호사는 “녹음으로 학대가 선명하게 보이는데 증거로 쓸 수 없기 때문에 녹음내용을 쪼개서 보는 이상한 일이 법원에서 벌어졌다”며 “왜 어떤 판사를 만나면 무죄, 어떤 판사를 만나면 유죄를 받아야 하나. (이런 법원 태도는) 피해자 보호에 하나도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주씨 아들 사건에서도 1·2심 판단이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주씨 아내의 녹음은 형법 제20조가 정한 정당행위라고 봤다. 형식적으로는 범죄행위의 요건을 갖추고 있더라도 법질서의 정신이나 사회윤리, 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행위라 위법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1심 재판부는 주씨 아들이 장애로 인해 스스로 학대로부터 방어할 능력을 갖지 못했고, 소수의 장애 학생들만 참여한 맞춤학습실 수업에서의 학대 정황은 녹음이 아니면 밝혀낼 방법이 없다는 점을 고려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위법한 녹음이고, 장애아동과 어머니가 별개의 인격체인 이상 아동이 녹음을 승낙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을 어떻게 판단할까. 대법원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심리한다. 당사자와 전문가들이 직접 대법원 법정에 나와 주장을 펼치는 공개변론은 대법관들의 판단을 돕는 것을 넘어 전 사회구성원의 토론장 역할도 한다. 다만 대법원은 지난 6월 부모의 수업시간 녹음파일을 증거에서 배제한 아동학대 사건을 최종 확정한 바 있다. 2심 재판부는 초등학교 교육은 공공성이 있고 해당 수업을 30명 정도 학생이 듣고 있었으며, 아동학대는 중대한 범죄라며 녹음파일을 증거로 쓸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사생활과 통신의 비밀에 대한 권리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김예원 변호사는 “법원이 이렇게 공익적 가치가 있는 녹음의 예외도 허용하지 않는다면 피해자가 제일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자기 권리 옹호가 안 되는 피해자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법”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아이에게 ‘선생님이 이상한 소리 하면 녹음기 켜라’라고 알려주고, 아이가 스스로 녹음기 버튼을 눌러야만 증거로 써주겠다는 것이냐”며 “대법원이 전원합의체를 열어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예지 국회의원은 아동·중증장애인·노인 학대 피해를 증명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3자의 녹음을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법안 발의를 검토 중이다.
주씨 아들 사건이 촉발된 후 2년 넘는 기간 동안 장애아동 부모와 교사라는 두 집단 간의 대립과 갈등 구도만 주목받으면서 정작 특수교육 제도의 개선은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교사단체들은 수업시간 녹음이 교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부모들은 CCTV 설치를 주장하며 강 대 강으로 부딪힐 때도 있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탓이다. A씨는 “장애아동을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학교 말고는 보낼 데가 없다. 교권과 장애인 인권은 대립이 아니라 공존해야 한다”고 했다.
윤상원 특수교사는 주씨 아들 사건에 대해 “아동 권리 보장과 국제적 기준으로 보면 정서적 학대가 맞다”고 말했다. 다만 처벌과 감시에서 나아가 특수교육 개선도 논의하면 좋겠다고 했다. 인력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장애아동이 방치되는 구조적 문제 때문에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윤 교사는 “여러 갈등 상황이 생겼을 때 특수교사 입장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도 있다. 특수교사도 고립이 되고, 여력이 안 되니까 큰소리를 치게 되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그는 “법적으로 정해져 있는 인원도 제대로 채워주지 않는 상황부터 개선돼야 한다”며 “교사가 학생들과 어떻게 대화할 것인지, 아이의 행동을 수정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도 이뤄지는 게 없다”고 했다.
충남 아산시가 인구 40만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04년 20만명, 2014년 30만명을 넘어선 뒤 10년9개월 만의 기록이다.
아산시는 지난달 말 기준 인구가 39만9898명으로 집계됐다고 17일 밝혔다. 102명만 더 늘면 ‘40만 도시’가 된다. 최근 매달 500~600명씩 안정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이달 내 돌파가 확실시된다.
전국적으로 저출생과 인구 감소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아산의 성장세는 두드러진다. 지난해 전국 합계출산율은 0.748명에 그쳤지만, 아산은 0.988명으로 전국 평균보다 0.24명 높다.
출생아 수 역시 반등 조짐이 뚜렷하다. 2019년 1969명으로 2000명 아래로 떨어졌던 출생아 수는 지난해 2198명으로 5년 만에 다시 2000명대를 회복했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아산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2020년 이후 6년 만에 1명대를 회복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3년간 인구 증가도 가파르다. 주민등록 인구는 2022년 33만4539명, 2023년 34만5796명, 지난해 35만5014명으로 매년 1만명 안팎 늘었다.
외국인 인구도 증가세다. 출입국관리사무소 자료에 따르면 아산의 외국인 인구는 2022년 3만728명에서 지난달 4만1026명으로 3년 만에 30% 이상 증가했다.
시 관계자는 “산업·주거·교통이 균형을 이룬 도시 구조로 인구가 늘고 있다”며 “삼성디스플레이와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과 연계된 아산디스플레이시티·스마트밸리·테크노밸리 등 산업단지가 폭넓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배방·탕정 일원의 대규모 주거단지와 사통팔달 교통망이 젊은 층 유입을 견인했다”고 말했다.
아산시는 청년층이 지역에 안정적으로 정착해 결혼·출산·양육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맞춤형 정책을 추진 중이다. 청년내일카드 지원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신혼부부 주택자금 대출이자 지원, 출생축하금 지급, 임산부 100원 행복택시 등 생애주기별 지원 사업이 대표적이다. 아빠 육아휴직 장려금, 육아종합지원센터 운영, 로컬푸드 어린이집 급식 지원 등 가정양육 부담을 줄이는 정책도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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