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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현금화 [정동칼럼]AI는 ‘꿈의 노동자’가 아니었다

작성일 25-11-05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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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또또링2 조회 7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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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또링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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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상현금화 2025년 7월, ‘오픈런’ 열풍을 일으킨 한 베이글 프랜차이즈에서 20대 노동자가 과로로 숨졌다. 유족 측은 주 80시간에 육박하는 노동, 심야 연장 근무, 제대로 식사조차 못했다는 메시지가 그의 마지막 기록이라며 엄중한 책임을 묻고 있다. 회사는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여러 증언들은 이와 다른 정황을 제시하고 있다. 노동계는 세 달 단위의 단기 계약, 잦은 지점 이동, CCTV 감시와 사소한 실수에도 작성해야 했던 사건 보고서 등 과도한 통제 시스템을 문제로 지적한다.
이 비극은 인간의 한계를 무시한 노동 구조의 실상을 고통스럽게 드러낸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바로 그 인간의 한계가 ‘꿈의 노동자’에 대한 환상을 부추겨왔는지도 모른다. 한국 사회의 장시간 노동, 청년층의 피로, 감정노동의 일상화는 이미 오래된 문제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등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새로운 형태로 변주하고 있다. 지치지 않고, 불평하지 않으며, 감정 기복도 시간외수당도 필요 없는 완벽한 노동자. 어쩌면 누군가는 AI라면 과로로 쓰러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 믿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질문을 바꿔보자. 과연 기업은 정말로 ‘쉬지 않는 AI’를 원하는가? 그렇지 않다. 기업이 막대한 이윤을 축적해 온 진정한 동력은 기계적 효율성이 아니었다. 그것은 희망과 불안이 동시에 작동하는 인간 노동자였다. 계약이 끊길까 두려워하며, 감시 카메라 아래서 ‘예의 바르게 행동하라’는 압박을 견디고, 사소한 실수에도 보고서를 작성하며 모욕감을 삼키는 존재. AI는 이런 감정적 회로에 반응하지 않는다.
내가 오랫동안 연구해 온 콜센터의 감정노동 현장은 이 역설을 선명히 보여준다. 기업은 AI를 ‘이상적 상담사’로 도입했지만 곧 한계에 부딪혔다. AI는 매뉴얼에 따라 친절한 문구를 말할 수는 있어도, 이윤 창출의 핵심인 ‘착한 마음’을 팔 수는 없다. ‘착함’이란 고객의 분노를 온몸으로 받아내고, 부당한 요구 앞에서 도덕적 고민을 견디며,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는 실천이다. AI는 고객의 목소리를 문자로 변환해 분석할 뿐, 그 안의 모욕감이나 절박함에 감응하지 못한다.
더 근본적으로, 기업이 노동자를 극도로 종속시킬 수 있었던 가장 큰 수단은 노동자가 모욕감과 두려움을 느낀다는 사실이었다. AI는 어떤 협박에도 흔들리지 않고, 실직의 불안도 모른다. 자본이 잉여가치를 축적해 온 데 결정적으로 작용한 능력, 즉 타인과 감정을 주고받는 역량을 AI는 갖고 있지 않다. 효율은 높아질 수 있어도, 인간이 만들어내는 긴장과 윤리, 책임의 감정은 결코 재현되지 않는다.
이 기술적 환상은 낯설지 않다. 인류학자 제니퍼 로버트슨은 일본에서 로봇이 ‘이상적 시민’으로 받아들여지는 현상을 ‘기술 민족주의’로 분석했다. 그는 일본 사회가 저출산과 고령화,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로봇을 ‘상상된 공학적 시민’으로 활용한다고 지적한다. 이 로봇은 이민자처럼 사회적 갈등이나 정체성의 혼란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국가에 헌신적이고 순응적이며 불평하지 않는 존재로 상상된다. 즉 기존의 보수적 가치와 정치경제적 현상 유지를 완벽하게 보조하는 존재다.
한국에서는 이 구도가 ‘기술 성장주의’ 담론 속에서, 로봇 대신 AI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의 ‘이상적 시민’이 국가적 문제의 해법으로 호명된다면, 한국의 ‘이상적 노동자’로서의 AI는 자본의 성장 문제를 해결할 존재로 호출되고 있다. 누군가는 AI가 파업, 태업, 권리 요구, 그리고 과로사 같은 인간적 한계를 제거해 줄 구원투수라 믿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AI는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니라 이상적 노동자를 꿈꾸는 사회의 욕망이 빚어낸 조형물이다.
그것은 인간 노동자의 잠재성과 취약성을 동시에 비추는 거울로서, 우리가 외면해온 진실을 드러낸다. 기업이 막대한 이윤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가장 불완전하다고 여겨졌던 인간의 감정과 도덕성이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런던베이글뮤지엄의 비극은 단순한 과로사가 아니다. 그것은 한 인간의 성실함과 두려움이 시스템 속에서 끝까지 소모된 결과이다.
AI 시대의 노동을 논의한다면, 먼저 우리는 인간 노동자의 정동적 역량이 얼마나 헐값에 취급돼왔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 기술의 완벽함이 아니라 불완전한 인간의 존엄과 피로를 보호하는 제도와 문화가 필요하다. 인간이 지닌 감정의 깊이와 도덕의 무게를 존중할 때 비로소 ‘꿈의 노동’은 기술이 아니라 인간에게서 시작될 수 있다.
독립서점은 대형 자본이나 유통망에 의존하지 않고 경영자의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운영되는 작은 서점을 뜻한다. 그들은 큐레이션의 독창성에 더해 독서모임, 북토크, 전시, 강연, 플리마켓 등의 활동을 통해 복합문화시설로 자리매김 중이다. 이러한 독립서점은 제주를 찾는 N차 여행자들의 시선과 결을 같이한다. ‘작은 문화’가 건네는 또 다른 풍경이 당신의 여행을 얼마나 빛나게 할 것인가.
생각하는 힘 ‘제주 풀무질’
나름 세화에서 가장 번화하다는 구좌로 중심가에 제주 풀무질이 있다. 서울 성균관대 앞에서 26년을 이어온 오리지널 ‘풀무질’의 제주 버전이다. 은종복 대표(사진 왼쪽)는 빚더미에 앉은 서점을 ‘아름다운 인수’라는 이름으로 후임자에게 무상으로 넘긴 후, 2019년 가족과 함께 제주에서의 삶을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또 책방 간판을 달았다.
풀무질의 뿌리는 분명하다. 생태, 평화, 인권, 나눔, 서울 시절부터 쌓아온 네 개의 축이다. 제주 풀무질은 여기에 4·3, 제2공항 논란, 농업과 기후위기, 동물권 등 지역적 현안들을 더했다. 풀무질은 제주에서 보기 드문 인문사회과학 책방이다. 은 대표는 매출로 따지면 고작 10%에 지나지 않는 인문사회과학 책의 필요성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이 땅에서 왜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물음을 던져요. 그리고 삶의 중심을 잡아 주죠.”
풀무질은 가족서점이다. 아내 고희라씨가 전체살림을 맡고 아들 형근씨(오른쪽)가 독립출판, 문학, 산문 영역의 큐레이션을 담당하며 운영 전반에 대해 젊은 감각을 더하기도 한다. 내부적 합의도 있어 2년 뒤 아들이 대표 자리를 물려받을 예정이기도 하다.
은 대표의 하루는 매우 규칙적이다. 새벽에 일어나 신문을 읽고, 떠돌이 개였던 ‘광복’과 ‘해방’을 산책시킨다. 그리고 서점 문을 연 후, 저녁에는 책 모임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한 달 7개 이상의 독서 모임을 이끌어 가는데 철학, 고전, 페미니즘, 그림책, 독립영화까지 주제도 넓다. 풀무질이 꿈꾸는 세상은 다섯 음절로 요약된다. ‘생각하는 힘’이다. 남들이 옳다 할 때도 “아니다”라고 말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면, 서점은 그 힘을 기르는 가장 가까운 체육관이라고 믿는다.
책과 북, 그리고 동네 ‘북카름’
카름은 제주어로 ‘마을’을 뜻하는데, 북이란 단어는 복합적 의미를 가진다. 책, 북, 서점이 있는 북촌을 두루 의미한단다. 일반 가정집을 고스란히 활용해 서점을 얹다 보니 놀랍게도 모든 구조가 좌식이다. 거실에서는 반려견 ‘개보린’과 고양이 ‘펜잘’이 손님을 맞는다. 그리고 자유롭게 놓인 책장들, 작은 방 가운데는 코타츠 테이블이 놓여 있다. 낯설지만, 신기하고 딱 오 분만 지나면 아지트처럼 편안해지는 공간이다.
서점의 주인은 임상엽 대표. 활동명은 ‘샹고’다. 청소년 자립 시설에서 일하던 그는 ‘해녀의 부엌’ 북촌점 멤버로 제주와 인연을 맺었고 2023년 북카름을 열었다. 어딘가에 소속되어 일하기보다는 자신만의 정체성을 드러내며 살아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선택한 일이 ‘책’과 ‘북(鼓)’이다. 샹고는 브라질 음악 ‘바투카다’를 10년간 연주해온 타악기 연주자이기도 하다. 그는 영등할망 해신제 속 연물 리듬과 바투카다의 리듬이 유사하다 느껴 타악 그룹 ‘뺄라지다’를 만들었다. 그는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공감의 리듬을 만든다는 점에서 책과 음악이 같은 일을 한다고 여긴다.
책 큐레이션의 중심은 역시나 제주와 사회문제다. 제주의 신화, 포제와 영등굿, 4·3과 이주, 기후위기, 동물권, 여성과 퀴어 이슈까지. “책은 구경거리가 아니라 대화의 매개”라는 그의 말처럼, 서가의 목적은 소통에 가깝다.
북카름은 서점이자 도서관이며, 공연장이자 모임의 장이다. 매달 네 권의 책을 읽는 스터디 클럽을 운영하고 제주의 신화나 연물 리듬을 함께 배우는 프로그램도 연다. 저녁이면 마당에 모닥불을 밝히는 북카름, 살아 있는 공간으로 여행자는 물론 로컬과 더욱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이다.
마음을 주고받는 ‘애월책방 이다’
애월읍 고내리 주택가, 극히 평범해 보이는 가옥의 1층 문을 열면,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예쁘다”라는 탄성이 절로 나는 인테리어, 화사함이 손님을 반긴다. “여기 꼭 가보세요”라는 방문자 리뷰가 진심이었음을 깨닫고 보니 미소가 흐른다.
‘이다’는 뽀글머리 권은영 대표의 세례명이며, ‘애월이다’의 서술격조사로 쓰이기도 한다. 권 대표의 첫 직업은 인테리어 디자이너였다. 6년 전 “1년 동안 책 읽고 음악 듣고 그림만 그리고 싶다”라는 단 하나의 버킷리스트를 품고 제주로 내려왔다가 결국 눌러앉았다. 그는 낡은 공간을 새것으로 번쩍이게 만드는 대신, 오래된 사물의 결을 살렸다. “따뜻하고 집 같은, 예전부터 여기 있었던 것 같은 장소”가 그가 설계한 서점의 기본값이다.
‘이다’의 정체성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필사(筆寫)’다. 권 대표가 직접 손으로 옮겨 적은 문장들은 책갈피가 되고, 책을 소개하는 글이 된다. 그리고 ‘마음의 소리 카드’를 만들어 손님에게 건넨다. “누구에게나 바다가 있다” “애쓰며 살지 마” 같은 문장은 서점의 인사이자 그가 손님에게 전하는 위로의 방식이다.
책 선반의 80% 이상은 독립출판물과 시집이다. 유통의 조명을 받지 못한 책들을 “보여주고 알리는 일”이 권 대표의 큐레이션 철학이다. 그래서 ‘이다’에서는 유튜브 채널을 통한 책 소개, 필사가 곁들여진 블라인드 북 판매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는 매일 작은 수선을 멈추지 않는다. 필사 카드를 적고 방명록을 펼쳐 새 페이지를 내어주고 책 속의 좋은 문장을 골라 표지 앞에 세운다. N차 여행자들이 “제주에 오면 들러야 할 곳”으로 이다를 기억하는 이유다.
이미지로 기억을 엮다 ‘제주 아카이브센터 북살롱 이마고’
이번에는 표선면 세화리다. 바다에서 한참 떨어진 마을 안쪽, 귤밭과 돌담 사이 근사한 외관을 자랑하는 2층 건물이 서 있다. ‘북살롱 이마고’다.
홍대와 헤이리를 누비며 오래도록 인문 출판의 편집자로 일했던 김채수 대표는 2016년 제주로 이주했고, 이듬해 이마고를 열었다. 출판인이 기록자로, 편집자가 아카이브 기획자로 변신했던 시작점이다. 그녀는 “제주는 이야기로 가득하지만 기록되지 않은 순간이 훨씬 많다. 그 빈칸을 채우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마고는 기록을 발굴하고 콘텐츠로 만들어 내는 복합 아카이브 공간이다. 미학적 완성도가 높은 내부는 마치 정갈한 박물관처럼 느껴진다. 조명, 책장에 소품들까지, 기록과 책을 돋보이게 하는 것까지, 김 대표의 빈티지 감각이 녹아 있다.
이마고에는 제주 관련 기록물들이 즐비하다. 그중에는 ‘제주, 마을의 기억과 풍경’ ‘나의 이야기’ ‘할망의 부엌을 찾아서’ ‘Thinkers’ 등 김 대표가 진행했던 프로젝트의 결과물도 다수다. 최근에는 일제강점기, 제주민의 이주사까지 관심의 폭을 넓혀, 오사카의 제주민 마을을 다룬 ‘이카이노 이야기’란 책을 기획, 출간했다. 또 이마고에서는 오일장의 대장장이가 만든 낫, 호미, 칼 등이 전시, 판매되기도 한다. 오래 쓰인 도구에는 그 시대의 노동과 기술, 미감이 깃들어 있다는 믿음에서다.
서점은 늘 주민들과 여행자들에게 개방돼 있다. 때로는 플리마켓의 장소로 쓰이는가 하면 지역사, 생태, 인문, 예술을 주제로 북 토크나 기록 워크숍도 자주 열린다. 김 대표의 표현대로 이마고는 “사유가 멈추지 않는 장소, 생각이 숨 쉴 수 있는 마당”임에 틀림없다.
희극과 비극 사이, 그 유한한 헤엄 ‘이야기가게 일희일비’
김녕서포구 뒷골목, 저녁이면 노란 불빛이 새어 나오는 작은 공간의 이름은 ‘이야기가게 일희일비’다. 극작가 부부가 함께 운영하는 이곳은 연극의 한 막 같은 서점이다.
서울에서 공연을 만들던 두 사람은 “한 해쯤은 글만 쓰며 살고 싶다”는 마음으로 제주를 찾았다. 잠시 머물다 떠날 생각이었지만, 1년이 2년이 되고 5년이 지나며 섬의 시간에 스며들게 되었다. “제주에 잘 깃들고 싶다”는 마음과 “언젠가 서점을 열고 싶다”는 꿈이 만나 일희일비가 탄생했다. 어느덧 제주 생활 9년, 책방은 4년 차를 맞는다.
일희일비는 ‘이야기’라 이름 붙일 수 있는 모든 서사를 창작한다. 책을 판매하는 본질적 역할 외에도 희곡을 쓰고, 포토에세이를 엮고, 극을 무대에 올린다. “서점을 잠시라도 스쳐 가는 사람은 모두 잠재적 작가”라는 것 또한 부부의 생각이다.
특히 자체 기획한 ‘구석극장’은 일희일비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으로 9명의 관객과 최대 3인의 배우가 호흡하는, “세상에서 가장 작고 빛나는 극장”이다. 최근에는 ‘제주 신화’를 소재로 한 3인극 <바닷가 책방 북클럽>을 공연해 연일 만석의 성황도 누렸다.
김녕 마을 사람들과의 관계도 각별하다. SNS보다 더 중요한 건 옆집과의 안부라는 것을 배웠다. 동네 ‘삼춘’이 귤 한 박스를 들고 오고, 근처 숙소 주인들이 공연에 찾아와 손뼉을 친다. “사람이 많이 오진 않지만, 올 사람은 반드시 온다”라는 믿음이다.
일희일비는 경제적 논리로 따지면 언제 닫아도 이상하지 않은 공간이다. 하지만 지속해야 할 이유가 3가지나 된다. 그들의 실험실이고, 삶의 무대이자, 애정하는 고양이 ‘고작가’의 집이기 때문이다. 작은 서점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장면이 그들의 창작을 지속시키는 힘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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