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이혼전문변호사 [이진송의 아니근데] ‘살맛’으로 살맛 나게···착한 시체보다 짜증 나는 노인네가 되기로 했다
작성일 25-11-03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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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또또링2 조회 5회 댓글 0건본문
10월7일 개봉한 <사람과 고기>는 빈곤한 노인들이 의기투합해 고기를 먹고 도망 다니는, 간결하고도 조금 짠한 이야기다. 장용, 박근형, 예수정이 출연했고 양종현 감독과 임나무 작가가 만들었다. 폐지를 주우며 생계를 유지하는 형준(박근형)과 우식(장용)은 폐지를 두고 몸싸움을 벌이다가 길에서 채소를 파는 화진(예수정)의 좌판을 엎는다. 화가 난 화진이 벌컥 소리 지른다. “그러니까 늙은이들, 진상이다! 그러는 거 아니야!” 형준과 우식, 화진이 살아가는 오늘이 노인을 보는 시선은 차갑고 떨떠름하기만 하다. 특히 빈곤 노인이라는 존재는 사회가 애써 외면하는 구조적 모순과 불편한 감정을 자극한다. 2014년 국민연금공단에서 주최한 대학생 대상 공모전에서 최우수 당선작은 “65세 때, 어느 손잡이를 잡으시렵니까?”라는 문구와 함께 폐지 줍는 손수레와 여행용 가방을 대비시켰다. 그 밑에는 “품위 있는 제2의 인생 국민연금으로 시작하십시오”라는 문구가 있다. 이 광고는 즉각적인 비판을 받았지만, 최우수 당선작으로 선정됐다는 것은 그만큼 ‘나쁜 공감’을 샀다는 뜻이다. 한국은 노인의 노동참여율이 OECD 회원국 중 1위지만, 노인빈곤율도 1위다. 개인이 노력해서 대비한다고 막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만 본질을 은폐하는 방법은 언제나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이다. “저렇게 살지 않으려면”이라는 부정적 전제가 삶의 모든 과정을 통제한다. 엄연히 존재하는 삶은 공포와 혐오의 대상으로 타자화되고, 타자화는 정체성을 집어삼킨다. 빈곤 노인은 비참하거나 우울하고, 불쌍하고, 취향이나 욕망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사람과 고기>에서 형준과 우식, 화진은 웃고 달린다. 맛있는 것을 먹고 싶어하고, 싸우고, 화해하고, 거짓말하고, 농담한다. 폐지 손수레의 손잡이를 잡은 채로, 길거리 좌판에 앉은 채로.
영화의 초반에 싸움을 벌였던 형준과 우식은 화해한다. 형준의 집에 초대된 우식은 번듯한 양옥집과 가족사진을 보고 놀란다. 형준은 “집만 있고 수입 없고 자식놈들은 싸가지가 없어. 됐지?”라고 응수하는데, 자식이 있는데도 폐지를 줍는 상황을 설명하는 데 이골이 났다. 외국에 나간 지 오래라 연락이 끊겼고 집은 자식 명의라 처분도 못한다. 우식은 독거 노인이다. 결혼하거나 가족을 이룬 적 없고, 고양이를 데리고 산다. 화진은 딸의 부부가 죽은 뒤 혼자 손자를 키우는데 손자는 종종 찾아와 돈만 뜯어갈 뿐이다. 빈곤 노인의 상황이 그만큼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형준의 집에 놀러온 우식은 커피를 마다하고, 밥 있냐고 묻는다. 기회가 닿을 때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절박함이 체면보다 먼저다. 형준과 우식은 식사다운 식사를 하고 싶은 마음에 소고기뭇국을 끓여 먹기로 한다. 화진에게서 무를 사며 국 끓이는 법을 묻던 형준이 화진을 초대하는 동안, 우식은 동네 정육점에서 소고기를 훔친다. 태연하고 뻔뻔스럽게.
세 사람은 화진이 끓인 소고기뭇국을 두고 둘러앉는다. 한국인에게 국물이란 밥상의 상징이자 이러니저러니 해도 영혼을 데우는 음식이다. 공간을 제공한 형준, 고기를 구해온 우식, 기술을 발휘한 화진. 세 사람이 힘을 보태니 비로소 따뜻한 국 한 그릇을 먹을 수 있다. 함께 나누어 먹는 경험은 외로움과 정서적 허기까지 채운다. 우식은 진짜 고기를 먹어 보자며 형준과 화진을 고깃집으로 이끈다. 그런데, 기세 좋게 술까지 곁들여 고기를 먹어 치우고 나서 하는 말이 돈이 없단다. 얼굴이 노래진 형준과 화진은 우식의 지시에 따라 달아나고, 불같이 화를 내면서도 “맛있었지?”하는 우식의 질문에 반사적으로 “맛있었지!”하고 소리친다. 솔직히 재밌다. 원인이야 어떻든 심장이 뛰니까. 유튜버 박막례 선생님 가라사대, 나이가 들면 심장 뛰는 일은 부정맥뿐이다. 그러니 기대되고 재밌는 일을 만들어야 나이 들어서도 살맛이 난다고 하셨다. 막례 선생님은 계모임 같은 것을 추천했지만, <사람과 고기>의 세 사람은 고기 먹고 튀기를 선택한다. 식욕과 육식은 삶의 활력을 상징한다. 좋은 것을 먹고 싶다는 욕망은 원초적이고 인간적이다. 먹는 것과 떨어진다면 삶과 결별할 수밖에 없다. ‘살맛’이 ‘살맛 나는’ 경험이 되는 순간 삼인방의 생활에 윤기가 돌기 시작한다.
어느새 정기 모임이 된 무전취식에는 나름대로의 원칙이 있다. 이들은 장소를 꼼꼼하게 선정하고 들키지 않으려고 다양한 전략을 짠다. 옷이나 소품을 활용하고, 부부인 척 연기하거나, 담배 피우는 척을 한다. 새로운 일투성이다. 선불결제나 키오스크, 가게 내부 화장실 같은 변수와 맞닥뜨렸을 때 계획이 실패하는 것조차 요즘 말로 하면 도파민이 솟는 경험이다. 종업원과 추격전을 벌일 때, 불편한 다리로 토할 때까지 뛰면서 이들은 배가 찢어지게 웃는다. 무전취식으로 살아 있음을 느낀다는 것은, 화진의 손자가 보이는 반응처럼 어이없거나 황당하기도 하다. 하지만 행위의 도덕적이거나 법적인 평가보다 의미를 살펴보는 것이 예술의 역할이다. 사람들이 뭐라고 욕하는지 보라는 손자의 말에 화진은 항변한다. “늙었으니까, 세상 사람들 불편하지 않게 한쪽 구석에 찌그러져 있다가 그냥 죽으라구?” 빈곤한데, 빈곤하기 때문에 많은 것을 박탈당하고 그래서 추해진다. 그런데 그마저 티내지 말라고 압박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민폐 끼치지 않으려면, 형준의 친구처럼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굶어 죽는 수밖에 없다. 삼인방은 빈곤 노인을 투명인간으로 취급하는 세계에서 착한 시체보다 불편하고 짜증 나는 노인네가 되기를 선택한다. 돈을 내지 않고 도망칠 때 비로소 세상은 그들을 유심히 보고, 법적 책임과 존엄성이 있는 한 명의 인간으로 취급한다. 판사가 삼인방에게 오만하게 읊는 판결문처럼, 지불의 의무 앞에서만 세 사람은 인격과 품위가 있는 어르신으로 둔갑한다. 젊은 고깃집 사장은 부도덕한 노인을 모욕하며, 떳떳하게 벌어먹는 자신과 노동의 신성함을 과시한다. 그 가게가 부모의 돈으로 차린 것이라는 사실은 품위와 도덕적 우위마저 계급적 특권으로 작동하는 암울한 현실을 반영한다. 답답한 행정절차 때문에 분노한 형준이 난동을 부릴 때에도 그것이 노인 개인의 행실 문제로 보이듯이.
“언젠가 다 똑같은 고기가 될 모든 사람들을 위한 영화.” 김철홍 평론가의 말이다. 사람과 고기를 나누는 경계는 사실 매우 희미하다. 누구도 노화와 죽음을 피해갈 수 없다. 해밍웨이가 <노인과 바다>로 기어이 패배하지 않는 인간의 정신을 그려냈다면, <사람과 고기>는 나이가 들더라도 꺾이지 않는 삶에 대한 애정과 가난하더라도 포기하고 싶지 않은 기쁨을 이야기한다. 노인빈곤 문제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면서도 영화는 시종일관 농담을 던진다. 가난한 노인이지만 삼인방이 마냥 선량하거나 무해한 인물이 아니라는 사실 또한 매력적이다. 서로 과거사를 풀어놓을 때 이런 점이 더욱 두드러진다. 연기 인생 도합 160년이 넘는다는 홍보 카피에 걸맞게 박근형, 장용, 예수정은 영화의 얼굴에 생생한 주름과 표정을 새겨 놓았다. <사람과 고기>는 개봉 2주 만인 25일에 누적 관객수 2만명을 돌파했고, 관객들의 응원에 힙입어 3주차에 상영관이 늘어나는 ‘역주행’을 이루어냈다. 독립영화가 극악한 시간대에, 그것도 수도권 위주로만 상영되는 문제가 최근 다시 제기되었다. 작고 깊은 이야기들이 더 다양한 경로로 많은 관객들에게 닿기를 바라며, 제목만 보고 뒷걸음질 쳤던 분들에게 외치고 싶다. 우리 <사람과 고기> 고어 영화 아닙니다. 겁먹지 말고 봐주시길.
<이진송>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서울과 경기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 등으로 묶은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아파트 매수 심리와 가격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2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동향 자료를 보면, 10월 넷째주(2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전주 대비 2.2포인트 내린 103.2로 9주 만에 하락 전환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0.23% 상승해 전주(0.50%)보다 오름폭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서울의 집값 ‘불장’이 진정됐다기보다는 조정기·관망세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고강도 대책이라도, 달궈진 시장 에너지가 쉬 잡힐 리 없다. 지금도 시장엔 갭투자로 집 사고 ‘집값 떨어지면 집 사라’ 한 이상경 전 국토교통부 차관, 강남에 두 채 있는 집 하나를 팔겠다면서도 시세보다 4억원 비싸게 내놓은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남긴 상처와 불신이 크다. 지난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이 1주 새 10%포인트 떨어진 데도 10·15 규제로 파생된 불편·혼선과 정책 당국자들의 내로남불 행태에 화난 ‘부동산 민심’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밝힌 대로, 10·15 대책은 집값 상승 압박과 투기 수요가 커진 서울과 수도권 주택 시장에 비상 대응한 것이고, 제2·제3의 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놓을 시간을 번 것으로 볼 수 있다.
부동산은 규제·세제·공급의 세 바퀴가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야 답을 찾을 수 있는 고차방정식이다. 지금 급한 건 이번 대책 후 실수요자 불편과 전월세 가격 상승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정부·여당은 손에 잡히는 실효적 공급대책을 하루라도 빨리 내놓아야 한다. 집값이 오르면 보유세 부담도 오르도록 하는 세제 개선 로드맵도 제시해야 한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정의 차원에서라도 너무 낮은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을 점차 정상화할 때가 됐다. 나아가 이재명 대통령이 근본적인 집값 안정책으로 제시한 지역균형발전의 구체적이고 과감한 실행안도 시급히 내놔야 한다. 서울 집중 현상을 완화하면 서울 주택 수요도 줄어들 것이다.
한번 불붙은 부동산 시장을 일거에 잡을 특효약은 없다. 꾸준히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처방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려면 정책의 일관성과 합리성이 확보돼야 한다. 지금은 집값 안정을 위한 정책 골든타임이 조금 늘어난 것에 불과하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주간경향] 긴급전화 ‘109’.
불이 났을 때 119에 전화하듯 마음에 ‘죽고 싶다’는 불이 났을 때, 그 불을 끄기 위한 번호. 자살예방 상담전화 번호다. 지난 10월 17일 서울 중구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내 자살예방 상담전화 콜센터 2센터가 새롭게 문을 열었다. 전화 응답률(응대율)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2센터에 상담인력 40명을 새로 고용하면서 기존 1센터 100명에 더해 전체 상담인력이 140명으로 늘었다.
지난 10월 29일 오후 찾은 2센터 상담실에선 상담사들이 칸막이 사이로 모니터를 응시하며 상담을 진행하고 있었다. 상담실 내 벽면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에는 당일 전체 전화 건수와 응답, 포기, 대기 전화 건수 등 상담 현황이 실시간으로 표출됐다. 저녁을 지나 밤이 되면 상담전화 건수가 대폭 늘어난다.
“나는 너무 급하고 누군가를 붙들고 얘기하고 싶은데, 밤에는 얘기할 사람이 없거든요. 고요해지고 대인관계가 줄어드는 밤에 불안이 심해지기도 해요. 그럴 때(다른 기관들이 문을 닫을 때) ‘109’가 보호망이라고 생각해요.” 박연숙 자살예방 상담전화 콜센터 2센터장의 말이다. 자살예방 상담전화는 24시간 운영한다.
정부는 2024년 1월부터 기존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을 비롯해 8개 기관 상담전화를 ‘109’로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박 센터장은 “‘109’로 번호가 통합된 이후 전년 동기보다 상담 수요가 40% 이상 증가했다”며 “‘109’로 통합 개편한 것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하면서 상담 수요가 늘었다고 보고 응대율을 개선해보자는 취지에서 2센터를 개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자살예방 상담전화 인입량은 2023년 상반기 월 1만8304건에서 2024년 상반기 월 2만6843건, 올해 상반기 월 2만8416건으로 늘었다.
2센터에는 하루평균 160건의 상담전화가 걸려온다. 어떤 어려움을 호소할까. 2센터는 10월 개소해 아직 유의미한 통계가 나오진 않았지만 상담 내용은 주로 가정불화, 대인관계 문제, 정신과적 문제, 생활고, 신체적 질환 등의 복합적인 문제를 호소한다고 박 센터장은 말했다. 그는 “전화를 하신 분들은 그런 상황이 다 연결돼서 분노, 답답함, 자신감 하락, 자책, 인간관계 두려움 등을 표현한다”면서 “직장인은 일이 안 되고 아이를 키운다면 양육이 어렵고 학생이라면 공부에 집중하기 어렵고…. 극심한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면서 이렇게 일상이 무너지는 상황에 부닥쳐 있다고 말한다”고 했다.
“상담사나 사례관리사분들과 이야기해보면 전화를 한 분들이 ‘내가 자살 계획을 실행으로 옮기기 전에 누구라도 붙잡고 한마디라도 하려고 전화했다’, ‘나 혼자만 왜 이렇게 힘든가’, ‘이제 내게 남은 선택지나 대안은 없다’ 이런 말들을 한다고 해요. 이런 상황에선 내가 무엇을 활용하면 좋을지, 누가 도움이 될지 등 아무런 생각이 없어져요. 무망감과 함께 사고체계가 멈추는 거죠. 자신이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조차 인식하기 어려운 경우들도 있어요.”
‘109’는 ‘한 명의 생명(1)도, 자살 zero(0), 구하자(9) 빨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109’ 상담은 자살 고위험군 대응이 중요한 업무다. 지금 당장 자살을 계획하거나 실행 단계에서 109로 전화를 걸어온다. 콜센터에서는 위기 상황이 포착되면 상담사가 전화를 건 사람의 안정을 위해 통화를 지속하면서 경찰에 신고, 긴급 출동이 이뤄지도록 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상담전화를 끊고 난 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피상담자에게 지역 내 정신건강복지센터, 자살예방센터, 가족센터, 청소년상담기관 등 상담기관을 안내한다. 상황에 따라 당사자 동의를 얻어 직접 지역 기관에 연결해준다.
상담기관뿐만 아니라 교제폭력이나 가정폭력, 금융·부채·도박·중독 등의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기관도 안내하거나 연결해준다. 박 센터장은 “상담사들이 노련하게 대응하고 있지만 예상 밖의 어려움을 이야기한다고 했을 때, 상담하면서 바로 검색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어서 최대한 지원 기관을 찾아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109’에 전화하기조차 주저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1분이라도 좋으니까 전화를 걸어 말 한마디 하는 한 걸음을 내디뎌 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희가 판단하지 않고 듣고 격려하고 해결책도 고민해보겠다고요. ‘109’가 기다리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최근 3년간 자살예방 상담전화 응답률’ 자료에 따르면 응답률은 2023년 55.7%, 2024년 56.7%에서 올해 상반기 49.0%에 그쳤다. 정부는 2센터 개소로 응답률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지만, 상담 수요도 늘고 있다. 인력이 충분치 않은 데다 업무 강도가 높아 상담사들의 소진(번아웃) 문제도 심각하다는 지적도 계속 있었다. 박 센터장은 “‘109’는 긴급 위기 상담하면서 일반적 상담도 해야 해서 상담사의 전문성, 역량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충분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상담사들이 심리적·신체적 증상으로 나타나는 대리외상 문제를 겪을 수 있어서 상담사 대상 상담을 진행하고 예방 교육을 강화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국에선 하루 4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가 지난 9월 25일 발표한 ‘2024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살 사망자 수는 1만4872명(하루평균 40.6명)으로 전년보다 894명(6.4%) 늘었다. 자살률(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은 29.1명으로 전년 대비 6.6%(1.8명) 증가했다.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다른 나라와 비교를 위해 연령 표준화한 자살률은 26.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OECD 평균(10.8명)에 비해 2.4배 높고, 두 번째로 자살률이 높은 리투아니아(18.0명)와의 격차도 크다.
2003년 이후 OECD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쓰고 있음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최근 3년새 자살률 증가세를 보이는 데다 연령·지역별로도 자살률 격차가 존재해 자살 원인과 예방 대책을 찾는 일이 복잡해지고 있다. 자살 사망자 수는 2022년 1만2906명, 2023년 1만3978명, 2024년 1만4872명으로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자살 사망자 수가 7067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연령별 사망원인을 보면 10대, 20대, 30대, 40대 모두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었는데, 40대는 자살이 처음으로 암을 넘어서 사망원인 1위를 기록했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인구감소지역의 자살률은 36.3명으로 비인구감소지역 29.5명보다 많았다.
전문가들은 자살률이 증가하는 것과 관련해 생애주기별로 겪는 개인적·사회경제적 어려움이 다양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시행하는 심리부검 결과에 따르면 자살 사망자는 사망 전 평균 4.3개의 스트레스를 복합적으로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도한 경쟁구조, 실패·낙오에 대한 부정적 시각, 사회안전망 부족, 정신과 진료 및 심리치료 기피 분위기, 유명인의 자살과 자극적인 보도, 지역의 정신건강·자살대응 인력 부족 등이 자살률이 높은 이유로 꼽힌다.
이아라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대형 사회적 재난 몇 년 뒤 자살률이 오르는 경향이 있는데 코로나19 팬데믹 때 사회적 고립, 경제적 어려움 등 스트레스 요인이 많았다. 억눌렸던 그 스트레스 요인이 자살률 증가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사회적·경제적 어려움도 크기 때문에 사회적 영향이 적지 않게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예전과 비교해 ‘자살률 증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잘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월 자살을 ‘사회적 재난’이라 규정하고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정부는 지난 9월 12일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제9차 자살예방정책위원회를 열고 ‘2025 국가자살예방전략’을 의결했다. 5년 이내에 연간 자살 사망자 수를 1만명 아래로 줄이고, 2034년엔 자살률을 17명 이하로 낮추겠다는 목표로 제시했다.
자살예방전략으로 고위험군 집중 대응 부분이 눈에 띈다. 자살 시도자가 발생했을 때 경찰·소방의 출동, 응급실 동행, 심리지원 등 지자체 자살예방센터의 즉각 개입을 강화한다. 자살예방센터 인력을 현재 센터당 2.6명에서 내년 5명으로 늘린다. 응급실 내원자를 대상으로 응급 치료와 사례관리를 제공하는 위기대응센터를 92곳에서 내년 98곳으로 늘린다. 치료비·심리검사 지원 소득기준(현 기준준위소득 120% 이하)을 폐지한다. 내년 자살예방 관련 예산은 올해 562억원에서 내년 708억원으로 26% 증액했다.
정부가 자살예방 대책을 강화하고는 있지만, 현장에선 충분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아라 교수는 “응급실 위기대응센터를 운영하면서 자살 시도 경험이 있는 고위험군을 사후관리했더니 그렇지 않은 대비군에 비해 자살 사망률이 3분의 1로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고위험군 개입은 굉장히 중요하다”며 “다만 시범사업이다 보니 치료비 지원액 100만원으로는 입원을 충분히 하지 못하는 환자들도 있다. 현장에서 경제적 어려움으로 입원비를 걱정하는 환자들을 보면 안타깝다. 실질적인 지원이 더 늘어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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