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크 [논설위원의 단도직입] “트럼프, 저리 손 내미는데…김정은과 만날 가능성 50% 이상”
작성일 25-11-02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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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또또링2 조회 5회 댓글 0건본문
한국 정치의 굵은 변곡점엔 ‘김종인’이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다. 5번의 국회 비례대표를 지내며 민주정의당·새천년민주당·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을 오갔고, 정치적 위기에 놓인 여야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선거 승리·당 체질 개선·주류 교체를 이끌었다. 국민의힘 계열 정당에선 경제민주화·복지를, 더불어민주당에선 당내 민주화·혁신을 주창했다. 여야를 넘나드는 김종인식 정치가 ‘쓸모 있는’ 건 전권을 요구해 ‘차르’ 별명이 붙은 강력한 리더십과 중도 합리주의를 지향하는 그의 정치관 때문이다. 이념적 차이가 크지 않은 한국 정당의 구조적 요인도 있다.
지난 7월 이재명 대통령이 그를 대미특사로 내정해 정치 복귀 신호가 전해졌다. 과거 도널드 트럼프를 ‘광인 정치’라고 한 글이 문제가 돼 일주일 만에 특사 내정이 취소됐지만 지금도 그에게 한·미 관세협상,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타진하는 정·재계 인사들이 많다고 한다. 그는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을 주도했으며 미국 공화당 인사들과 두터운 인연을 유지하고 있다.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둔 지난 23일 서울 마포 오피스텔에서 인터뷰하는 내내 그를 찾는 전화가 끊이지 않았다. 추가 현안은 전화로 인터뷰했다.
-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핵무기 보유국)라고 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 일정도 연장할 수 있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고 싶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APEC 기간에 가능성이 있을까요.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보면 회동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확률적으로 가능성이 50% 이상이라고 봅니다. 주한 미국대사대리에 북한 전문가인 케빈 김 전 국무부 부차관보가 부임했습니다. 김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주선하기 위한 인사라고 볼 수 있죠. 또 트럼프 대통령의 30일 오후 일정도 비어 있고 최근 북한이 판문점 일대 미화 작업도 했다잖아요. 이런 정황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 방한 일정 중에 두 정상이 만날 것 같습니다.”
- 북·미 정상 회동과 관련해 미국 정부의 움직임을 알 수 있는 구체적인 정보가 있나요.
“트럼프 대통령이 저렇게까지 말하고도 만나지 못하면 성격상 체면 구기는 일 아니겠습니까.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들어보니 미국이 상당히 많은 준비를 한 것 같습니다. 김 위원장도 세 과시를 위해서라도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싶을 겁니다.”
- 북·미 정상이 만나면 어떤 논의를 할까요. 회동을 위해 ‘핵보유국’ 발언을 했다 해도 이행 보장, 후속 조치 같은 난제가 있을 텐데요.
“김 위원장은 ‘비핵화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힐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미국 중심 세계 질서에 끌어들이는 데 공을 들일 겁니다. 북한이 지정학적으로 중국을 봉쇄하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적 성과를 내려면 북한을 설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거 미국과 베트남은 적대 관계였지만 관계 정상화 후 베트남이 발전했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 생각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단 만남을 성사시킨 뒤 비핵화로 가는 방향은 추후 논의할 것 같아요.”
- 하지만 북한이 러시아·중국과 연대하는 상황에서 미국 정상과의 회동은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지 않을까요. 당장 최선희 외무상이 러시아로 간 것만 봐도 그렇고요.
“최선희 외무상이 러시아·벨라루스로 간 건 북·미 정상 회동과는 아무 상관 없을 겁니다. 2019년 판문점 회동 때도 단둘이 만났잖아요.”
- 이 대통령이 ‘페이스메이커’를 약속했고 ‘(북·미 정상이) 회동한다면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지만 한국 역할론에 제한적·회의적 시각도 있습니다.
“우리 대통령이 빠진 회동이라 한국으로선 섭섭한 마음이 크겠지요.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이상 김 위원장이 우리 말을 들을 것 같지 않습니다. 이 대통령이 ‘페이스메이커’를 자처했다면 적극 나서서 북·미 정상이 만나는 계기를 만들었어야죠. 지난 8월 한·미 정상회담 직후라도 북한에 특사(정동영 통일부 장관)를 보냈어야 했는데 기회를 놓쳤습니다. 그런 노력이 없었으니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직접 관계 재정립에 나선 것 아니겠습니까.”
- 한·미 관세협상이 투자처 선정과 분할납부 방식 이견 등으로 여전히 교착 상태입니다.
“대통령실 대변인이 한·미 정상회담 후 협상이 너무 잘돼서 합의문을 작성할 필요가 없다고 했는데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어요. 뭐가 잘된 협상인지 아무 설명도 없다가 문제가 더 복잡해졌습니다. 우선 3500억달러(약 500조원)란 금액을 산출한 배경이 의문입니다. 우리가 제의했다면 협상 담당자들이 한국 경제를 제대로 알고 그런 건지 의아합니다. ‘트럼프식 협상’은 공개적으로 말한 내용에서 물러나지 않는 게 특징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3500억달러 직접투자를 말했는데 다른 방식을 받아들일까요. 트럼프 대통령이 결단하기 전엔 관세협상 타결은 쉽지 않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중간선거에서 승리하지 않으면 자기 정책을 밀고 나갈 수 없기 때문에 자신 있게 선언한 문제는 반드시 밀어붙일 겁니다.”
-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감내 가능한 범위’를 말했습니다. 국익 우선 협상을 강조한 건데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정부에 ‘공정하게 대하라’고 했습니다. 정부 협상단은 우리 경제력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 한·미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뒤 액수를 제시했어야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APEC에 오기 전 일본과 이면협상문에 새로 서명한 것도 우리로선 추가 압박이 될 수 있습니다. 사견이지만 1500억달러를 제외한 2000억달러를 먼저 합의하는 게 낫다고 봅니다. 내가 협상단장이라면 인내를 갖고 트럼프 대통령의 심중이 변하길 기다리는 방법을 택하겠습니다. 그동안 정부는 협상의 국익이 무엇인지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합니다. 실무 차원에서도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왜 협상장에 가고 협상 내용을 발표합니까. 그러면 협상의 모든 책임을 대통령이 져야 합니다. 미국처럼 내각 중심으로 협상에 임했어야 합니다.”
-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준비되면 나도 준비한다’고 했는데 무슨 뜻일까요. 관세협상에 대한 미국 내부 분위기는 어떤가요.
“미국 요구에 대한 한국 정부의 수용 여부를 압박한 말입니다. (미국은) 한국이 그동안 너무 과장된 표현을 했다는 기류입니다. 개인적으론 지금 우리 모습이 1980년대 일본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일본은 ‘21세기가 되면 일본이 미국을 능가한다’고 공언했죠. 그러자 미국이 일본에 환율과 반도체로 압력을 행사했고, 그 여파로 일본 반도체 산업이 무너졌습니다. 한국 경제는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초입에 들어간 형국입니다. 관세협상 후 미국의 경제적 압력이 세지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국익 우선 협상을 하되 그런 사태가 오지 않도록 세심하게 접근해야 할 때입니다.”(인터뷰 중 ‘관세협상 쉽지 않다’는 미국 측 입장을 전하는 지인의 전화가 걸려왔다.)
- 정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대출규제 부동산 대책을 두고 현금부자만 좋은 정책, 집값 상승을 막을 최선의 방법이라는 의견이 팽팽합니다.
“경제성장이 더디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분야가 부동산 건설경기입니다. 부동산 경기가 안 풀리면 성장률 압박이 세져서 이를(부동산 건설경기) 풀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서울시 전체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식으론 부동산 투기 근절이 불가능합니다. 또 세금으로 부동산 투기를 억제할 수 있다는 것도 말이 안 됩니다. 일시적인 충격효과는 있지만, 충격에 적응하면 더 이상 효과가 없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실패한 이유 아닙니까.”
- 여권 내부의 입장 차이도 보입니다.
“경제관료들은 세금 인상, 공급 위주 대책을 선호합니다. 공급은 단기 효과가 불분명한 데다 당장 선거를 앞두고 보유세 인상도 어려울 겁니다. 재산세를 인상한다는 말인데 어떤 정당이 정치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대책을 내놓겠습니까.”
- 1990년 노태우 정부 경제수석 당시 재벌의 비업무용 토지 4800만평을 매각하는 정책으로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켰다고 알려졌습니다.
“집을 한 채 갖고 있는 사람이 주거 목적이 아니라 여러 채 사서 돈벌이하는 게 부동산 투기입니다. 이건 반드시 막아야 합니다. 부동산은 금리 인하 등 여러 요인에 의해 가격이 오릅니다. 무조건 억제한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때그때 수요·공급의 기본 원칙을 지키면서 대책을 세우는 것밖엔 방법이 없습니다. 이걸 무시하고 세금, 대출규제로 옥죄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공급 대책은 장기적인 해결책이지만 무한정 할 수는 없습니다. 수요를 억제하려면 ‘자금 공급’이 어디서 가능할지 생각해야 합니다.”
- 이재명 정부의 ‘실용주의’에 대한 평가를 듣고 싶습니다.
“구조를 바꾸는 데 집중하는 거 보면 실용주의 정부가 맞습니다. 다만 실용주의는 성과가 있어야 하는데 노력한 만큼 아직 성과가 큰 것 같진 않습니다. 이 대통령이 말을 너무 많이 하는 건 반드시 고쳐야 합니다. 사정기관 개혁처럼 국민 생활에 직접 관련 없는 말은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출범 5개월이 됐는데도 국가적 어젠다가 없는 게 문제입니다. 이 대통령 말도 현안 대응 위주라 안타깝습니다.”
- 정권 초반인데 당·청 불협화음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조희대 대 김현지’만 보이고 ‘대통령이 사라졌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여당이 대통령의 부담이 된 현실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사법부 개혁 목표가 뭔지 표출하지 않으면서 법원 공격, 재판소원제 도입에 속도를 내는 건 말이 안 됩니다. 출범 5개월이면 정권이 안정된 상태여야 하는데 여당 내부에서 국민이 불안한 마음을 갖게 하는 언사가 나오니 대통령 지지율이 내려갈 수밖에요. 지난 대선의 이 대통령 득표율 49.4%는 2022년 대선 때보다 불과 1.6%포인트 높을 뿐이란 걸 여당은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정치해야 합니다.”
- 여야 대치 정국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정치 실종’ 현상이 심각합니다.
“상대방을 공격하는 정치로는 성공할 수 없단 걸 경험하고도 못 고치는 게 문제입니다. 국민의힘이 윤석열 정권 내내 이재명 사법리스크만 떠들다 정권을 뺏겼는데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내란 청산만 외치고 있습니다. (내란 후폭풍이) 크게 소용돌이치는 것도 아닌데 내란 청산에만 관심 쏟으면 미래를 생각하는 국민 불안만 커집니다. 내란을 막았던 우리 국민들의 수준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알아야 하는데 정치가 민주주의도 모르고 미래도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 걱정입니다.”
- 당원중심주의로 바뀐 정당 구조에서 정치인들이 당원과의 폭넓은 소통보다 강성 당원·지지층만 바라보는 정치에 매몰된 것 같습니다.
“정치인들이 정치 못하는 핑계를 댈 게 없으니 ‘당원 뜻’을 앞세우는 거죠. 당원 뜻만 갖고 국가가 운영이 됩니까. 당원 뜻이라 해도 강성 당원만 바라보고 당원중심주의를 말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권을 잡은 세력은 너그럽고 포용적이어야 하는데 여권 내부가 갈라치기 언행이 잦아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사법개혁만 해도 이 대통령 재판 때문이란 걸 국민들은 압니다. 경기지사 때 선거법 파기환송했던 대법원은 천사고 지금은 악마인가요. 자기 정치의 목적을 솔직히 말하지 않고 전부 개혁으로 포장하려는 게 심각한 문제입니다. 여론을 보면 민주당 적극지지 25%, 국민의힘 적극지지 25%예요. 나머지 50%에 따라 정권의 향배가 결정된단 걸 잊으면 안 됩니다.”
- 국민의힘이 김현지 대통령실 1부속실장의 국정감사 출석 문제를 쟁점화하고 있습니다.
“아니, 김 실장이 총무비서관 역할 수행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과거 언행까지 끄집어내는 게 실익이 있나요. 대통령을 공격하기 위한 수단으로 김 실장을 이용하는 거 아닙니까. 김 실장 무게만 키울 뿐 성공할 수 없는 전략입니다.”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면회로 안팎의 뭇매를 맞고 있습니다.
“내란을 사죄하고 당을 혁신해야 할 당대표가 되레 윤석열을 옹호하다니, 왜 정권을 뺏겼는지 기본적인 인식이 없는 것 같아요. 강성 지지층을 동원해 ‘윤 어게인’을 외치고 대표가 되니 권력 유지를 위해서라도 저런 행보를 할 수밖에 없겠지요. 국민의힘은 두 번 탄핵받은 근본 원인을 해결해야 부활 가능합니다. 민심을 전혀 모른단 것이 잇단 탄핵의 원인 아닙니까. 일부 여론조사에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해볼 만하다고 기대하는데 민심을 오독하면 뜻대로 안 될 겁니다.”
- 장 대표가 극우·우경화 행보를 멈출까요. 그러면 국민의힘은 건강한 보수정당으로 변할 거라 보나요.
“내년 지방선거가 임박하면 장 대표도 변할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 해도 당내 인적구성 때문에 지방선거 전에는 환골탈태가 어려울 겁니다. 비대위원장을 맡아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준비할 때 ‘우리 당 능력이(후보가) 없으니 안철수로 단일화하자’고 하는 중진 의원들 말 듣고 한심하고 기가 막혔죠. 민생 정책, 국제적 화두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대안 세력으로 자리매김해야 하는데 저렇게 과거에만 얽매어 있으니 건강한 보수세력이 될 수 있겠습니까.”
- 한동훈·유승민 역할론에 기대를 거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한동훈 전 대표가 민심 행보 중인데 잘하고 있는 겁니다. 내 생각엔 한 전 대표는 지방선거나 재보궐선거에 관심 갖지 말고 지방선거 뒤 당 세력 개편이 시작될 때 나서는 게 본인이나 당을 위해 낫다고 봅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미 지나간 세대의 정치인이라 큰 역할이 없을 겁니다.”
- 내년 6·3 지방선거 의미와 승부를 어떻게 전망하나요.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유리할 거라 예상했지만 요즘 여론조사 보니 예상대로 안 되는 흐름도 보이네요. 이 대통령도 지방선거 전 대한민국 좌표를 설정하고, 그 좌표를 풀어갈 능력을 인정받아야 여당 승리에 기여할 수 있을 겁니다. 지방선거에선 서울시장 선거가 언제나 최대 상수입니다. 서울은 시민 영향력이 가장 센 곳입니다. 자유당·공화당이 망한 것도 서울시장 패배가 원인이었고, 전두환도 서울시장을 뺏겨서 민주화를 안 할 수 없었죠. 김대중 전 대통령도 조순 서울시장 당선으로 회생했습니다.”
- 국민의힘에선 오세훈 서울시장 출마가 유력해 보이는데 여권 후보 중 ‘오세훈 대항마’를 꼽는다면.
“오 시장은 강남 몰표를 갖고 있는 게 강점입니다. 그러나 5번째 출마라 시민들이 지루해할 수 있고, 큰 업적도 없습니다. 민주당이 새롭고 유능한 인물을 후보로 내면 서울시장이 바뀔 수 있습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차기 대선도 생각하는데 굳이 서울시장 선거에 나설 필요 없을 거라고 생각할 겁니다. 강훈식 비서실장 출마설도 들었는데 비서실장이 서울시장 선거에 도움 되는 이력도 아니고 무엇보다 충청 출신이라 서울시민들이 잘 몰라서 ‘내 시장’으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아요.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은 조국혁신당 깃발로는 안 됩니다. 민주당과 합당해 내부에서 경쟁할 수도 있겠지만 민주당이 의석도 많은데 굳이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반길까요.”
- 오 시장은 이른바 ‘명태균 리스크’가 출마의 최대 변수라는 말도 있습니다.
“이미 지나간 일이고 오 시장이 명태균 그 사람 때문에 서울시장에 당선된 것도 아닙니다.”
“아주 성공적인 회담이 될 것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는 아주 강경한 협상가죠. 이건 별로 좋지 않습니다. 하하. 우리는 서로를 잘 압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미·중 정상회담이 열린 부산 김해국제공항 나래마루에서 6년 4개월여 만에 마주한 시 주석과 악수하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상징하는 듯한 빨간 넥타이를 매고 먼저 회담장에 도착해 시 주석을 맞이했다. 발언 중엔 시 주석을 보고 웃음 짓거나 그의 등을 두드리기도 했다. 시 주석은 무표정에 가까운 옅은 미소로 일관해 온도 차를 보였다.
정상회담은 오전 11시7분쯤 트럼프 대통령의 화기애애한 모두발언으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을 “나의 오랜 친구” “매우 기품있고 존경받는 중국 주석” “위대한 나라의 위대한 지도자” 등으로 칭했다. 이어 “우리는 이미 많은 것에 합의했는데 회담에서 더 많은 합의를 하려 한다”며 “우리가 오랫동안 환상적인 관계를 이어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도 화답하듯 덕담했으나 뼈 있는 발언을 되돌려줬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 휴전에 기여하는 등 세계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추켜세우면서도 “우리의 의견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며 세계를 선도하는 두 경제 대국이 때때로 마찰을 빚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과 미국은 파트너이자 친구여야 한다”며 “세계 대국으로서 전 세계에 공동으로 큰 책임을 진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는 시 주석의 모두발언이 ‘우정’을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보다는 단호하고 냉정한 톤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날 정상회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핵무기 실험 재개를 지시했다’고 밝히면서 회담장엔 한층 긴장감이 돌았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1시간여 앞두고 갑자기 핵 실험을 거론한 것은 중국에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됐다. 이날 회담이 비공개로 전환되기 직전 트럼프 대통령은 ‘왜 핵 프로그램을 바꿨나’라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기도 했으나 “모두 정말 감사하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정상회담은 약 1시간40분 만에 종료됐다.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당시 ‘무역 담판’이 이뤄진 시간(60분)에 비교하면 이번 회담이 두 배 가까이 길었다. 회담을 마친 두 정상은 밖으로 나와 나란히 서서 악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귓속말했고 시 주석이 고개를 끄덕이는 장면도 포착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전용기에 올라 한국을 떠났다.
시 주석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로 이동했다. 그가 한국에 방문한 건 2014년 7월 이후 11년여 만이다. 시 주석은 이날 김해국제공항으로 입국해 조현 외교부 장관 등의 영접을 받고 의장대를 사열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최고 수준의 예우를 상징하는 예포 21발도 발사됐다.
모든 시대에는 경계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선을 긋고, 안과 밖을 나눈다. 선을 긋는 행위는 언제나 단순하고, 그 단순함은 안도감을 준다. 선이 명확할수록 안쪽은 더 안전해 보인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의 정치적 상상력은 언제나 “경계가 분명한 공동체(bounded community)”를 향한다.
역설적이게도, 그런 공동체는 위협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안쪽의 질서를 지키려면, 언제나 바깥의 혼란이 필요하다. 적이 사라지는 순간, 내부의 결속도 함께 무너진다. 그들은 그것을 본능적으로 안다. 그래서 적이 사라지면, 새로운 적을 찾아 나선다. 마치 사라진 신을 대신해 새로운 신을 만드는 신학자처럼. 의도라기보다 습관이며, 습관이라기보다 거의 반사에 가깝다. 인류의 오래된 방어기제가 정치의 본능으로 굳어진 셈이다.
냉전의 시절, 그 적은 분명했다. 북한이었다. 반공은 신앙이었고, 신앙에는 어둠이 필요했다. 그 어둠이 체제를 비춰주는 등불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며 그 빛은 희미해졌다. 젊은 세대에게 북한은 더 이상 실감나는 공포가 아니다. 북한의 안보적 위험이 줄어들었다는 뜻이 아니라, 북한의 한국정치적 효용이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뉴스 속 숫자, 교과서의 낡은 단어, 인터넷 밈의 소재로만 남았다. ‘실감나지 않는 적’이 된 것이다. 그런 ‘적’은 더 이상 정치를 움직이지 않는다.
본능적 더듬이는 즉각 발동했다. 시선은 북쪽에서 서쪽으로 향했다. 이번엔 이념이 아니라 문명이다. 이념의 향기를 남기되, 정치·경제·문화를 버무렸다. “전체주의적 중국 대 자유로운 한국.” 간단하고, 강렬하고, 무엇보다 익숙하다. 한국을 공산화하려 했던 기억과 “짱깨”라는 은폐된 문화적 우월감이 절묘하게 섞였다. 중국은 이제 선거판을 흔들고, 인해전술처럼 몰려오는 관광객으로 재해석된다.
그러나 정치의 연극은 오래가지 못한다. 무대의 조명이 너무 밝아지면, 관객은 세트의 허술함을 알아차린다. 중국은 너무 크고, 너무 가까워졌다. 수출도, 관광도, 문화도, 심지어 인구 구조까지 이미 얽혀 있다. 너무 거대한 적은 두렵지만, 정치적으로는 쓸모가 없다. 적은 실감나야 한다. 마을 뒷산을 오르며 적과의 한판 결투를 준비하는 자가 에베레스트산을 적으로 삼을 순 없다. 적은 반드시 손에 잡혀야 한다. 적어도, 그런 상상이 가능해야 한다.
그러면 다음은 어디일까. 혹여 시선이 안으로, 그리고 아래로 떨어지지 않을까. 거리의 식당, 공사장, 양계장, 물류창고. 이주노동자들이 일하는 곳이다. 그들은 낯선 언어로 주문을 받고, 낯선 이름으로 서명한다.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사람들. 그들의 존재는 언제나 안과 밖 사이에 있다. ‘안의 타자’, 정치가 가장 사랑하는 재료다. 그들은 외부인이면서 내부에 있다. 손에 닿고, 눈에 보인다. 이보다 더 ‘실감나는 적’은 없다.
이 장면은 낯설지 않다. 영국의 브렉시트 캠페인은 “폴란드인이 당신 일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문장 하나로 불안을 조직했다. 미국의 트럼프는 ‘남쪽 국경’이라는 거대한 무대를 만들었다. 스웨덴과 프랑스에서는 난민이 ‘안보의 문제’로 전환되었다.
불안의 방향이 바깥에서 아래로 향하는 순간, 사회는 도덕적 근육을 잃는다. 더 이상 약자를 돌보는 힘이 아니라, 약자를 찾아 응징하는 힘만 남는다. 불안은 언제나 아래로 흐른다. 물처럼, 중력처럼. 그리고 그 아래에는 언제나 노동이 있다.
한국의 산업은 여전히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의 그림자 속에 있다. 그 토대를 지탱하는 손들이 바로 그들이다. 필요하지만 불편한 공존. 그런 불편함이 혐오로 바뀌는 데엔 오래 걸리지 않는다. 혐오의 언어는 언제나 간단하다. “우리의 일자리를 뺏는다.” 하지만 묘한 일이다. 그들이 떠나면, 그 일자리는 비어버린다. 아무도 가지 않는다. 적은 필요하지만, 노동은 원치 않는다.
움베르토 에코는 <장미의 이름>에서 “이단은 신앙의 그림자”라고 했다. 공동체도 마찬가지다. 적은 공동체의 그림자다. 그림자가 짙다는 건, 빛이 불안정하다는 뜻이다. 지금 우리가 보는 그림자의 형태는 우리가 다시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일 테다. 마치 오래된 집이 제 기둥을 태워 겨울을 버티듯이.
‘실감나는 적’을 만들어야만 따뜻해지는 집. 그 집은 오래가지 못한다. 그리고 아마 그 마지막 순간에, 그 집 안에는 아무 적도 남지 않을 것이다. 다만 벽에 비친 희미한 그림자 하나. 그것이 실은 우리의 얼굴이었음을.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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