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사이트 상위노출 [시선]몸이 녹는 한마디
작성일 25-10-22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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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또또링2 조회 7회 댓글 0건본문
경험상 마을의 나들이는, 가면서 버스와 휴게소에서 취하고 점심 회 한 접시에 취하고 바닷바람 쐬면서 취하고 돌아오는 길에 정신을 잃었던 기억이 대부분이다. 목적지도 여수 목포 순천 남해 거제 통영 등 해안 도시뿐이었다. 좀 바꿔보자고 우겼다. 맨날 보고 사는 게 노고단 자락이지만 지리산 건너편이 어찌 생겼는지 아시냐고 물었다. 허리 구부러지고 다리 휜 어르신들에게 모노레일이라는 거 타고 높은 곳에 올라가보자며 경남 함양으로 향했다.
가을비는 장인 구레나룻 밑에서도 피한다고 했다. 양도 적고 와봤자 약하다는 뜻이다. 더 이상 쓸모없기 힘들다는 가을비가 사선으로 내렸다. 여름 장마 때 대강 지나갔다고 여겼는지, 태풍 타고 오지 못해 서운했는지 비는 한을 품고 쏟아졌다. 모노레일이 제대로 운행될까 싶었다. 안 가본 곳에 가서 안 타본 것 타자고 제안한 것이 후회됐다. 노인 분들이 한 번쯤 다녀온 곳이면 날씨가 어떻든 덜 서운하실 텐데.
45명 가득 채운 버스가 고속도로에 올라서자 휴대폰이 울렸다. “낙뢰가 있어 모노레일 운영이 취소됐습니다.” 담당자는 친절하게 통보했다. 휴게소에서 내려 긴급 마을운영위원회를 열었다. 비 때문에 버스에서 못 내린 마을 분들은 뿌연 유리창을 손으로 훑어내며 밖에서 회의하는 사람들을 지켜봤다. 창문에 바짝 붙인 얼굴들 표정은 하늘만큼 무거웠다.
급하게 점심 예약을 수정해 시간을 앞당기고 이후 여정을 조정하기로 했다. 출발하면서 먹은 떡이 소화되기 전 식당에 도착했다. 뽀송한 실내에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어머니 한 분의 팔순잔치를 겸해 느긋하고 늘어지는 시간을 보냈다. 마을로 그냥 돌아가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을 때 다시 담당자에게 전화가 왔다. “어디신가요. 비는 오지만 바람이 잦아들고 벼락도 멈춰서 오후에 운행을 재개합니다.”
부랴부랴 움직였다. 손에 쥔 지팡이와 경주하듯 달렸다. 함양군청 담당자는 주차를 안내하고 매표를 도왔다. 어찌저찌 모든 분들이 구름을 뚫고 산에 올라 사진 한 장씩이라도 찍고 내려왔다. 어머니들은 절뚝이고 뒤뚱이며 젖은 몸으로 버스에 올랐고 하늘은 내내 비를 토했다. 나들이가 아니라 난리였다. 그다음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다음날 아침 죄스러운 마음으로 마을회관에 들어가니 어머니들이 점심 준비를 하다가 한마디씩 하셨다. “몸살 안 나셨소” “우째야쓰까, 아직도 힘들어 보이네” “우리 델꼬 다니느라고 힘들었지다(힘들었지요)” “우리는 재미났구마” “내년에 나 팔순도 거 가서 하고 잡네”.
진짜로 나들이가 좋으셨는지는 의심이 간다. 당신들끼리 이야기 나누시다가 소심한 이장이 속상해하지 않았을까, 의기소침하지 않게 달래줘야 하지 않을까 하고 의견을 모으신 듯하다. 사실이야 어떻든 상관없다. 웃으며 지켜보시던 오봉댁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애썼소.” 크으, 나직한 말씀에 몸이 녹는다.
비교적 흔한 사건임에도 이제는 전 국민이 샅샅이 내용을 알아버린 그 사건. 2022년 9월, 한 웹툰 작가의 자폐성 장애 아들에게 특수교사가 “싫어 죽겠어. 너 싫다고. 정말 싫어” 등 폭언을 반복한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 가 있다. 달라지는 아이 모습에 외투 속에 넣어 보낸 녹음기에 담긴 당시의 상황에 대해 2024년 2월 1심은 특수교사가 정서적 학대를 한 것이 맞다며 벌금 200만원 선고를 유예했다. 그러나 2025년 5월 항소심은 이를 무죄로 뒤집었다. 해당 녹음파일이 통신비밀보호법상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하는데 제3자가 녹음한 것이라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학대 여부 판단은 하지도 않았다. 검찰은 상고했다.
학대 사건 피해자를 지원하다 보면 다양한 녹음파일을 듣게 된다. 흐느낌이나 울음, 거친 호흡, ‘짝’ 하고 ‘퍽’ 하는 소리, 그리고 낮게 깔린 욕설. 이 모든 것을 붙잡아 두는 가장 쉬운 기술이 녹음이니까. 장애인 학대, 노인 학대, 아동 학대 등은 폐쇄회로(CC)TV나 블랙박스가 없는 사각지대에서 은밀하게 일어나는데, 피해자들이 일목요연하게 상황을 진술하기 어렵기 때문에 희미한 현장 녹음 한 가닥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모른다.
대화 당사자 아닌 제3자에 의한 녹음을 예외 없이 불법이라 보는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 그래서 제3자 녹음 학대 사건을 풀어가는 법원의 고민이 구불구불 복잡하기만 하다. 실제 있었던 판결들을 바탕으로 쉽게 설명하면 이러하다.
활동지원사가 거리낌 없이 중증 뇌병변 지적장애 여성 장애인에게 욕설과 조롱을 반복하는 모습을 법인 직원이 목격했다. 그 여성 장애인은 법인 산하 자립주택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법인으로서는 실체 파악을 위해 딱 하루만 그 주택 내부 소리를 녹음하기로 했다. 녹음이 되는 줄 몰랐던 활동지원사는 평소처럼 장애인을 때리고 욕하며 조롱했고, 그 음향과 음성은 고스란히 녹음기에 담겼다. 법 때문에 법원은 제출된 소리마다 각각 나눠서 증거능력을 판단했다. ‘때리는 소리’는 대화가 아니므로 증거가 되고, ‘조롱하고 욕하는 피고인의 목소리’는 ‘피해자가 녹음으로 증거를 수집하는 것에 추정적으로 동의한 것’이므로 공익 실현을 위해 증거능력을 인정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피고인은 처벌받았다.
10개월 된 아기를 아이돌보미에게 맡기며 혹시 몰라 켜둔 녹음기에 아이돌보미가 아기 엉덩이를 짝짝 때리는 소리, ‘미친놈’ ‘또라이’ 같은 욕설이 가득 담겨 있었다. 이 사건의 1심 법원은 아기를 향한 돌보미의 일방적인 욕설도 ‘돌보미와 아기의 대화’라며 증거능력을 부정했지만, 2심은 ‘대화가 아니고 비언어적 정보’라고 보아 통신비밀보호법 적용을 배제해 증거로 쓰게 해주었다. 피고인은 처벌받았다.
21개월 된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밥을 잘 먹지 않는다고 ‘먹지 마, 울지 마, 시끄러워, 귀 아파’라고 반복해 소리치면서 우는 아이를 몰아세우는 보육교사의 음성이 녹음된 사건도 있었다. 법원은 이 음성이 ‘대화’가 아닌 ‘비언어적 정보’라는 점을 근거로 녹음파일을 증거로 받아들였다. 통신비밀보호법이 이처럼 예외 없이 제3자의 녹음을 금지하는 이유를 거슬러 올라가면 1992년 대선과 맞물렸던 ‘초원복집’ 사건이 나온다. ‘불법 녹음 엄단’만을 외치며 1993년 제정된 통신비밀보호법이 시대의 변화를 담지 못하면서 학대 가해자들에게 괜한 면죄부를 주고 있는 것이다.
제3자 녹음은 늘 옳지도, 늘 그르지도 않다. 판례마다 예외를 쌓아 올리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기에 결국 법이 바뀌어야 한다. 입법부와 사법부가 함께 통신의 자유와 피해자 보호가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머리를 맞대서, 학대를 잡아내는 제3자의 녹음을 일정한 요건 아래 합법화해야 한다. 국회 입법 발의와 함께 이 사건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회부를 간절히 바라본다.
김태흠 충남지사가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지역으로 선정된 청양군과 사업 추진을 위한 지방비 분담 논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정부가 추진하는 해당 사업에 대해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는 비판적 입장을 거듭 드러냈다.
김 지사는 20일 민선 8기 4년차 시군 방문 일정으로 청양을 찾아 개최한 군민과의 대화에서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에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면서도 “청양군이 시범사업에 선정된 만큼 도비 지원 규모는 군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전국 인구감소지역 69개 군 중 공모를 통해 일부 지역을 선정해 1인당 월 15만원씩(연간 180만원)을 지역화폐로 2년간 지급하는 사업이다. 재원은 국비 40%, 지방비 60%다. 사업은 인구 소멸 위기에 대응하고 농촌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추진된다.
충남에서는 청양군이 유일하게 선정됐다.
김 지사는 “청양에도 공무원이나 생활이 넉넉한 사람이 있는데, 모두에게 15만원씩 주는 게 맞느냐”며 “정부가 시범사업을 한다면 전액 국비로 지원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청양군수가 1년간 쓸 수 있는 가용예산이 300억원 수준으로 이 사업을 하게 되면 절반으로 줄어드는데, 나머지 현안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청양이 시범지역에 선정돼 기쁘지만, 충남과 국가를 생각하면 제 마음이 너무 답답하다”고 했다.
앞서 김 지사는 지난 1일 도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농어촌 기본소득도 포퓰리즘으로 볼 수 있다”며 “소득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똑같이 지원하면 정작 필요한 소외계층에 촘촘한 지원이 어렵고 지방에 부채만 늘어난다”고 사업 반대 의사를 밝혔었다.
이날 김 지사는 청양·부여 지역의 지천댐 건설 문제와 관련해서는 “국가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며 “충남의 장기적 물 부족 해소와 홍수 조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지천댐은 청양군 장평면과 부여군 은산면 일원에 총저수용량 5천900만㎥ 규모로 건설되는 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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