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트 [책과 삶] 이민자 혹은 여행자, 낯선 땅서 경계 넘나드는 이들
작성일 25-10-14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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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또또링2 조회 3회 댓글 0건본문
소설에서의 이민은 ‘정착’과 엇갈려이들이 찾는 건 ‘아름답고 강한 혼자’
형국은 늦은 밤 홀로 족발에 소주를 마시는 아저씨다. 조금 특이하다면 그가 캐나다에 있다는 것뿐. 딸과 함께 캐나다로 이민 온 그는 목수로 일한다. “너무 사소해서 눈치챘다는 사실조차 자존심” 상하는 차별을 숱하게 참아내며 그는 교육청에 취직해 정규직 목수가 된다. 그가 새로운 세상의 경계에서 줄다리기하던 사이 아이는 자랐다. “아빠가 그러니까 내가 남의 눈치나 보는 사람으로 자랐어”라며 그를 원망하는 딸은 아버지에게서 점점 더 멀리 떠나 독립하려 한다.
소설은 형국의 딸 지나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직장을 구해 이사를 가게 되면서 시작한다. 형국은 딸의 이삿짐을 옮겨주기 위해 직장에 휴가를 내고 차를 몰아 캐나다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떠난다. 한때 딸과 함께 로드 트립을 하던 추억이 스쳐간다. 아내를 잃고 캐나다에 정착해 “직장을 바꿔가며 여섯 번의 취업 비자를 신청했고, 비자를 받지 못하면 캐나다를 떠나야 했으므로 나와 지나의 인생 전체를 판돈으로 놓고 게임을 하는 기분이 되곤” 했던 과거는 이제 지난 얘기다.
그러나 불안과 걱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딸의 문신을 보고 형국은 “네가 이상한 애로 보일까 봐 너무 걱정돼”라고 말하지만, 그런 걱정은 딸의 마음을 더 멀리 떠나게 할 뿐이다. 휴가 기간 캐나다에 두고 온 것들에 대해서도 생각한다. 얼마 전 회사에 들어온 후배이자 성소수자인 베리다. 직장 동료들은 논바이너리로 자신을 정체화하는 베리에게 “까다로운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며 차별한다.
파트타임 여행자반수연 지음문학동네 | 276쪽 | 1만7000원
소설집 <파트타임 여행자>의 수록작 ‘조각들’의 내용이다. 한국 이민자 서사를 밑바탕에 두고 진행되는 이야기는 세대와 계급, 젠더 등 다양한 경계로 인해 주류 사회에 속하지 못하는 이들의 모습을 중층적으로 그린다. 지난해 김승옥문학상 우수상을 받았다.
7편의 단편이 실린 책에는 이민자 혹은 여행자 등 경계를 오가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다. 통영 출신 저자 반수연은 서른 즈음 캐나다로 이주한 이민자이기도 하다. 2005년 등단해 그간 네 차례 재외동포문학상을 받았다.
소설집에서 등장인물들은 멀리서 떠나왔지만 어디론가 다시 여행을 떠난다. 표제작 ‘파트타임 여행자’의 주인공 민은 예순일곱 살의 한국 출신 이민자다. 그는 미국의 국립공원들로 트레일 여행을 떠난다. 새로운 곳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남편을 따라 아이 둘을 데리고 미국으로 왔지만, 폭력적인 남편은 가산을 탕진하고 혼자 한국으로 떠나버린다. 홀로 아이들을 키워냈으나 성인이 된 아이들은 한국으로 떠나버린다. 여행을 하며 민은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미 너무 오래 혼자였는데, 모두 떠나버린 빈집을 두고 나는 왜 떠나왔을까.”
소설에서 이민자의 삶은 ‘정착’과 연결되지 않는 듯하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소설집에 여행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주로 묶은 것에 대해 “어느 순간부터 이국의 이방인이라는 이름이 너무 서글퍼서 나를 여행자라고 생각하기로 한 것 같다”며 “사는 내내 불확실성이 야기한 불안에 전전긍긍했는데, 그게 싫어서 불확실성이 미덕인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삶을 부르기로 했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이민자 서사이나 모국에 대한 어떤 특별한 감정이 서사의 전반을 채우는 소설은 아니다. 주인공들은 그저 자신의 현재를 감각하며 살아가는 이들이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발 딛고 있는 땅은 선도 악도 아니다. 소설집의 첫 작품 ‘설탕 공장이 있던 자리’는 동두천 기지촌 여성이었다가 남편 조를 따라 미국으로 온 여성 애나가 주인공이다. 폭력적인 남편은 아내를 때리고도 경찰에게 “저 여자는 한국에서 온 창녀이며, 돈을 뜯어내려고 거짓말을 한다”고 말한다. 여성 홈리스가 된 애나에게 한국도 미국도 그리움의 땅이 되기는 어렵다.
결국 등장인물들이 원하는 것은 어딘가에 소속되고 싶은 감정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파트타임 여행자’에서 민은 여행의 끝에 자신이 원하던 것은 “아름답고 강한 혼자”라는 것을 기억한다. ‘조각들’에서 형국은 여전히 지나와 베리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알지 못하는 것들을 위해 공간을 한 뼘쯤 벌려”두겠다고 마음먹는다. 이외에도 양로원에 살며 노년의 연애를 꿈꾸는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춤을 춰도 될까요’ 등 스스로의 세계를 만들어가려는 이들이 가진 어떤 힘이 소설집을 채운다.
서울에서 지반 침하로 이어질 수 있는 지하 공동이 436개 발견됐다. 서울시는 지반 침하의 주요 원인인 노후 하수관 정비에 나섰다.
9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 장비를 이용해 시내 주요 도로와 지하 굴착공사장 인근 5370㎞ 구간을 조사한 결과 지하 공동 436개가 발견됐다. 지하 공동은 지표 하부에 생긴 공간으로, 공동이 확대되면 지반 침하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올해 1∼3월 발견된 지하 공동은 한 자릿수였다. 시가 GPR 탐사를 강화한 4월엔 141개로 증가했고 5월 76개, 6월 122개, 7월 84개가 발견됐다.
시는 올해 3월 강동구 명일동 싱크홀 사고 이후 4월부터 지하 굴착공사장 주변과 시·자치구에서 점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구간에 대해 GPR 탐사를 강화했다. 사전 점검을 강화해 시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GPR 탐사는 지하로 내려갈수록 신호가 약해져 통상 지하 2m까지만 관측이 가능하다. 대형 싱크홀은 통상 지하 10m에서 발생한다. 시는 관측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반 침하 관측망’을 내년에 100개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지반 침하 관측망은 지하 20m에 매설된 안테나가 반경 50m 안팎의 이상 징후를 감지해 싱크홀을 탐지하는 방식이다.
시는 지반 침하의 주요 원인인 노후 하수관 정비에도 본격 착수한다. 정비가 시급한 전체 124㎞ 중 79㎞ 구간에 대해선 25개 자치구에 예산을 추가 배정해 정비를 확대한다. 해당 지역은 30년 이상 된 노후관과 과거 지반 침하 발생 지역을 정밀조사한 결과 긴급 정비가 필요한 것으로 확인된 곳이다. 정비하는 데 필요한 예산은 1860억원으로 추산됐다.
지반 침하 방지를 위한 국비 지원 제도화도 추진한다. 시 관계자는 “서울은 매해 약 150㎞의 하수관이 30년 이상 노후관으로 추가되지만 실제 정비 물량은 100㎞ 수준에 그쳐 노후관이 누적되는 실정”이라며 “국비 지원 기준을 ‘재정자립도’가 아닌 ‘노후관로 길이·지반 침하 이력 등 위험도’ 중심으로 변경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제주 설화에 등장하는 자청비는 농경, 오곡의 여신이다. 자청비가 옥황상제에게 오곡의 씨앗을 받아 땅에 뿌리던 중 한 종류의 씨가 모자란 것을 알게 됐다. 자청비는 다시 하늘에 올라가 씨를 받아와 제주 땅에 심었는데, 이 씨앗이 바로 메밀이다. 이 때문에 메밀은 다른 곡식보다 파종이 한 달 늦게 이뤄지게 됐다.
메밀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 제주 구비문학에 등장할 정도로 도민의 삶과 깊이 연관돼있다. 척박한 화산섬에서도 잘 자란 덕분이다.
빙떡, 꿩 메밀 칼국수 등과 같이 메밀을 활용한 요리도 다양하게 발전했다. 무엇보다 제주는 메밀 재배면적과 생산량이 가장 많은 전국 최대 주산지다.
하지만 대중적으로 제주가 전국 1위 메밀 주산지라는 인식은 낮다. 지역 내 메밀 관련 산업 역시 크게 발달하지 못했다. 제주도가 주산지에 걸맞은 메밀 산업 육성을 위해 앞으로 5년간 종합 대책을 추진한다.
7일 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제주의 메밀 재배면적은 2169㏊로 전국(3486㏊)의 62.2%를 차지한다. 생산량은 1703톤으로 전국(2975톤)의 57.2%다. 전국에서 가장 재배 면적과 생산량이 많다.
제주에서 새하얀 메밀밭은 ‘인생샷’ 명소, 웨딩 촬영 명소로 인기를 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봄과 가을 2번 메밀꽃을 만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달만 하더라도 제주시 오라동과 와흘메밀마을 등 제주 곳곳에서 팝콘처럼 퐁퐁 피어난 메밀꽃 물결을 볼 수 있다. 한라산 바로 밑에 위치하다시피 한 오라 메밀밭은 무려 30만평에 달할 정도로 광활한 대지에 메밀꽃이 끝없이 펼쳐지는 장관을 연출한다. 농촌체험휴양마을인 와흘에서는 다음달 2일까지 메밀 축제가 진행된다.
그러나 도가 2023년 제주를 찾은 관광객과 서울국제식품산업전에 참가한 대도시 소비자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메밀 하면 국내에서 제일 먼저 떠오르는 지역’은 강원도(62.6%)였다. 제주는 28.0%에 불과했다.
이는 이효석 작가의 유명한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 배경으로 강원 평창 봉평이 등장해 대중들에게 강하게 인식된 점, 강원에서 메밀 축제와 같은 2·3차 산업이 발달한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제주는 많은 양의 메밀을 생산하지만 가공시설이 없어 모두 강원으로 보내고 있다. 메밀 원물 이외에는 가공상품에 대한 개발도 지지부진해 부가가치를 높이지 못하고 있다.
도는 이같은 제주 메밀 산업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최근 ‘제3차 제주메밀 산업 육성 기본계획(2025~2029)’을 최종 확정했다.
‘문화·관광 등과 연계한 제주메밀의 가치 확산’을 목표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신품종 개발부터 생산·가공·유통·관광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발전 전략을 담았다. 3대 전략으로는 기후변화 대응 및 품질 경쟁력 향상, 통합브랜드 제고 및 가공·판매 다각화, 메밀문화가 있는 관광연계 활성화 구축 등을 내세웠다.
투자 규모는 국비 50억 원, 지방비 565억 원, 자부담 302억 원 등 총 917억 원이다.
대표적으로 메밀 품질 향상을 위해 수확량이 25% 많고 병해충 저항성은 강한 신품종 ‘햇살미소’를 농가에 보급한다는 방침이다. 낮은 제주 메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통합브랜드를 구축하고, 메밀을 2·3차 산업과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도 관계자는 “제주 메밀을 문화·관광과 연계한 핵심 산업으로 발전시킬 것”이라면서 “적극적인 산업 육성을 통해 ‘메밀 본고장’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고 농가 소득 증대, 지역경제 활성화로 연결시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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