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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상간소송변호사 ‘침팬지의 어머니’ 제인 구달 별세···인간 변화 호소한 ‘자연 보호의 열렬한 옹호자’

작성일 25-10-10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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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상간소송변호사 ‘침팬지의 어머니’라 불려온 세계적 동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 제인 구달 박사가 1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났다. 향년 91세.
제인 구달 연구소는 이날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연구소 설립자인 구달 박사가 “미국 강연 투어로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 머물던 중 평온하게 잠든 채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이어 연구소는 “생태학자로서 구달 박사의 발견은 과학에 혁명을 일으켰으며 그는 자연 보호와 복원을 위한 지칠 줄 모르는 옹호자였다”면서 “구달 박사의 삶과 업적은 침팬지와 다른 종들뿐 아니라 인류와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환경에 대한 이해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는 글을 올렸다. 연구소는 “그는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에게 호기심, 희망, 연민을 불러일으켰고 특히 그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준 젊은이들에게 길을 열어주었다”고 덧붙였다.
영국 출신인 구달은 26세였던 1960년 탄자니아 곰베 국립공원의 열대우림에서 천막을 짓고 야생 침팬지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침팬지 보호구역에서 현장 연구를 이어가던 구달은 그해 11월 과학사에 남을 발견을 했다. 구달이 1963년 내셔널지오그래픽 기사를 통해 밝힌 내용을 보면 구달은 당시 ‘데이비드 그레이비어드’라 이름 붙인 수컷 침팬지가 긴 풀잎을 흰개미굴에 넣어 개미를 잡아먹는 장면을 포착했다.
이는 인간만이 도구를 사용하는 존재라는 통념을 뒤집는 발견이었다. 아직 정식 학위를 가지지도 못한 상태였던 구달은 이 발견 내용을 내셔널지오그래픽에 발표하면서 명성을 얻었고 1964년에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하면서 학계에 파장을 일으켰다. 구달의 연구 이후로 침팬지를 포함한 영장류에 대한 과학자들의 접근방식은 완전히 달라졌다. 침팬지는 지능이 있고 감정을 다른 개체와 공유하며 때로 전쟁도 일으키는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진화생물학자인 스티븐 제이 굴드는 구달의 발견에 대해 “서구 세계의 위대한 과학적 업적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구달은 1934년 런던에서 태어나 본머스에서 성장했다. 어린 시절 <타잔> <닥터 두리틀> 같은 아동문학 고전을 읽으며 동물에 대한 열정을 키운 것으로 전해진다. 형편이 어려워 대학 진학은 못 했고 런던에서 비서, 타자원 등으로 일했다. 그러다 1957년 한 친구의 권유로 케냐에 체류하던 중 저명한 고고학자이자 훗날 구달의 멘토가 된 루이스 리키와 만남을 계기로 영장류 연구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
구달은 이후 케임브리지대에서 동물행동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언론을 통해 세계적 명성과 ‘침팬지의 어머니’라는 별칭을 얻었다. 한 아메리카 원주민 부족은 그녀에게 “어머니 대지의 자매”라는 이름을 지어 줬다고 BBC는 전했다.
동물학자 구달은 열렬한 환경운동가이기도 했다. 침팬지 서식지를 보존하지 않으면 종 보호도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영향을 미쳤다. 그녀는 1977년 곰베 연구 지원과 아프리카 환경 보호를 위해 본인의 이름을 딴 비영리 연구소를 설립했다. 전 세계적인 야생동물 사냥·학살도 그가 경계한 문제였다.
구달은 더 많은 여성이 생태학 연구의 길로 들어설 수 있도록 개척한 인물이기도 하다. 구달의 침팬지 연구가 유명해진 뒤 ‘오랑우탄의 어머니’로 불리는 비루테 갈디카스, ‘고릴라의 어머니’로 불리는 다이앤 포시 등이 영장류 연구에 나섰다.
구달은 연평균 300일을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자연 보전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인류가 변화할 것을 호소했다. 그의 세계여행은 숨지기 직전까지도 계속됐다. 1991년에는 어린이를 환경운동가로 성장시키는 프로그램 ‘뿌리와 새싹’을 출범시켰다. 이 프로그램에는 현재 120여개국 어린이, 청소년들이 참여하고 있다. 유엔은 2002년 구달을 평화대사로 임명했다.
구달은 한국에도 여러 차례 방문했다. 2014년 11월 구달은 자신과 오래 교류해온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원장을 맡고 있던 충남 서천 국립생태원에 방문했고 생태원 측은 구달의 방문을 기념해 생태원 내 숲에 ‘제인 구달의 길’을 조성했다.
당시 구달은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어린이들을 만날 때마다 어른들이 자연을 망치는 것이 그들의 미래에 얼마나 큰 피해를 주고 있는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만난 많은 젊은이에게서 ‘어른들이 우리의 미래에 대해 너무 많이 타협했기 때문에 우리는 희망이 없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며 “하지만 사람에게는 굴하지 않는 정신이 있고 자연은 스스로 복원하는 힘이 있기에 나는 희망을 갖는다”고 강조했다.
구달은 32권의 책을 썼으며 그중 15권은 어린이를 위한 책이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구달의 마지막 책 제목은 <희망의 책>이다.
구달은 1964년 네덜란드 사진작가 휘호 판 라빅과 결혼해 아들을 1명 뒀다. 1974년 이혼한 뒤 1975년 결혼한 탄자니아 국립공원 관리자 데릭 브라이슨과는 1980년 사별했다.
“여기 계신 분들이 다 선량해 보여서 우선 안심이 됩니다.”
지난달 23일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 사단법인 오픈넷 회의실. 가장 연배가 높아 보이는 서동원씨(가명·79)의 말에 좌중에서 가벼운 웃음이 터져 나왔다. 12·3불법계엄 이후 전임 대통령의 탄핵을 두고 입장을 달리한 이들이 모였다. ‘혹시 말다툼이 나지 않을까’라는 걱정은 기우였다.
인터넷 공간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옹호해온 시민단체 오픈넷과 불평등과 차별 없는 사회를 고민해온 사단법인 포용사회연구소가 공동으로 진행한 ‘노년층 유튜브 사용 포커스 그룹 인터뷰’ 자리였다. 미디어 이용 행태, 허위조작정보(가짜뉴스)의 심각성, 정치 양극화를 주제로 자유롭게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참석자들은 지난 3~4월 오픈넷의 의뢰로 포용사회연구소가 진행한 ‘정치 양극화와 미디어 이용실태’ 설문조사 참여자 중 대면 인터뷰에 응한 이들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찬성하는 이들과 반대했던 이들이 각각 3명씩 서로를 마주하고 앉았다. 계엄은 잘못이라고 봤지만 탄핵에는 동의하지 않았던 이들로 계엄까지 찬성하는 소위 ‘계몽령’ 지지자들은 없었다.
당시 조사 결과 유튜브 구독자일수록 양 진영의 강성 지지층일 가능성이 크고, 뉴스를 유튜브로 주로 접하는 이들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불복할 의사가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튜브를 비롯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어의 추천 알고리즘이 자신의 기존 신념이나 판단과 부합하는 정보만 받아들이는 확증편향을 강화하면서 나타난 결과로 해석된다.
참석자들은 이런 알고리즘의 문제점을 알고 나름대로 대응하고 있었다. 윤환민씨(가명·74)는 유튜브를 아예 보지 않는 방법을 택했다. “유튜브가 편향적으로 정보를 보여주기 때문에 저는 저 자신을 믿고, 제 사고대로 살아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오동철씨(가명·71) 역시 윤씨와 마찬가지로 보수 성향이지만 진보 매체 역시 “그들의 심리 상태를 알기 위해” 챙겨본다고 했다. 사실이 아닌 게 너무 많아서 유튜브는 멀리하고 되도록 활자 매체를 선호한다고 했다.
편향성이 강한 콘텐츠를 피하는 방식도 있다. 김진후씨(가명·65)는 “자기 진영의 이해관계를 지나치게 강력하게 주장하는 사람들의 콘텐츠는 가능하면 피해서 본다”고 했다. 강미선씨(가명·66)도 “정치적으로 좌냐 우냐는 중요하게 보지 않는다. 그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나 태도가 중요하다. 자극적인 콘텐츠는 혐오스럽다. 가능하면 정치가가 직접 발언한 것을 페이스북 등에서 찾아본다”고 말했다.
황연주씨(가명·68)는 “유튜브에 시간을 너무 많이 뺏기고, 나 자신을 소모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대선 후엔 (정치 콘텐츠를) 안 본다”고 말했다. 대신 재활용 작품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영상을 골라 보는데 주로 검색어를 입력해 ‘발견’한다. 알고리즘 추천에서 벗어나 자기에게 긍정적 영향을 주는 콘텐츠를 찾아 구독하면 해로운 콘텐츠를 볼 위험이 줄어들 수 있다는 차원이다.
정치적 양극화에 대해서는 진보·보수 관계없이 모두 우려를 표했다. 강씨는 “5·18광주민주화운동을 겪은 트라우마로 실제보다 계엄을 더 과하게 받아들인 측면이 있다고 보고 탄핵에는 반대했다”면서 “이런 이야기를 (탄핵을 찬성하는 분에게) 꺼내면 굉장히 공격적으로 얼굴색이 돌변했는데, 정치 양극화가 심각하다는 걸 뼛속 깊이 느꼈다”고 말했다.
황씨 역시 평소 친하게 지내던 선배에게 설문조사 참여를 권유하던 중 ‘탄핵 찬성 쪽으로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그는 “다르다고 인정하지 않고 ○○ 지지는 도덕적으로 나쁘다고 말하는 것에 힘들고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가족이나 친구라도 정치 이야기를 함부로 하기 어려운 시대다.
김씨는 “두 번 연속 탄핵은 국가적으로 좋지 않다고 보고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한 탄핵을 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결론적으로 내란은 탄핵을 통해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제대로 된 보수라면 계엄에 반대해야 했는데 어느 순간 진영논리로 모두 빨려 들어가는 걸 보면서 슬프고 걱정이 많았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대한 의견은 갈렸다. 강씨가 “탄핵을 반대하는 이들 10명 중 8명은 계엄을 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었다”고 말하자 김씨는 “불법 계엄을 단죄할 방법은 탄핵밖에 없는데 반대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응수했다.
황씨는 선거에서 이긴 사람이 모든 걸 차지하는 구조, 자극적인 콘텐츠 제작을 부추기는 유튜브의 수익구조가 정치적 양극화를 강화하고 있다고 봤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약속하고, 공천을 받기 위해 유력 유튜버의 방송에 출연하고, 유튜브 매체는 후원을 받기 위해 자극적인 방송을 안 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대화 중 윤씨가 자신의 카톡방에 전달된 뉴스를 보고 물었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기한 조희대 대법원장과 한덕수 전 총리 회동 의혹의 근거인 녹취 제보가 인공지능(AI)으로 조작된 것이냐는 것이다. 주제는 자연스럽게 허위조작정보로 옮겨갔다.
오경미 오픈넷 연구원이 AFP통신의 팩트체크 사이트에 올라온 한국 관련 기사를 소개했다. 지난 8월25일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셀카봉을 들고 사진을 촬영하는 모습이라고 주장하는 사진이 SNS에서 반복적으로 공유된 건을 검증한 기사였다. 해당 사진은 ‘국격이 추락했다’는 정부 비판 메시지와 함께 퍼졌는데 확인 결과 원본 사진에 셀카봉을 합성해 만든 것이었다.
한편 AFP통신은 한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해 ‘정신 나간 대통령’이라고 말했다는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여권 지지 성향의 SNS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윤 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는 내용으로 퍼졌는데, 회담 전체 영상을 확인하면 당시 발언은 잭 스미스 전 특별검사를 지목한 내용으로, 윤 전 대통령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여기저기서 “본 적이 있다”거나 “요즘 정말 심각하다”, “사실인 줄 알았네”라는 반응이 나왔다. 황씨는 “저렇게 조작한 사진으로 피해를 받은 사람은 공인만이 아니라 개인도 정말 많다”고 했다. 강씨는 “연예인들도 조작된 사진이나 정보로 큰 피해를 보는 경우가 있는데, 나중에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져도 이미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본다”고 성토했다. 김씨는 양쪽 진영의 일부 매체를 언급하며 “음모론에 가까운 방송을 하면서,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지면 바로 교정하고 사과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사실을 검증하는 최후의 보루로서의 언론의 역할을 강조했다. 강씨는 “알고리즘으로만 정보를 접하다 보면 잘 모르는 사람은 확증편향을 갖게 될 수밖에 없다. 균형 잡힌, 건강한 정보를 줄 수 있는 매체가 없다는 건 지지하는 정당을 떠나서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젠 (유튜브에 비하면) 종편도 훨씬 괜찮은 방송처럼 보인다”면서 “주류 언론이 제 역할을 해줬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 양극화로 인한 혼란을 타개할 방안은 ‘민주주의 최저선’을 공유하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친위 쿠데타를 하거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는 일은 절대 해선 안 된다는 데 보수와 진보 모두 동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적으로 민주시민 교육이 광범위하게 일어난다면 적어도 서부지법 난동과 같은 치명적인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대화에서는 일부 사안에서 이견이 강하게 드러나기도 했다. 윤씨가 포문을 열었다. “가장 알고 싶은 게 하나 있다. 5·18국가유공자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가 뭐냐”고 물었다. 보수 진영이 자주 제기하는 문제이다. 그는 “지인 중에 (광주에) 가보지도 않은 사람이 유공자인 경우도 있다”면서 “떳떳하다면 공개하기 어려운 건 아닐 것”이라고 했다.
법원과 국가보훈처는 5·18국가유공자명단은 유공자와 유족 개인의 신상 정보 노출로 사생활의 비밀이 침해될 위험이 크다고 판단해 지속해서 비공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공개하는 독립유공자를 빼면 고엽제와 월남전 참전, 특수부대 등 대부분 국가유공자에게 적용되는 원칙이다.
진행을 맡았던 유종성 포용사회연구소 소장(연세대 행정학과 객원교수)이 개입했다. “제가 5·18 유공자예요. 5·18 진상규명 시위를 배후조정했다는 이유로 합동수사본부에 두 달 동안 끌려간 적이 있다”면서 광주에 있지 않아도 유공자가 된 자신의 사례를 들었다. 정치적 신념, 정당 가입, 종교, 건강 등에 관한 정보는 ‘개인정보 보호법’에서 ‘민감정보’로 분류되고, 원칙적으로 공개 또는 처리가 엄격하게 제한된다는 점도 설명했다.
김씨는 “공개하기 어려운 걸 공개하라면서 일종의 개인에 대한 공격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씨는 “국가의 지원을 받고 있으니 개인정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고, 강씨도 “이미 공개한 사람도 있는데, 그들이 인신공격으로 어떤 직접적인 피해를 받았나”라고 반문했다. 김씨는 “그럼 기초연금을 받는 사람 명단도 다 공개해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유공자 공개’라는 요구 안에는 ‘나는 못 믿겠어’라는 마음이 깔린 거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응수했다.
최근 대통령까지 나서서 우려를 표한 ‘혐중시위’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김씨는 “우연히 결혼식이 있어서 명동에 왔다가 시위를 눈앞에서 봤다. 중국인을 비롯해 외국인이 많이 있는데 그 앞에서 ‘차이나 아웃’을 외치는데 정말 못 봐줄 정도였다. 대단할 정도로 인권을 무시하는 것이고, 한국을 찾은 사람들에게 오지 말라고 하는 건 경제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명동을 막으니 대림동으로 갔는데 그런 식으로 우리 자신의 이익을 해치는 건 안 된다”고 말했다.
강씨는 “중국 사람들이 한국 부동산을 저리로 대출을 받아 사고 있다. 외국인 특혜는 다 받고, 벌어들인 이익은 다 중국으로 간다. 친한 조선족 사람이 자기도 중국인이 모여 사는 동네는 무서워서 못 간다고 한다”고 반박했다. 강씨가 중국인이 무비자로 대거 들어온다고 덧붙이자 김씨는 우리도 무비자로 중국에 간다고 말했다.
이견 속에서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작은 ‘깨달음’을 공유하기도 했다. 오씨는 “저도 유공자 명단 공개 입장인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비공개 이유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면서 “공격을 받는다고 느낀다는 생각을 못 해봤다”고 말했다.
대화의 기회가 더 많아져야 한다는데는 모두가 공감했다. 대화의 중재자로서 언론의 역할도 강조했다. 윤씨는 “대통령을 포함해 모든 위정자가 이런 토론을 통해 상호발전할 수 있는 합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씨는 “한두 번이 아니라 수십 수백 번 토론해야 한다, 작은 규모가 아니라 전국 단위의 토론이 필요하다. 가능하면 보수와 진보 매체가 공동으로 이런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고 토론 속에서 국민을 설득하려는 노력이나 자세가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표했다.
황씨는 “기존 미디어가 제 역할을 못 하거나 혹은 설 자리가 없는 상황이다. SNS가 여론을 좌지우지하는 상황인데, 이런 토론이 그 부작용을 바로잡을 수 있는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바위를 뚫는 낙숫물 같은 역할을 계속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쟁에서 교착상태라는 게 있다. 양군의 전력이 엇비슷해 조금의 진전도, 변동도 없는 상황을 뜻한다. 1차 세계대전이 그런 경우였다. 서부 전선에서 독일군의 초기 돌격이 저지된 후 양군은 참호를 파고 대치하며 교착상태에 빠졌다.
정치에도 그런 교착상태가 있다. 즉 세력 A와 세력 B가 투쟁할 때 어느 쪽도 다른 쪽을 압도하지 못한 채 둘 다 탈진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런 상황에서 두 세력은 도돌이표처럼 각자의 주장만 무한 반복하며 출구나 타협책을 전혀 찾지 못한다. 이에 국민들은 정쟁에만 몰두할 뿐 삶을 돌보지 않는 정치에 염증과 무관심을 내보이며 불만과 좌절감을 쌓아나간다.
역사에서 교착상태는 기성 헤게모니가 붕괴한 결과로 나타난다. 여기서 헤게모니란 강제적 지배가 아닌 자발적 동의에 기초한 지도력이고, 이 지도력은 자신의 생각을 ‘상식’으로 제시해 자연스럽게 지배하는 힘이다. 그런 헤게모니 역량이 소진되면 위기가 온다. 미국 정치철학자 낸시 프레이저는 이탈리아 사상가 그람시의 말을 인용해 헤게모니 위기를 이렇게 요약한다. “낡은 것은 가고 새것은 아직 오지 않았다. 이런 공백 상태에서는 아주 다양한 병적인 증상이 출현한다.”
그런데 헤게모니 위기에서 경합하는 두 세력의 투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 홀연히 제3의 세력이 등장해 판을 뒤엎고 상황을 평정한다. 이것이 보나파르트주의다. 이 명칭은 나폴레옹의 조카 루이 보나파르트에서 유래했다. 정치적 낭인이던 그는 1848년 혁명의 기회를 움켜쥐고 나폴레옹의 후광을 이용해 국민투표로 대통령에 당선되고 쿠데타를 일으켜 황제 나폴레옹 3세로 즉위했다. 당시 프랑스의 부르주아 지배층은 지배력을 행사하기 힘든 상황에서 신비한 망토를 걸친 개인으로 대표되는 국가에 자신들의 권력을 양도한 것이다. 이에 나폴레옹 3세는 투쟁의 중재자를 자처하며 군대와 관료제를 통한 권위주의적 개인 독재를 수립했다.
파시즘도 보나파르트주의의 변종이다. 1차 대전 직후 이탈리아 지배층이 사회주의와 노동운동의 거센 도전에 위협받는 상황에서 무솔리니라는 카리스마적 지도자가 ‘로마 진군’을 통해 권력을 장악했다. 이 새로운 파시즘의 이념과 체제는 고대 로마 독재관 이름을 따 카이사르주의라고도 불리는데 보나파르트주의와 거의 같은 말이다. 둘 다 낡은 것은 죽고 새로운 것은 태어나지 않은 헤게모니 위기의 결과이며, 새로운 헤게모니를 생성하려는 과도기적 권력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나폴레옹 3세도, 무솔리니도 안정된 헤게모니를 창출하는 데 실패했다. 물론 두 보나파르트주의 체제가 20년 남짓 유지됐으니 내구성은 있었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두 체제에서 민주주의와 자유의 심각한 퇴보가 있었고 두 체제의 붕괴와 함께 참혹한 내전이 일어났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두 체제를 선택한 대가는 오롯이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국민들이 치러야 했다.
최근 우리도 보나파르트주의 같은 것이 출몰할 만한 상황을 겪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이 있다. 옛것은 가고 새것은 오지 않은 교착상태에서 보나파르트주의의 시도도 저지된 것이다. 실패한 계엄이 그것이다. 이는 그럴 만한 보나파르트적 지도자도 없었거니와, 민주주의적 견제력이 훌륭하게 작동한 결과였다. 이제 민주주의는 애초에 보나파르트주의를 배양했던 교착상태를 돌파할 추진력까지 보여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적과 동지에 대한 평면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적과 동지 사이에는 광범위한 회색지대가 있고 반대 세력이 모두 적대 세력은 아니다. 또한 개혁이 당장의 필요가 아니라 역사적 요구이며 소수의 이해가 아니라 다수의 공공선임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헤게모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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