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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간녀소송 [조희연의 시대사색]‘내로남불 정치’를 넘어…여당 된 민주당의 길

작성일 25-09-07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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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또또링2 조회 4회 댓글 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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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또링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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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간녀소송 1980년대 이후 40년에 가까운 민주화의 진전 속에서, 한국 정치의 풍경은 크게 달라졌다. 민주화 이후 초기에는 독재를 계승하는 집권여당 대 반독재 민주화운동의 연장선 위에 있는 야당의 구도였기 때문에, 시민들은 야당의 목소리 속에서 억눌린 시대정신을 확인했고, 그 자체가 희망이었다.
그러나 민주진보 세력이 집권하기도 하고, 보수 세력이 재집권하기도 하는 권력 순환이 일상이 되면서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정치의 한복판에 등장했다. 상대를 공격할 때는 최고의 윤리적 기준을 적용하면서, 우리 편을 감싸고 옹호할 때는 최소한의 기준만을 들이대는 이중성. 그것이 바로 내로남불이다.
내로남불은 단순한 언어유희가 아니다. 그것은 날카로운 부메랑이다. 상대를 겨냥해 쏜 화살이 되돌아와 자신을 겨누는 풍경이 매번 펼쳐진다.
최근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그 상징적 장면이었다. 장관 후보자가 과거에 했던 발언을, 야당 의원이 이름만 바꿔 그대로 되돌려준 것이다. 오늘의 정의가 내일은 위선이 되고, 오늘의 공격이 내일은 방패가 된다. 국민은 이 장면을 지켜보며 ‘다 똑같은 부류’라는 냉소적 평가에 갇히게 된다.
오늘의 정의가 내일의 위선이 돼
그렇다면 민주진보 정당은 어떻게 ‘내로남불의 무한 반복’이라는 악순환을 끊을 수 있을까. 나는, 이중기준 논란의 한가운데에 있는 주제들에 대해서 여야가 동일한 흠결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고, 이를 바로잡을 보편적인 규범 혹은 규칙을 새롭게 정립하는 방향으로 일종의 ‘공화적 이니셔티브’를 발휘하는 것을 방안으로 생각한다. 모든 것에 적용할 수는 없지만, ‘내로남불 정치’를 일종의 새로운 ‘규칙의 정치’로 최대한 전환하려 노력하는 것이다. 보수도 이런 노력을 해야 한다.
정치의 본질은 갈등이다. 문제는 갈등을 어떻게 다루느냐이다. 국회선진화법이 그랬다. 갈등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물리적 충돌 없는 전쟁이라는 새로운 규칙이 등장했다.
내로남불을 넘어서는 규칙의 정립 역시도, 갈등의 ‘범위’를 변화시키는 것뿐이지, 정치적 갈등은 사라지지 않는다. 갈등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것을 어떤 규칙 속에서 풀어내느냐에 따라 정치의 모습은 달라질 수 있다.
야당 입장에서는 ‘닥치고 공격’이 유리하다. 갈등을 극대화하고 상대를 몰아붙이는 것이 전략적으로 득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당은 갈등 사안들을 최대한 탈(脫)쟁점화하는 것이 득이 된다.
한 개혁 의제가 내로남불 공방 영역에 들어가는 것은 그 개혁의 정치적 효과가 축소되고, 반독재 민주화‘운동’의 연장으로서의 민주진보 정치가 가졌던 거대한 도덕적 우위가 약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노력이 부족했기에 오늘의 불안정한 정권 교체 주기가 생겼다고 나는 본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이 지나고 이제는 문재인, 윤석열 정부가 단임으로 교체되는 불안정의 시대가 왔다. 단순한 선거 결과의 산물이 아니다. ‘내로남불 정치’가 빚어낸 불신이 그 배경에 있다. 이것을 끊지 않으면, 짧은 단임의 패턴이 일상이 될 수도 있다.
정치가 전투적일수록 내로남불의 그림자는 짙어진다. 공직 수행과 권력 행사의 기준이 높아지는 장점도 있으나, 국가 공동체의 안정성은 취약해진다. 집권 초기마다 반복되는 ‘산하기관장 사퇴’ 논란이 그 사례다.
윤석열 정부는 감사원을 통해 압박하고, 검찰을 통해 비리 수사를 해서 퇴진을 압박했다. 이재명 정부 역시 같은 논란에 직면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하에서 왜곡된 감사원, 검찰, 사법부 등 법치주의 국가제도의 개혁이 ‘보복의 정치’가 아니라 여야와 보수·진보를 뛰어넘는 공화적 민주개혁으로 인식되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
물론 정치에는 전투의 순간이 있다. 형세를 바꾸기 위해 무리수를 둬야 할 때도 있다. 그러나 최소한 ‘내로남불의 무한반복’을 끊어낸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불가피한 영역과 불가피하지 않은 영역을 구분해서, 후자에서라도 내로남불 공방을 뛰어넘는 대한민국 공동체 또는 그 일부로서의 정치 공동체의 규범과 규칙을 재정립해가는 이니셔티브를 발휘했으면 한다.
공동체 규범과 규칙 재정립해야
미국처럼 정부 교체와 함께 교체되는 직무의 범위를 정하는 ‘플럼북’(Plum Book) 같은 것을 만들 수도 있고, 아예 법으로 교체의 범위를 정할 수도 있다. 또한 인사청문회 때마다 반복되는 교수 장관 후보자들의 표절 논란 시비와 관련해서도, 정치적 공방 대상에 그치지 않고, 객관적인 검증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만드는 식의 새로운 규칙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지금처럼 장관 청문회가 역량 검증의 장이기보다 오로지 상대방을 공격하는 정략적 공방의 장으로, 심지어 성인군자 여부를 가리는 공격의 장처럼 변모하는 것은 우리 공동체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공개 정책청문회와 비공개 윤리청문회를 분리하고, 후자에서 형사적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은 수사 의뢰를 의무화하는 장치를 도입하는 방식 같은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5년 후부터 시행”이라는 조건부 합의라면 현실적 가능성도 충분하다. 물론 이러한 과정 역시 최대한 협치형으로 풀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여당의 내로남불형 변화 시도가 오히려 공격의 빌미가 되고, 진정성이 퇴색한다.
지금은 내란 종식을 향한 치열한 전투가 진행되는 과도기다. 그러나 수사가 진행되고 결과가 사법부의 판단으로 이월될수록, 정치는 일상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 국면 이후 새로운 공화적 규칙을 만들어내는 시대적 이니셔티브를 고민하지 않으면, 내로남불 공방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기 어렵다. 정치가 국민의 냉소가 아닌 희망을 불러일으키려면, 이제는 누가 더 잘 공격하는가 하는 투쟁적 이니셔티브에 더해, 공동체를 위한 공화적 이니셔티브를 어떻게 발휘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런 시각을 보태면, 새로운 이니셔티브의 영역은 많이 개척할 수 있다. 전쟁 중에도 전쟁 이후의 평화와 재건을 준비하듯 말이다.
볼셰비키, 우크라 독립 추진 ‘경계’집단농장 반발 농민들 수용소행모든 식량 징발로 최악 상황 몰아굶어 죽거나, 처형당해 죽거나
1932년부터 2년간 400만명 희생우크라가 푸틴을 믿지 못할 이유
“배가 크게 부풀어 올랐고, 목은 새의 목처럼 길고 가늘어졌어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고, 굶주린 유령처럼 보였죠.”
1932~1933년 소비에트연방 우크라이나에서 대기근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300만~400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우크라이나인들은 이를 ‘홀로도모르(굶주림에 의한 멸종)’라고 부른다. 미국 저널리스트이자 역사학자인 앤 애플바움이 2017년에 출간한 <붉은 굶주림>(원제: Red Famine)은 홀로도모르가 자연재해가 아니라 소련의 볼셰비키 정권이 우크라이나 민족을 말살하기 위해 기획한 참사라는 사실을 800여쪽 분량으로 서술한다.
기근은 먼저 신체를 파괴했다. 굶주린 사람들은 피부가 얇아지고 체내에 수분이 축적된 결과, “맑은 샘물로 가득 찬 유리병처럼” 보였다. 피부는 갈라지고 상처에선 진물이 흘렀다. 아이들은 교실에서 앉아서 죽거나 잔디밭에서 놀다가 죽었다. “죽은 마을 주민들이 도로와 길가에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시체를 옮길 사람보다 옮겨야 할 시체가 더 많았죠.” 겨우 구한 빵을 먹다가 사망하기도 했다. 너무 굶주린 탓에 몸이 음식물을 소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근은 윤리와 인간성도 파괴했다. 어떤 부모들은 굶어서 약해진 자식을 방치해서 죽이거나 목졸라 죽였다. 쇠약해진 사람이 생매장당하는 일도 빈번했고, 식인마저도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굶주린 이들이 “아이들을 죽이고 그들의 살을 식량으로 사용한” 사례들이 다수 보고됐다. 키이우주에서는 1933년 1월9일부터 3월12일까지 69건의 식인 사건이 발생했다. 기록되지 않은 사건들은 더 많을 것이다.
붉은 굶주림앤 애플바움 지음 | 함규진 옮김글항아리 | 816쪽 | 4만8000원
우크라이나에서 왜 이처럼 참혹한 사태가 일어났는지를 이해하려면 러시아혁명이 일어난 19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유럽의 빵바구니’로 불릴 정도로 풍부한 곡물 생산량을 자랑하는 우크라이나는 18세기 이후 러시아제국의 지배를 받았으나 우크라이나어와 우크라이나 문화에 대한 민족적 자의식이 사라진 적은 없다. 1917년 러시아혁명이 발발해 제정이 무너지자 우크라이나인들은 독립국가를 세울 기회를 맞는다. 1917년 4월 우크라이나인들은 라다(의회)를 구성한다. 그해 11월에는 우크라이나 인민공화국을 선포하고, 이듬해 1월에는 우크라이나 독립을 공표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새로운 지배자가 된 레닌과 볼셰비키는 우크라이나의 독립을 인정할 생각이 없었다. “우크라이나가 국가라는 생각 자체를 경멸하는 것이 심지어 혁명 이전부터 볼셰비키적 사고의 핵심에 있었다.” 우크라이나 민족에 대한 경멸은 러시아 극좌부터 극우까지 정치적 스펙트럼을 가리지 않는 러시아인들의 보편 정서였다. 볼셰비키가 우크라이나 독립에 적대적이었던 데는 정치적 이유도 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대부분 농민이었는데, 마르크스주의 계급 이론을 신봉했던 볼셰비키들은 ‘계급 의식이 없다’는 이유로 농민을 불신했다.
1919년 집단화와 중앙 계획식 농업에 반발해 우크라이나 농민들이 일으킨 대규모 반란은 볼셰비키가 우크라이나에 ‘특단의 조치(츠레즈비차이니예 메리)’를 취해야 한다는 결심을 굳히도록 만든 사건이다. 볼셰비키는 러시아인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우크라이나의 곡물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농민들은 사회주의는 지지했으나 볼셰비키는 지지하지 않았다. “그들은 대지주가 사라지기를 바랐지만, 스스로 농장과 토지를 갖고 싶어했다. 그들은 집단농장이라는 형태의 ‘제2의 농노제’로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았으며, 자신들의 종교, 언어, 관습이 존중받기를 바랐다.”
스탈린은 우크라이나를 소련의 산업화를 신속하게 달성하기 위한 내부 식민지로 간주했다. “농민을 더 강하게 쥐어짠 다음 이 ‘내부 축적물’을 소련 공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 같은 계획하에 악명 높은 ‘탈쿨라크화’가 시작된다. 볼셰비키는 농민을 쿨라크(부농), 세레드냐크(중농), 베드냐크(빈농) 등으로 나누고 집단농장에 반대하는 쿨라크를 강제수용소로 보냈다. 빈농들에게는 쿨라크의 ‘잉여 농산물’을 찾아내 몰수하는 일을 맡겨, 농촌을 ‘내전’ 상태로 만들었다.
우크라이나 농촌 파괴 정책으로 농업 생산량이 급감하고 심각한 기근의 조짐이 나타났는데도 스탈린은 멈추지 않았다. 1932년 가을 볼셰비키는 곡물뿐만 아니라 채소와 가금류까지 포함한 모든 식량에 대한 징발을 명령했다. “(스탈린의 명령은) 분명 우크라이나 농민에게 치명적인 선택을 강요했다. 곡물 비축분을 포기하고 굶어 죽거나, 곡물 비축분을 숨겼다가 체포되고 처형되거나.” 곡물 할당량을 채우지 못한 마을은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소금, 등유, 성냥 같은 기본적인 공산품도 살 수 없었고 은행에서의 신용 거래도 차단됐으며, 트랙터도 수리할 수 없었다. 뒤이어 스탈린은 식량을 구하기 위해 러시아 영토로 넘어가는 이들을 막기 위해 우크라이나 공화국 경계선을 폐쇄하는 봉쇄령까지 취했다.
“그해 가을 여러 지침, 즉 징발과 블랙리스트, 국경 통제, 우크라이나화 종식 등이 정보 차단 및 특별 수색과 결합되어, 현재는 홀로도모르라고 기억되는 기아로 귀결됐다. 그리고 홀로도모르는 예측할 만한 결과를 가져왔다. 우크라이나 민족운동이 소련의 정치와 공적 생활에서 완전히 제거된 것이다.”
소련은 이후 홀로모도르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각 지역에는 사망자 명부와 기록을 불태우라는 지시가 하달됐다. 1937년 인구조사 결과가 볼셰비키 관료들의 추정치와 800만명이나 차이가 나자 통계 발표는 중단됐고 인구조사국 책임자는 체포돼 총살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인식은 소련 붕괴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는 왜 푸틴을 믿지 못하는가. 답은 역사에 있다.
눈을 감아도 잠이 오지 않는 밤, 복권에 당첨되는 상상을 하곤 합니다. ‘당첨 사실은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아야지’ ‘회사는 계속 다니는 게 좋겠어’. 김칫국을 시원하게 들이켜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잠이 들곤 하죠.
‘회귀물’이 인기를 얻고 나면서 바뀌었습니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할까’로요. 주식? 로또 당첨 번호? 저의 계획은 ‘글로벌 메가 히트곡의 작곡가 되기’입니다. 머릿속에 저장된 ‘필승곡’ 몇 개만으로도 전 세계의 찬사와 명예, 어마무시한 저작권료까지 챙길 수 있을 테니까요. 이보다 완벽한 회귀 플랜은 없다고 자신합니다.
놀랍게도 저의 계획을 그대로 옮긴 영화가 있습니다. 대니 보일 감독의 2019년 작 <예스터데이> 입니다. 회귀물은 아닙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세상 사람들이 모르는 엄청난 노래들을 혼자만 알고 있습니다. 바로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비틀즈’의 곡들입니다.
영국의 작은 마을에 사는 잭 말릭(히메쉬 파텔)은 무명 뮤지션입니다. 어릴 때부터 가수를 꿈꿨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할 것 같지가 않습니다. 그의 오랜 친구이자 매니저 같은 존재인 엘리(릴리 제임스)의 응원에도 잭은 더 이상 음악으로는 안 되겠다며 꿈을 포기하기로 합니다.
그러던 어느 밤, 전 세계가 12초간 블랙아웃되는 미스테리한 사건이 발생하고 잭은 버스에 치이는 사고를 당합니다. 앞니가 부러진 채 병원에서 깨어난 그에게 친구들은 ‘꿈을 잃지 말라’며 기타를 선물합니다. 잭은 친구들의 요청에 못 이겨 비틀즈의 명곡 ‘예스터데이’를 연주합니다.
그런데 반응이 이상합니다. 모두가 놀란 듯 말을 잇지 못하다가 이렇게 좋은 노래를 언제 만들었냐고 묻습니다. “장난하지 마 얘들아, 비틀즈 노래잖아~” “비틀? 뭐? 딱정벌레?”
뭔가 이상함을 감지한 잭은 집으로 달려가 컴퓨터로 비틀즈를 검색해 봅니다. 딱정벌레(beetle·비틀) 사진만 잔뜩 나옵니다. 모아둔 LP와 CD를 뒤져봐도 비틀즈 앨범은 흔적도 없습니다. 잭은 깨닫게 됩니다. 나만이 비틀즈와 그들의 명곡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세상에서 비틀즈가 완전히 사라진 걸 확인한 잭은 이를 발판으로 삼아보기로 합니다. 그들의 곡을 기억나는 대로 되새겨 발표하기 시작합니다. 명곡은 시대와 사람을 가리지 않는 법이죠. SNS와 영상 플랫폼에 퍼져나간 비틀즈 곡들은 점차 인기를 얻습니다. ‘무명가수 잭의 자작곡’으로 말이죠.
잭은 유명 팝스타 에드 시런에게 발탁돼 그의 월드투어에도 합류합니다. 비틀즈가 존재하지 않는 세계관이지만 시런은 영화 속에서도 톱 뮤지션입니다. 실제 에드 시런이 직접 출연했습니다. 특히 두 사람이 자작곡 배틀을 펼치는 장면은 잭의 ‘훔친 천재성’을 만끽할 수 있는 하이라이트입니다. 시런의 자작곡 연주가 끝나고 잭 차례가 되자 그는 비장의 무기를 꺼냅니다. 무려 폴 메카트니의 ‘더 롱 앤드 와인딩 로드(The long and winding road)’ 입니다. 누구도 이길 수 없는 곡이죠. 스태프들의 박수가 쏟아지고 시런은 모차르트와 대결을 펼친 살리에르의 심정이 돼 패배를 인정합니다.
잭에게는 성공 가도가 열립니다. 음악계 거물들과 음반 계약을 맺고,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날아가 녹음을 시작합니다. 단박에 그를 알아본 대형 레이블 매니저 데이브 해머(케이트 맥키넌)는 스타 만들기에 들어갑니다. 잭의 목소리로 녹음을 마친 비틀즈 곡들은 공개되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무명 가수였던 잭은 ‘팝 음악계의 셰익스피어’로 불리며 단숨에 구름 팬을 몰고 다니는 스타가 됩니다. 과거 비틀즈 멤버들처럼 말이죠.
그토록 꿈꾼 삶을 살 게 된 잭은 행복할까요? 훔친 성공을 뻔뻔하게 누렸다면 이 영화를 사랑하지 못했을 겁니다. 소심한 주인공 잭은 자신이 사랑하는 우상들의 노래를 표절해 인기를 얻었다는 가책으로 전전긍긍합니다. 여기에 영화 중반부터 잭을 쫓아다니는 의문의 남녀가 등장해 불안과 긴장은 극에 달합니다. 뭔가 알고 있는 듯한 그들은 당장이라도 ‘모두 표절’이라고, ‘잭은 모두를 속이고 있는 사기꾼’이라고 외칠것만 같습니다. 왜 이런 순간엔 주인공의 비밀이 탄로 나지 않길 바라게 되는 걸까요.
영화의 메시지는 후반부에 드러납니다. 훔친 성공에 공허함을 느끼던 잭은 해안가 작은 집에서 평범하게 살고 있는 비틀즈 멤버 존 레논을 만납니다. 비틀즈가 결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존이 암살당하는 일도 벌어지지 않았고 존은 소박하고 행복한 삶을 살며 나이가 들었습니다. 존은 잭에게 자신이 행복하면 그것이 성공한 것이라고 말하며 기회가 될 때마다 진실을 말하라고 조언합니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우상의 나이 든 모습을 만나게 된다면 어떨까요. 헤어지기 전 잭은 존에게 나이를 물어보고 78살이라는 말에 감격합니다.
잭을 쫓아다니던 의문의 두 남녀의 정체도 드러납니다. 가장 놀라고 울컥했던 장면인데요, 예상치 못한 반전이 펼쳐지니 이 부분은 스포하지 않겠습니다. 잭이 진실을 밝히는 방식도 꽤 멋집니다.
영화는 비틀즈의 자취를 따라가는 여정이자 헌사이기도 합니다. 잭은 ‘엘리노어 릭비(Eleanor Rigby)’의 가사가 잘 생각나지 않자 LA에서 리버풀로 날아가 존 레논의 추억이 담긴 ‘스트로베리 필드’와 ‘페니 레인’, 그리고 ‘엘리노어 릭비’의 무덤을 찾습니다. 그리고 결국 가사를 기억해 냅니다. 아무도 모르니 원곡과 상관없는 가사를 지어낼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죠. 비틀즈의 음악적 고향인 리버풀 곳곳을 비추는 이 시퀀스는 비틀즈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선물 같은 장면입니다.
수많은 명곡을 남긴 비틀즈는 팝 역사상 가장 유명한 밴드지만 그들의 음악을 담은 영화는 많지 않습니다. 바로 천문학적인 저작권료 때문이죠. <예스터데이>는 비틀즈 히트곡을 가장 많이 담은 상업 영화로 ‘예스터데이(Yesterday)’를 비롯해 ‘헤이 주드(Hey jude)’ ‘렛 잇 비(Let it be)’ ‘페니레인(Penny lane)’ ‘스트로베리 필즈 포에버(Strawberry fields forever)’ 등 30곡 이상이 삽입됐습니다. 116분의 러닝타임 내내 주옥같은 명곡들이 흘러나옵니다.
대니 보일 감독과 제작진은 소니 뮤직을 비롯해 비틀즈의 재산권 관리 회사들과 수년간 라이선스 협상을 진행했다고 하는데요, 음원 사용료에 수천만 달러가 들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제작진은 비틀즈 음악의 본질을 해치지 않는 음악 편곡과 편집에 신경을 썼다고 합니다.
맹위를 떨치던 무더위가 물러가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 9월의 첫 번째 주말, 비틀즈 음악을 담은 사랑스러운 영화와 함께 하는 건 어떨까요? 12세 이상 관람가, 넷플릭스에 만날 수 있습니다.
주크박스 지수 ★★★★: 비틀즈의 명곡들을 한 편의 영화로 듣는다!
조마조마 지수 ★★★: 비밀을 가진 주인공, 이 정도 긴장감은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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