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호텔 해고 관련 4년만에 첫 교섭 예고…한국옵티칼 이어 마지막 고공농성도 끝날 수 있을까
작성일 25-09-0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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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또또링2 조회 13회 댓글 0건본문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등에 따르면, 세종호텔 측은 지난 28일 서울고용노동청을 통해 세종호텔 해고 문제와 관련해 노사 교섭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오세인 세종호텔 대표가 노동청이 주선하는 교섭에 직접 참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섭은 9월 둘째주에 열릴 예정이다.
이는 2021년 12월 세종호텔 정리해고 후 처음 열리는 교섭이다. 그동안 사측은 노동자들의 교섭 요구를 거부하고, 국회의 문제 해결 촉구에도 움직이지 않았었다. 호텔 측은 “대법원에서 해고가 정당하다고 확정됐다”는 말만 되풀이해왔다.
고진수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장은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이날로 198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20여년 동안 세종호텔 요리사로 일했던 고 지부장은 2021년 12월 정리해고됐다. 세종호텔은 경영 악화를 이유로 식음료사업부를 폐지하면서 고 지부장을 비롯해 조합원 12명을 해고했다. 해고노동자들은 부당한 정리해고라며 복직 투쟁에 나섰고, 고 지부장은 지난 2월 세종호텔 앞 10m 높이 명동대로 교통시설 구조물에 올랐다.
세종호텔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대양학원 재단 이사회는 지난 14일 3차 이사회를 열고 세종호텔 해고자 복직 논의 문제를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했다. 회의 결과 이사회는 오 대표에게 복직 문제를 일임하고 이에 따른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고 지부장은 “교섭에서 오 대표가 해고자 복직을 결정할 수 있다. 대양학원 이사회에게 해고자 복직 권한을 받았기 때문”이라며 “이젠 복직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청우 세종호텔 공대위 집행위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난 4년 동안 사측과 한번도 만나지 못했고 직접 대화를 해본 적도 없기 때문에 회사의 생각을 가늠할 수 없고, 교섭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교섭이 잘 되면 고 지부장도 내려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장기 고공농성 중이던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수석부지회장은 지난 29일 600일만에 땅으로 내려왔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경북 구미 소재 한국옵티칼 고공농성장에 직접 방문해 외투기업 노동자 보호를 위한 행정적 지원 방안 강구 등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노사 교섭 테이블을 마련하고, 노동부를 중심으로 산업통상자원부·외교부 등 관계부처가 협동해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고 “이번 투쟁은 단순히 한 사업장의 갈등을 넘어 외국인투자기업의 무책임한 철수와 해고, 그리고 국가의 무능이 빚어낸 구조적 모순을 드러낸 사건”이라며 “다시는 누군가가 목숨을 걸고 하늘로 올라야만 하는 상황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날 박 부지회장이 고공농성을 끝내면서 고 지부장은 현재 유일하게 남은 고공농성 노동자가 됐다. 앞서 지난 6월에는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이 고공농성을 해제하고 내려왔다.
장기간 사태가 지속되던 고공농성 사업장들도 정권이 바뀐 후 점차 문제 해결의 기미가 보이고 있다. 노동부 장관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환경노동위원회, 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면서 사업장들의 태도 변화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김 장관은 취임 후 3일만에 세종호텔 고공농성장을 방문했고, 다음날 바로 한국옵티칼을 찾았다. 당시 그는 “사람 위에 법이 있을 수 있냐”며 정부 차원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많이 늦었지만 뒤늦게라도 정부·여당이 우리사회 고통이 있는 곳에 찾아가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을 보인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더운 날씨에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에 올라가 호소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아픔에 공감하는 사회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투자본을 규제할 수 있는 법안이 필요하고, 근로기준법상 경영상 해고를 할 경우 일자리가 생기면 해고된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채용하도록 의무화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처벌하는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여성가족부가 내년도 예산을 올해보다 11.8% 늘린 1조9866억원으로 편성했다. 아이돌봄 지원사업 등 가족정책 분야 예산을 집중적으로 늘렸다. 반면 청소년 미디어 과의존 해소·디지털 시민교육 등 국정과제에 포함됐던 정책에는 예산 증액·편성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여가부의 2026년도 예산안을 보면, 여가부는 내년 예산으로 올해 1조7777억원보다 11.8% 늘어난 1조9866억원을 편성했다. 여가부는 예산 증액분을 아이돌봄 지원 확대, 디지털성범죄 대응 강화 등에 배정했다고 밝혔다.
예산 증가폭이 가장 큰 분야는 가족정책이다. 가족정책 예산은 올해보다 13.8% 증가한 1조4019억원이 배정됐다. 여가부는 “아이돌봄 지원사업에서 1200억원 가량 예산이 증액됐다”고 했다. 아이돌봄 지원사업 대상이 기존 중위소득 200%에서 250% 이하로 완화해 지원 가구수가 늘어났다. 야간긴급 돌봄수당 하루 5000원과 기존 영아외 유아돌봄 수당 시간당 1000원을 신설한다. 한부모·조손가구 등의 정부 지원시간도 연 960시간에서 1080시간으로 늘린다.
한부모가정 관련 지원도 확대된다. 한부모가정의 정부지원 기준을 중위소득 63%에서 65%로 완화하고, 한부모가정 아동양육비·학용품비·생활보조금도 올린다. 올해 7월 시행된 양육비선지급제 업무를 수행하는 양육비이행관리원 정규직 직원을 13명 늘린다.
여가부는 디지털성범죄 대응 강화를 위해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디성센터) 인력을 23명 증원한다. 디지털 성범죄 통합 대응 예산은 62억4500만원으로 올해보다 17억원 가량 증가했다. 또 보호시설에서 퇴소하는 성착취 피해 청소년에게 월 50만원의 수당을 신설해 지원한다. 여가부는 성별 균형문화 확산을 위한 ‘2030 소통공감위원회’ 예산도 편성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대거 삭감된 청소년 사업 관련 예산은 다시 복원됐다. 청소년 참여위원회(4억2400만원), 청소년 그룹활동 지원(7억원) 등이 대표 사례다.
다만 국정과제에 포함됐던 청소년 사업 관련들은 상당수 예산 증액이나 편성이 이뤄지지 않았다. 국정기획위원회의 이재명 정부 5개년 계획 중 ‘아동·청소년의 건강한 성장 및 다양한 가족 지원’에 담겼던 ‘아동·청소년 디지털 시민교육 지원’ ‘미디어 과의존 청소년 치유프로그램 및 전문상담인력 확대’ ‘방과후아카데미 내 체험·학습 지원 강화’ 등은 예산편성이 이뤄지지 않았다.
신규사업인 아동·청소년 디지털 시민교육은 예산 편성이 되지 않아 내년 진행이 어렵게 됐다. 미디어 과의존 청소년 치유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국립청소년인터넷드림마을은 올해와 유사하게 제한된 규모(30억원)로 사업을 진행할 가능성이 커졌다.
여가부의 내년도 지출구조조정 사업에는 다문화가정 교육활동비(13억2500만원), 한부모가족 복지급여 등이 포함됐다.
여가부 관계자는 “일부 미편성된 예산 항목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증액되도록 노력하겠다”며 “지출 구조조정은 대상자가 적어 불용액이 발생한 분야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이 1일 15년 만에 대북 심리전 방송 ‘자유의 소리’를 중단했다. 지난 6월 접경지역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고 지난달 국가정보원의 대북방송을 중단한데 이어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려는 조치다.
이경호 국방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자유의 소리 방송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해당 방송은 이날 새벽부터 송출이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자유의 소리는 국군심리전단이 대북 심리전 차원에서 제작·송출하는 라디오 방송이다. 북한 정권 관련 소식과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담은 소식을 비롯해 국제 뉴스, 날씨 예보, K팝 아이돌 그룹의 노래 등 남한의 최신 대중문화 소식을 송출해왔다. 이에 접경지역 북한 주민들과 북한군은 이 방송을 통해 한국이나 세계 소식들을 접할 수 있었다.
자유의 소리는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그해 5월 재개됐다. 2018년 4·27 판문점 선언을 계기로 문재인 정부가 접경지역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을 때에도 이 방송은 중단하지 않았다.
이번 방송 중단은 이재명 정부가 추진해온 남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을 위한 조치다. 지난 6월 11일 이 대통령의 지시로 군 당국이 1년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자, 북한도 대남 소음 방송을 중단한 바 있다. 이어 지난달에는 방송 장비인 고정형 확성기(스피커)를 철거했다. 그러나 북한은 소음 방송 확성기 1개를 철거했다가 2개를 추가로 설치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1973년부터 운용해온 ‘희망의 메아리’ 등 대북 라디오·TV 방송을 중단했다. 지난해 1월 북한이 ‘평양방송’ 등 대남 방송을 중단한 데에 따른 것이다. 국정원의 대북방송 중단에 북한은 대부분의 대북 방송 방해 전파 발신을 중단했다.
북한이 이번 자유의 소리 방송 중단에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북한은 지난달 말부터 미국을 향해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전제로 한 대화 의사를 내비치면서, 비핵화 기조를 유지하는 남한을 배제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19일 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 “일체의 적대행위를 할 뜻이 없다”는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망상이고 개꿈”이라며 “화해의 손을 내미는 시늉”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7일에는 이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 기간 내놓았던 ‘북한 비핵화’ 발언에 대해 “비핵화 망상증”이라고 재차 비난했다.
10년 전의 약속이 이번 여름을 애틋하고 뜨거운 낭만으로 달구었다. 지난 8월22일, KBS2는 2022년 종영했던 시사교양 프로그램 <다큐멘터리 3일>(이하 <다큐3일>)의 특별판 ‘어바웃 타임-10년 전으로의 여행’을 방영했다. 이 특별편은 편성 당시부터 큰 화제였고 업로드된 지 이틀 만에 200만 뷰를 넘길 만큼 관심을 받았다. 2015년 <다큐3일>의 ‘내일로 기차여행 72시간’ 편을 촬영하던 이지원 카메라 감독은 안동역에서 만난 대학생 두 명과 즉흥적으로 약속한다. “10년 후 이 시간, 이곳에서 다시 만나자.” 당시에는 아득하게만 느껴졌을 10년 후는 2025년 8월15일 오전 7시48분. 몇 년 전부터 다큐멘터리에 출연했던 이들이 유튜브 댓글난에 자신의 근황을 전하며 약속을 상기하더니, 올해 7월 카메라 감독이 SNS에 글을 올리면서 대국민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었다. <다큐3일>의 특별판은 이 재회를 향해 가는 72시간의 여정을 담았다. 카메라 감독은 서울역에서 2025년의 떠남과 설렘을 간직한 청년들을 인터뷰하고, 이 약속을 기대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구 안동역을 향해 간다. <다큐3일>의 재회가 이토록 화제였던 이유는 그것이 사라졌다고 생각한 낭만, 노스탤지어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부재하기에 더 아름다운 역설인 노스탤지어의 두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자.
‘노스탤지어’는 노스토스(nostos·귀향)과 알고스(algos·고통)를 조합한 단어로 지리적 단절로 인해 심리적 장애가 발생하는 의학적 질병을 일컫는다. 한국에서는 ‘향수병’이라는 단어가 더 익숙할 수도 있겠다. 산업화 이후에는 개인이 나고 자란 장소에서 떨어져 나오면서 소외감과 단절감을 느끼고, 과거를 상실 이전의 이상적 존재로 상상하게 되었다. 인문지리학자 이푸 투안은 인간이 특정 장소에 애정과 친숙함, 애착을 갖게 되는 것을 ‘장소애(場所愛·Topophillia)라고 명명했는데, 에드워드 렐프는 현대를 이러한 장소애를 느낄 곳을 박탈 당한 ‘장소 상실(placelessness)’의 사회로 보았다. 애착이나 개인의 역사, 특색이 없는 곳은 매일 오가더라도 아무 의미가 없는 무장소(無場所)다. 장소는 반드시 물리적인 위치가 존재하는 곳뿐만 아니라 심상적 공간까지 포함한다. 장소를 상실한 채 무장소에서 부유하는 이들은 장소 상실 이전을 그리워한다. 단조로운 일상에 지친 현대인이 유년 시절의 놀이터나 할머니집, 공동체 간의 정과 교류가 남아 있었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클리셰가 바로 노스탤지어에 속한다.
<다큐3일>의 낭만은 두 갈래로 흐른다. 하나는 10년 전의 우연한 약속을 소중히 여기고,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진심이다. ‘낭만이 사라진 요즘’과는 다르다는 노스탤지어가 약속 성사의 기대치를 높인다. 10년 전이라 출연자 모두가 스마트폰을 쓰고 있지만 어쨌든 과거이기에 지금보다 약속의 무게가 무거울 것 같다. 다른 하나는 청춘과 패기에 대한 그리움이다. 개인적인 차원과 사회적인 차원에서 모두. 10년 전의 72시간을 담은 <다큐3일>의 기차여행 편에는 자신의 지나온 시절을 회고하며 향수에 젖는 댓글이 가득하다. 영상 속 시간은 2015년이지만 영상이 환기하는 정서는 대번에 시청자를 20대였던 시절로 데려간다. 청년들에게 판매하는 내일로 기차여행 상품의 특성상, 출연자는 모두 20대고 기차의 바닥에 옹기종기 앉아 있다. 이 모습은 어쩐지 실제보다 더 오래된 과거 같다는 인상을 남긴다. “여행은 심장이 떨릴 때 가는 거다” 같은 말을 외치거나 친구와 옷을 맞춰 입고, 20대 초반의 연애에서 먼 미래를 상상하고, 낯선 사람에게 기꺼이 만두를 나눠 주는 모습은 2025년 청춘의 초상으로 제시되는 무기력하고 우울한 모습과 조금 달라 보인다. 실제로 어떻든, 그런 ‘느낌’을 준다. “저때는 낭만이 있었네”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 과거는 돌아볼 수 있기에 애틋하고, 지금과 멀기에 아름다우며, 돌아갈 수 없기에 완전해 보인다.
바로 이러한 특성 때문에 노스탤지어는 정치적으로나 상업적으로 변주되었을 때 보수화의 위험을 내포한다. 아널드포스터는 노스탤지어를 근대의 혼란과 소외에 절망한 개인들이 ‘과거의 상상된 안정감’에서 심리적 위안을 찾으려는 시도로 보고, 인민의 아편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저성장 시대의 경제적 불안, 기후 위기가 촉발하는 위기의식은 노스탤지어에 기민하게 반응한다. “예전에는”으로 시작하는 과거 미화를 떠올려 보자. 젠더 갈등이 없었고, 이주민이 없었고, 이혼이나 아동 학대로 인한 가족 해체가 드물었으며, 거리에 부랑자나 노숙자도 (나라에서 싹 다 잡아가서) 쾌적했고, 어린 애들은 두들겨 패니까 공손했고…?
상업적으로는 레트로 열풍, ‘응답하라’ 시리즈부터 뉴진스가 펼친 1990년대의 이미지까지 꾸준히 인기를 끌었고 정치적으로는 영국의 브렉시트 캠페인과 트럼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MAGA) 캠페인이 대표적이다(주민재, ‘노스탤지어는 어떻게 사회적 감정으로 진화했는가-노스탤지어:위험한 감정의 연대기에 대한 짧은 생각’, ‘이화어문논집’ 64, 2024 참고). 위대하다고 평가 받는 미국의 영광이 착취와 전쟁으로 이루어졌다거나, ‘응답하라’ 속 공동체적 돌봄이 여성 노동을 필수적으로 요구한다거나, 1990년대의 천진난만한 여고생이 그렇게 긴 머리를 나부끼는 순간 가혹한 체벌을 받았다는 사실 같은 것은 아련하고 뿌연 노스탤지어의 필터 속에서 뭉개져 버린다. <다큐3일>에서 청년들은 실제로 숱한 고민을 나눈다. 어려웠던 취업, 계약직이라 의지와는 다르게 일을 그만두어야 하는 현실, 학점과 진로에 대한 불안은 사회경제적 위기, 노동시장의 구조적 모순과 밀접하게 얽혀 뾰족하다. ‘자취하는 여대생’을 선호한다고 하는 발언에는 지금보다 열악했던 젠더 감수성도 드러난다. 그런데도 그 시절을 지금보다 나은 과거로, 청춘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아름다운 순간으로만 회고하는 것은 납작한 대상화일 수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 아카이브의 발달로, 경험하지 못한 시대에 노스탤지어를 느끼는 것도 가능해졌다. 미국의 시인 존 쾨닉은 이러한 현상을 ‘아네모이아’라고 명명했다. 기술과 대중문화의 학습을 거친 감정이라고 해서 무의미하지는 않다. 다만 무엇이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그리움을 형성하는지 성찰하고 그리움의 대상이 어느 정도는 이상화되고 미화된 가상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균형은 필요하다.
그럼에도, <다큐3일> 특별판이 형성하는 고유한 낭만이 있다. 어떤 분석의 잣대를 들이댄들, ‘굳이’와 불확실성 사이에서, 쉴 새 없이 누군가의 일상을 엿보고 연결될 수 있는 사회에서, 공백을 건너 기어이 다시 만나는 일의 감동만은 훼손되지 않는다. 약속의 당사자가 안동역에 나타나지 않았더라도, 불발과 실망의 두려움도 수용하겠다는 각오가 새로운 낭만을 발명할 수 있으리라. 2025년 8월15일, 제작진은 약속의 그날에 나타난 당사자의 요청에 따라 카메라와 마이크를 끈다. 방송에서 소위 말하는 ‘그림’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림을 뽑으려는 종사자들의 집념이 얼마나 강한지는 ‘방송국 놈들’이 밈이 될 정도로 유명하다. 그러나 사진 하나 남지 않은 채 재회의 흔적은 일러스트가 대체한다. 이러한 선택은 관심을 끌고자 온갖 자극적인 이미지와 연출이 넘쳐나는 환경에서 신선한 바람으로 느껴지며, ‘진짜 낭만’을 완성했다는 반응으로 이어졌다. 10년 전의 낭만이 낯선 곳에서 만난 타인과 즉흥적으로 약속하는 멋이라면, ‘지금’의 낭만은 성과와 인증에 연연하지 않고 지금에 집중하며 눈앞의 타인을 존중하는 행위인 것이다. 모든 것을 공유하고 콘텐츠화하지 않는 편안함이 못내 귀하다.
새삼스레 ‘평범한 일상’의 가치를 되새길 수 있었다는 점 또한 반가운 일이다. 언젠가부터 소소한 일상의 얼굴을, 화려하거나 중심이 아닌 삶을 미디어에서 볼 기회가 사라졌다. 길에서 시민을 만나 인터뷰하던 초기 <유퀴즈 온 더 블록>의 감성을 그리워하거나, 크게 돈이 되지 않더라도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다큐멘터리를 “수신료의 가치”라고 명명하는 반응에서 소수일 지라도 분명히 존재하는 갈망을 느낀다. <다큐3일>에 밴드로 출연했던 ‘오빠딸’의 멤버는 꿈꾸었던 슈퍼스타가 되지는 못했지만, 지금을 ‘슈퍼 인생’이라고 말한다. 10년의 세월을 넘어 다시 모인 그들이 화려한 무대가 아니라 언젠가 스쳤던 역에서 연주하는 장면이 대미를 장식한다. 천만영화에서 “울어!”라고 지령을 내리는 장면처럼 속절없이 눈물이 날 것 같다. 그리고 10년 전 기차여행편에 출연했던 이들이 보내온 근황이 편지처럼 떠오른다. 헤아릴 수 없는 불안과 질곡을 안고 안부를 전하는 그 시절의 얼굴들. 삼각대를 잃어버릴까 봐 노심초사하며 울먹거리던 청년은 이제 그 삼각대가 어디 갔는지도 모르겠다고 웃는다. 우리는 그렇게 소중히 여겼던 것을 떠나보내며, 때로는 미련스레 움켜쥐며 여기까지 왔다. 불확실하고 불만족스럽고 두려운 오늘도, 결국은 뒤돌아보면 지극히 아름답고 애틋한 과거가 된다. <다큐3일>이 쏘아올린 낭만이 과거를 추억하고, 오늘을 용서하는 기회이길 바란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서방의 고강도 제재를 받는 러시아가 볼로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달러 패권 비판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중국은 물론 인도, 이란 등 우군과의 결속을 과시한 것이 공세의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SCO 정상회의에서 무역 결제를 위한 공동 채권 발행과 자체 결제 시스템 구축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모든 조치는 경제 교류의 효율성을 높이고 외부 환경의 변동으로부터, 특히 서방의 제재에 따른 금융 충격으로부터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타스통신 보도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인터뷰에서 서방 국가들이 달러를 패권 도구로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서방은 전 세계적 사안에서 달러의 역할을 남용하며 주변국에 관세 전쟁을 강요하고 있다”면서 “이는 세계 경제와 정치에서 서방의 정당한 권리를 지키는 것과 무관하며, 단순히 경쟁자를 억누르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중국 방문을 앞둔 지난달 30일 중국 신화통신에 공개된 서면 인터뷰에서 중·러 간 무역액이 2021년 이후 약 1000억달러(약 139조원) 증가한 점을 언급했다. 그는 “무역액은 달러 기준으로 집계되지만, 실제 결제는 거의 전적으로 자국 통화로 이뤄지고 있으며 달러와 유로의 비중은 이미 통계 오차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에 맞서 금융·에너지·무역 전반에 걸친 제재를 단행했다. 제재 핵심은 달러와 유로를 축으로 한 국제 금융 시스템에서 러시아를 배제하는 것이었다.
러시아의 잇따른 달러 겨냥 발언은 서방 제재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동시에 러시아·중국 간 자국 통화 기반 무역 확대를 합리화하고, SCO와 브릭스(BRICS)를 중심으로 한 다극적 금융 질서를 정당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달러·유로를 회피하는 결제 메커니즘 구축에는 적극적인 러시아는 러·우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 회담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같은 날 타스통신은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 발언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SCO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에게 지난달 15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알래스카 회담 내용을 공유했다고 보도했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우크라이나 문제가 논의됐느냐는 질문에 “그것이 논의됐다. 피할 수 없는 주제였다”며 “우리 대통령은 앵커리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도달한 합의들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답했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회담에 대해서는 “아직 아무런 합의에 도달하지 않았다”며 “현재 언론 보도 내용은 실제 합의와 일치하지 않는다. 3자 회담이니 러·우 회담이니 하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지만 내가 아는 한, 러·미 정상 간 합의는 없었다”고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정상회담 가능성이 희박해지는 가운데, 유럽 정상들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오는 4일 프랑스 파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주재로 회의를 열어 우크라이나 안전보장과 대러 압박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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