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3파일 단비 오면 끝?…지독한 가뭄 더 자주 온다
작성일 25-09-01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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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광주·전남지역은 281.3일에 달하는 역대 최장 가뭄에 시달렸다. 전남 일부 섬 지역에서는 제한급수가 이뤄졌고, 제한 급수 시행 직전까지 도달한 광주시는 ‘가뭄 극복 물 절약’ 캠페인을 벌였다. 상수도 사용량을 40% 절감한 가구에 최대 13%까지 요금을 감면해주고, 공동주택에는 절수기를 지급했다. 빗물을 받아 다시 쓰는 물 재이용 시설(빗물 저금통) 지원 사업도 확대했다.
시민 사회도 물 절약에 동참했다. 시민들은 변기 수조에 벽돌을 넣어 물을 아꼈다. 광주 광산구 자원봉사 캠프장을 맡고 있는 홍수정씨(58)는 “2023년 구내 22개동 캠프에서 각 캠프당 10~20명씩 모여서 물 절약 캠페인을 벌였다”며 “상가 점포마다 들러 직접 수압을 조절하고 물 절약 홍보물을 배포했고, 주민 대상 물 교육 강좌도 자주 열었다”고 했다.
하지만 당해 5월에 내린 단비로 가뭄이 해갈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절수기 설치 지원 사업은 중단됐고 빗물저금통 설치 지원 사업도 2023년을 끝으로 끊겼다. 시민 사회의 관심도 빠르게 식었다. 매주 금요일 광주 시청 사거리에서 진행하는 기후위기 금요행동에에서 ‘가뭄’ 의제가 사라졌다. 한동안 ‘물’을 소재로 진행했던 환경 교육 프로그램도 주제가 바뀌었다.
여러 재난 가운데서도 가뭄은 유독 빠르게 잊혀진다. 윤현철 박사(국립재난안전연구원)는 “가뭄이 발생하면 걱정하고 패닉에 빠졌다가도 비가 오면 관심이 사그라든다”며 “가뭄은 쉽게 잊혀지는 재난”이라고 했다.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강도 높은 가뭄은 더 잦아질 것이 유력하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기후센터가 낸 ‘국내 가뭄에 대한 미래 전망 분석 결과’를 보면 고탄소 시나리오 기준에서 미래에는 가뭄이 심화된다. 봄에는 남부지역에서 심각한 가뭄(D2)이 나타나고, 서울·경기 지역에서는 극심한 가뭄(D3)가 빈번히 발생한다. 남부지역은 가을에도 극심한 가뭄(D3)이 잦을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환경연구원은 2023년 낸 가뭄관리 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가뭄이 2~3년에 한번씩 발생하는 추세로 주기가 짧아지고 있다”며 “기후변화로 가뭄의 심도와 발생빈도가 증가한다는 전망에 따라 지자체 중심의 선제적이고 체계적인 가뭄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근에는 ‘돌발가뭄’도 잦아지고 있다. 기존의 전통적인 가뭄은 내리는 비의 양이 부족해 수개월에 걸쳐 발생했다면, 이제는 기온 상승의 여파로 물이 증발하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2~3주만에 나타나는 ‘돌발 가뭄’도 자주 발생할 수 있다. 2018년의 봄철 강수량은 역대 세 번째로 많았지만, 짧은 장마 이후 폭염이 이어지면서 3주 만에 전국 150개 시·군에서 물 부족 피해를 입었다.
에너지·기후정책 연구단체 넥스트는 “돌발가뭄 횟수와 지속기간은 2010년 이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늘고 있다”며 “‘비가 오면 가뭄 걱정은 없다’는 낙관은 더는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정부가 내놓는 가뭄 대책은 ‘사후 대응’에 초점이 맞춰지고, 지자체의 역할이 배제된다는 한계가 있다. 윤 박사는 “중앙 정부 차원에서 이뤄지는 가뭄 대책은 주로 관로공사 등 토목 공사 중심이기 때문에 실행 과정에서 예산 문제 등으로 난항을 겪는 경우가 생긴다”며 “가뭄에 대응할 계획을 세웠다가도 홍수나 산불과 같은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하면 가뭄은 우선 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가뭄을 예측하고 대응하는 체계에서 돌발가뭄을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국내 가뭄 예·경보 체계는 가뭄을 ‘장기간에 걸쳐 발생하는 현상’으로 보고 월 단위를 기준으로 한다. 짧은 기간에 이뤄지는 변화는 알아채기 어려운 구조다.
정지훈 세종대 교수(환경융합공학과)는 “지금까지 가뭄 대책은 기존 통계를 토대로 사후 대응하는 방식으로 세워졌다”며 “하지만 최근 발생하는 돌발가뭄은 이전 통계만으로는 예측이 어렵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에 사전 대응할 수 있도록 예측 기술 연구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10년간 산업재해로 사망한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직원 65%가 선로 인접작업 중 열차 충돌에 의해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9년 경북 밀양역 사망사고로 철로 보수 작업에 경고등이 켜진 이후에도 6명의 코레일 직원이 ‘철로 위’에서 사망했다. 전문가들은 ‘생산성’과 ‘형식’에 치중한 안전관리 체계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7일 코레일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6년부터 지난 10년간 코레일 직원이 철로 인근 작업 중 열차와 충돌해 발생한 인명피해는 총 23건으로, 이중 11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코레일에서 발생한 전체 산업재해 사망자는 총 17명으로 이중 64.7%가 철로에서 일하다 숨진 것이다.
‘철로 위 사고’는 2019년 경북 밀양역 사고 이후 경각심이 높아졌다. 당시 선로 보수작업 중 열차와 충돌해 1명이 사망하면서 선로 2m 이내 위험지역에서 상례작업(열차 운행 중 실시하는 선로 보수 작업)이 금지되는 등 안전조치가 강화됐는데도 사망사고가 이어졌다. 2021년 1건, 2022년 2건, 2023년 1건, 지난해 2건 등이다. 이중 2022년에 발생한 서울 중랑역 사고는 위험지역 밖이었지만 상례작업 중 발생했다.
이는 근로복지재단에서 코레일 직원의 산업재해를 승인한 일자를 기준으로 한 통계로 협력·하청업체 인명피해와 최근 발생한 경북 청도 열차사고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청도 열차사고에서 숨진 2명도 하청업체 직원이었다.
협력·하청업체 소속 노동자의 중대재해까지 포함하면 인명피해는 더 커진다. 코레일의 철도운행선 인접공사 사고 사례집과 산업재해 발생현황 등을 분석한 김기남의 서울과학기술대 철도전문대학원 석사학위 논문(2024)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열차운행선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는 코레일 직원이 총 13명, 도급업체 직원이 총 22명이다.
전문가들은 철로에서 작업하다 사망하는 사고가 지속 발생하는 원인이 실질적 안전보다는 생산성과 형식을 중시하는 안전관리 체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승우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레일이 안전을 위해 마땅히 금지해야 할 상례작업을 용인하는 안전 매뉴얼과 작업 수칙을 고수한 것이 문제”라면서 “정시 운행이라는 생산성과 그에 따른 수익을 우선시 하는 공기업 경영평가 등 제도적 문제와 결부돼있다”고 진단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이번 청도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연락 체계의 미작동”이라면서도 “안전 예산을 거듭 늘리고 있는데도 사고가 반복되는 근본적 원인은 실질적 안전이 아닌 규제에만 집중된 ‘페이퍼(형식적) 안전’에만 역량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토교통부는 상례작업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강원 강릉시에 초유의 가뭄이 닥쳤다. 영동지역은 원래도 다른 지역보다 강수량이 적지만, 올해 가뭄은 유례가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1월1일부터 지난 24일까지 강릉시 누적강수량은 403.4㎜로 평년의 45.3%밖에 되지 않는다. 최근 들어서는 더욱 가물었다. 지난 5월25일부터 지난 24일까지 3개월 누적 강수량은 187.2㎜이다. 평년(579.7㎜)의 3분의 1 수준이고, 지난 13일 인천 영종도에 하루 동안 쏟아진 비(258.0㎜)에도 크게 미치지 못한다. 전국 곳곳에 ‘괴물 폭우’가 내린 지난 한달간 강릉에는 고작 40.3㎜(평년 대비 16.6%)의 비가 내렸다.
강릉시는 지난 20일 사상 최초로 무기한 제한급수에 돌입했다. ‘3일 급수·7일 단수’를 하던 농업용수는 ‘3일 급수·10일 단수’로 공급을 축소했고, 가정용 수도 밸브를 50% 잠가 생활용수 사용량을 줄였다. 제한급수에 돌입한 지 이틀 차인 지난 21일 강릉을 찾아 주민들을 만났다.
지난 21일 국내 최대 배추생산지인 강원 강릉 안반데기는 배추로 푸르렀다. 멀리서 보면 풍년 같지만 농부들은 울상이다. 봄부터 이어진 가뭄과 여름 폭염 탓에 배추가 속부터 무르면서 녹아내려 일명 ‘꿀통’이 됐기 때문이다. 겉에서 보기엔 멀쩡하지만 잎사귀를 헤쳐보면 상품성 있는 배추가 드물다. 한창 수확으로 바쁠 시기인데도 안반데기 일대는 농부도 농기계도 없이 고요했다.
“자기 살아보겠다는 건 사람이나 식물이나 똑같아요. 수분이 있어야 잎이 이렇게 (중앙으로) 모여서 올라붙는데, 지금 막 (날씨가) 타들어 가잖아요. 껍데기라도 살아보려고 안부터 제 몸을 태우는 거예요. 이 안이 이렇게 썩어들어가서, 여기 다 못 먹어요.” 이곳에서 30년 넘게 배추 농사를 지은 안반데기 하늘농원 최인자 대표(66)가 배춧속을 열어 보이며 말했다.
안반데기 농민들이 함께 쓰는 물탱크가 있지만 수십만평 배추밭에 물을 대기에는 역부족이다. 수분 함량이 95%에 달하는 배추는 한창 성장하는 여름철에 많은 가장 많은 물을 필요로 하지만 최 대표는 물탱크와 연결된 밸브를 열어 보이며 “물탱크나 급수차로 해결될 일도 아니고, 하늘하고 같이 농사를 지어야 하는 것”이라며 “기후변화가 하도 (심화)되니까 (날씨가 어떨지) 알지를 못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알이 차지 않은 배추가 늘어선 밭고랑에 서서 “여기는 뭐 그냥 로타리 쳐(트랙터로 갈아엎어) 버려야겠다. 드문드문 몇 개 있는 것만 어떻게 처리하든지”라며 “비용도 다섯 배는 많이 들어가고 고생도 배가 됐다. 한 해 작물은 다 망가진 데다 타산이 맞지도 않는데 매스컴에서 금배추니 뭐니 참 야속하다”고 말했다.
산 아래 농부들 사정도 다르지 않다. 오봉저수지 인근에서 밭농사를 짓는 진용희씨는 “살다 살다 이런 가뭄은 처음 본다”고 탄식했다. 진씨는 무, 고추, 옥수수, 깨 농사를 짓는다. 씨를 뿌린 무는 마르고 뜨거운 밭 속에서 싹도 내지 못한 채 전부 말라 죽었다. 1000포기를 심은 고추는 크지 않고 익기만 빨갛게 익어서 내다 팔지 못할 상황이다. 옥수수도 알이 차지 않아 진작에 뿌리째 뽑아버렸다. 옥수수밭에는 아직 미처 뽑지 않은 옥수수 서너 대가 바싹 말라 갈색이 된 채로 서 있었다.
그는 그 옆 들깨밭을 가리키며 “깻잎이 다 시들고 깨가 하나도 안 열렸다”며 “지하수가 안 나와서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끌어다 쓰는데 그것도 시원치 않다. 며칠 내로 비가 안 오면 굶어 죽게 생겼다”고 말했다.
오봉 저수지는 강릉 주민 10명 중 9명(87%)이 쓰는 생활용수와 농업용수를 공급한다. 21일 오전 9시 기준 저수율이 20.1%까지 내려간 오봉저수지는 상류 쪽 물이 바싹 말라 바닥을 드러낸 상태였다.
김인열 한국농어촌공사 강릉지사 오봉지소장에 따르면 저수지 수위가 100%가 이르면 저수지 벽을 이루는 지형이나 가운데 작은 섬의 나무줄기 바로 아래까지 물이 가득 찬다. 이날은 수위가 낮아져 인근 지형 경사면이 휑하니 보였다. 상류 쪽은 자갈밭으로 변해있었고, 오봉저수지의 저수원인 도마천은 바닥이 드러난 지 오래돼 풀이 자랐다. 저수지 수위가 40%만 돼도 다리 아래 물이 가득 차야 하는 도마천교 인근에는 실개천만도 못한 물줄기가 겨우 두 줄기 졸졸 흘렀다.
강릉시는 저수지 상류인 도마천 물길을 더 파내고 하류인 남대천의 물을 양수기로 다시 퍼올리는 등 하천을 정비했지만 저수율은 하루에 0.8~1.0%씩 계속 낮아지는 중이다. 한국 농어촌공사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을 보면 26일 기준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16.8%까지 떨어졌다. 강릉시민이 20일 사용할 양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이 시기 평년 저수율 70.0%, 지난해 저수율 29.2%였던 오봉저수지는 준공 48년만에 최악의 저수율을 매일 경신하고 있다.
강릉시는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15% 아래로 내려가면 계량기를 75%까지 잠그고, 저수율 0%에 이르면 급수를 중단하고 생수를 배급할 계획을 세웠다.
자영업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사천해변 펜션과 강릉원주대 앞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이기동씨는 “펜션에 취소 문의 전화가 많이 오고 있다. 벌써 두 팀 정도 수수료 없이 취소를 해드렸다”며 “안 그래도 전국에 재난이 많아서 성수기 때 사람이 많지 않았는데, 올해 장사는 끝났다고 봐야 할 판”이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저수율이 더 떨어지고 제한급수가 본격화되면 장사하는 두 곳 모두 영업을 손에 놔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자체나 공공에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 두 해 전 강릉을 덮친 산불로 경포해변에서 운영하던 펜션이 전소했을 때에도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했다. 이씨는 “불난리, 물난리라는 게 누구의 죄도 아니고 나라에서도 많이 도와주려고 노력은 하셨다”면서도 “처한 상황이 다 다르다 보니 ‘집이 없는데 가구를 받는’ 상황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펜션을 운영하거나 농사를 하는 사람들은 비상이지만 재난을 맞은 사람으로서 믿을 곳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경포해수욕장 화장실 앞에는 ‘폐쇄 예정’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물 부족이 극심한 관계로 오봉댐 저수율이 25% 미만시 공중화장실을 폐쇄할 예정”이라고 안내하고 있으나 저수율이 21% 미만으로 떨어진 이날에도 화장실을 운영하고 있었다. 강릉시 환경과는 관광객이 많이 이용하는 해수욕장 중앙 통로 쪽 화장실은 전체 칸을 운영하되 수압을 50%로 줄였고, 그밖 해수욕장 안쪽 화장실들은 화장실 칸 절반을 폐쇄했다고 전했다. 다른 공중화장실은 아예 폐쇄하거나 변기에 벽돌을 넣는 등 물 사용량을 줄이고 있으며, 저수율이 15% 이하로 내려가면 추가 조처를 할 계획을 세웠다.
윤진호 광주과학기술원(GIST)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올여름 불어온 남서풍이 태백산맥을 넘지 못하면서 산맥 서쪽에는 비를 쏟아내고 동쪽에는 건조한 날씨를 가져온 것이 강릉 가뭄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며 “강릉은 대부분의 식수를 오봉저수지에 의존하고 있고 주변에 끌어올 물길도 마땅치 않아 문제가 심각해졌다”고 말했다. 태백산맥에서 흐르는 물들은 대부분 서쪽으로 내려가기 때문에 강수량에 의존하는 영동지역은 강수량이 적어지면 바로 가뭄 직격탄을 맞는다. 저수지에 물이 부족할 때 추가로 열 댐도 없어 물 공급이 제한적이다.
지난 25일부터 중부지방을 지나간 비구름마저 영동지역을 비껴가면서 강릉 가뭄은 심화될 전망이다. 전날부터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많게는 120㎜까지 많은 비가 내렸지만 강릉에는 고작 0.8㎜ 빗방울이 떨어졌다. 오봉저수지 저수율에는 변동이 없었다.
26일 강원 영동지역에 5㎜ 안팎 소나기가 내린 것을 제외하면 당분간 뚜렷한 비 예보는 없는 상황이다. 기상청은 ‘기상가뭄 1개월 전망’에서 강릉, 동해, 삼척, 양양 등 강원 영동지역을 중심으로 약한 수준의 기상가뭄이 나타날 것으로 지난 21일 예보했다.
최근 법제화가 완료된 미국 대규모 감세법,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OBBBA)이 한국 배터리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기차 외 에너지저장장치(ESS)나 드론·휴머노이드 로봇 등 새로운 분야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산업연구원은 31일 발간한 ‘한국 배터리 산업의 위기 진단과 극복 전략: 미국 감세법 영향과 대응방안을 중심으로’ 보고서에서 미국 내 전기차 구매세액공제가 폐지되면 배터리 판매량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차 구매세액공제는 소비자가 전기차를 구매할 때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 상당의 세액공제를 주는 것으로 사실상 보조금 성격을 지닌다. OBBBA 시행으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전기차 구매세액공제가 오는 10월부터 폐지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전기차 시장 상위 5개국 중 보조금을 폐지했거나 축소한 독일, 프랑스, 스웨덴의 지난해 전기차 판매는 2023년보다 각각 27.4%, 2.6%, 15.9% 감소했다.
한국은 EU 시장 점유율에서도 중국에 뒤처지고 있다. EU 시장에서 한국 배터리 업계의 합산 점유율은 2022년 63.5%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48.8%에 머물렀다. 반면 중국 배터리 업계의 EU 시장점유율은 2022년만 해도 34.0%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47.8%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다만 미국에서 전기차 구매세액공제가 폐지되더라도 유럽처럼 중국에 점유율을 뺏기는 현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OBBBA로 새로 도입된 ‘첨단제조 생산세액공제(AMPC)’ 요건상 중국 배터리 기업은 AMPC를 받기가 어렵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보다 중국에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AMPC는 미국에서 배터리를 생산·판매한 기업에 kWh(킬로와트시)당 최대 45달러 규모의 세액공제를 부여하는 제도다.
보고서는 우선 OBBBA 제정으로 태양광과 풍력은 청정전력 생산시설 투자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ESS는 계속해서 지원하는 것으로 결정되면서 미국 시장 ESS 수요는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미국은 중국산 드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의 드론 산업 육성을 위해 우방국인 한국과 배터리 공급망 협력을 강화해 나갈 가능성이 크고, 미·중 간 휴머노이드 기술 개발 경쟁도 격화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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