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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검사출신변호사 ‘담배 소송’ 2심도 회사가 이겼다…건보공단 “흡연 피해 , 회사 배상” 주장 인정 못받아

작성일 26-01-18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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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검사출신변호사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 때문에 폐암 등 국민 건강에 심각한 피해가 생겼다”며 국내외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낸 소송의 2심에서도 패소했다. 재판부는 “담배에 설계나 표시상 결함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담배회사들이 담배의 유해성과 중독성을 기망·은폐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민사6-1부(재판장 박해빈)는 15일 공단이 담배회사 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보험급여 지출은 보험법에 따른 의무 이행이고, 피고의 위법행위가 아닌 보험계약에 따른 지급”이라며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 소송은 건보공단이 “흡연 피해 때문에 부담한 진료비를 담배회사가 물어내야 한다”며 2014년 4월 제기한 뒤 13년째 이어지고 있다. 공단은 폐암 중 편평세포암·소세포암·후두암 중 편평세포암을 진단받은 환자 중 담배를 20갑년(1갑년은 1년간 하루 1갑씩 흡연했을 때를 기준으로 한 담배 소비량) 이상 또는 30년 이상 피운 3465명에 대해 지급한 2003~2012년간의 건강보험 급여 약 533억원을 담배회사들이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단은 환자들의 권리를 대신 행사해 이들의 손해배상도 청구했다.
2020년 1심 판단 이후 5년여 만에 나온 2심에서도 법원은 담배회사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흡연과 폐암 발병의 인과관계에 대해 따로 판단하는 대신 대법원 판례를 들었다. 과거 흡연자들이 직접 KT&G와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제기한 사건에서 2014년 대법원은 “개인이 흡연했다는 사실과 폐암 발생 사실이 증명됐다고 해서 그 자체로 둘의 인과관계가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흡연자에 따라 흡연 기간과 폐암 발생 시기, 건강 상태, 가족력 등을 추가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이날 재판부도 “흡연과 폐암 발생의 역학적 연구결과는 통계적 차원에서 집단 내 질병 발생의 분포와 결정요인을 파악할 수 있을 뿐”이라며 “이 연구결과가 실제 개인의 질병에 대한 개별적 원인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주진 않는다”고 했다.
공단은 담배회사들이 니코틴 함량을 줄인 담배를 제조해 의존성을 낮춰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어 환자들이 흡연을 시작한 1960~1970년대에 담배 위험성에 대한 충분한 경고가 없어 기망 행위를 했다고도 했으나 이 역시 기각됐다. 재판부는 “흡연자에 따라 니코틴 흡입량이 달라질 수 있어 의존성이 생기지 않는 기준을 설정하기는 어렵다”고 했고, “과거 신문기사와 논문 등을 살펴본 결과 오래전부터 담배 유해성과 중독성을 경고해 온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재판부는 원고 패소 주문을 읽기 직전 “원고는 흡연자 3465명을 대상으로 요양급여 비용 명세서와 문진표 등을 일일이 확인하고, 이들의 진단 내역을 개별적으로 조사했다. 항소심에서는 고도 흡연자 심층 사례를 제시하고,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 사무국의 서한까지 제출하기도 했다”며 “소송 당사자를 비롯한 관계자들의 노고와 열정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이어 “이 사건 대상자들이 흡연하던 1960년대부터 보험 급여를 마칠 때까지 사실관계를 토대로 판단이 이뤄졌는데, 그로부터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며 판단 이유를 설명하고, “우리 사회에서 흡연에 대한 인식과 대처는 시대 상황에 따라 변화하고 있고, 이에 따른 정책과 기준이 향후 투입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선고 이후 정기석 공단 이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법원 판단을 존중하지만, 과학과 법의 괴리가 이렇게 클 줄 몰랐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지금은 누구나 담배를 피우면 폐암에 걸린다는 사실을 안다. 이 유해성에 대해 유보적으로 판단하는 건 정말 비통하다”며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지 않으면 헌법상 기본권과 건강추구권이 무너지게 된다”고 했다.
‘미래를 사는 남자’ 일론 머스크가 최근 대담에 나와서 그랬다. ‘보편 기본소득(UBI)’을 넘어 ‘보편 고소득(UHI)’ 사회가 올 거라고. 그날이 오면, 저축도 필요 없고, 노동은 하고 싶은 사람만 하게 될 거라 했다. “마치 슈퍼에 가면 채소가 있는데, 키우는 게 좋아서 텃밭을 가꾸는 것처럼” 말이다. 이를 가능케 하는 건 인공지능(AI)·휴머노이드란다.
다가올 세상에선 휴머노이드가 같이 농구를 하고, 기타 합주를 하고, 쓰러지면 심폐소생술(CPR)까지도 해줄 것 같다. 나아가 소설가 토머스 모어가 <유토피아>(1515)에서 꺼낸 기본소득보다 높은 비현실적 이상사회, ‘노동으로부터 해방된 세상’이 AI 덕에 열릴까. 솔직히 당장은 걱정이 더 앞선다.
일단 회계사 같은 전문직은 물론 단순 노무직까지 AI에 밀려 뿌리째 흔들릴 지경이다. “4년이면 거의 모든 인간보다 낫고, 5년이면 비교 자체가 안 된다.” 머스크는 AI 의술을 치켜세우며 의대는 가지 말라고 조언했다. 현대차 공장의 조립노동자라면 ‘21세기판 러다이트 운동’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를 비롯해 올해 라스베이거스발 CES 소식을 보노라면 로봇 세상이 곧 펼쳐질 듯한 기세다.
휴머노이드와 인류는 어떻게 공존해야 할 것인가가 숙제로 닥쳤다. 영화 <엑스 마키나>(2015)나 드라마 <리얼 휴먼>(2012) 속 휴머노이드들에서 그렸듯, 점점 인간과의 경계가 모호해질 테다.
이들이 던진 궁극의 질문은 ‘대체 어떤 모습까지가 실존적 존재일까’라는 데로 가닿는다. 우리의 생각이나 감정조차도 정말 ‘진짜’인가. 이미 네이버 지식인의 정보가 내 지식이 아니듯, 챗GPT 시대는 기존 경계들을 허문다. 나아가 ‘내가 AI인가, AI가 나인가’ 헷갈릴 물아일체의 지경이 펼쳐질 수도 있다.
어느새 AI가 인간을 넘어서는 ‘특이점(singularity)’ 안에 들어와버렸다는 평가까지 벌써 나온다. AGI(인공일반지능)가 조만간 실현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당장 현실적인 얘기부터 하자면, 아틀라스는 국내 산업계에 고민을 던져준다. 마치 2009년 즈음 ‘스마트폰 혁명’의 구조와도 닮았다. 삼성, LG는 스마트기기의 핵심인 운영체제(OS)는 구글에 의지하는 상태였다. 그 대신 액정화면, 카메라, 반도체 같은 하드웨어를 최적화하는 데 주력했다. 아틀라스에도 엔비디아 AI 칩과 구글 제미나이 소프트웨어가 핵심인 두뇌 역할을 맡는다.
이는 근본 질문을 한국 산업계나 정부에 던진다. ‘주권 AI’에 어떤 방향으로 공을 들여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AI는 미·중 갈등의 최전선, 어쩌면 최후전선이 될 공산이 크다. 이들의 핵심기술 경쟁에 우리가 맞짱을 뜨긴 쉽잖다. 그런 AI를 산업에 잘 접목하는 우리의 기술력이 더 돋보일 수 있다. ‘깐부치킨 회동’ 즈음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한국은 ‘피지컬 AI’를 실현할 모든 것을 갖춘 곳이라 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AI 3대 강국’ 목표는 다소 애매하다. 오히려 ‘AI 활용 최강국’이 더 정확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게 요즘 강조되는 ‘추론 AI’다. 추론 작업이란 다양한 경험이 쌓여서 완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성냥개비부터 반도체, 자동차, 선박까지 만드는 보기 드문 한국 산업의 폭넓음과 깊이는 큰 기회요소다. AI의 가공할 위력은 ‘추론에 추론’을 거듭하며 ‘최적의 최적’을 몇곱절씩 반복 학습해내는 점이다. 과연 인간이 제어해낼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인류는 제임스 캐머런의 영화처럼 ‘T-1000’을 겨우겨우 따돌리기에 급급한 터미네이터라도 고안해야 할 수도 있다. AI 연구로 2024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제프리 힌턴 미 토론토대 명예교수는 아예 AI 통제는 어렵다고 본다. 대신 “모성본능을 AI에 심는 것이 유일한 현실적 대안”이라 할 정도다.
인간을 위한 AI,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로봇이 되도록 하는 게 인류의 목표가 돼야 옳다. ‘법 없이도 산다는, 셀프 도덕률의 무법자’ 도널드 트럼프 같은 이들 때문이라도 AI에 참도덕은 꼭 심어주길 바란다. 저런 자들 손아귀에 T-1000 같은 게 쥐어질 경우 세계는 무시무시한 혼돈으로 얼룩질 수도 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휴머노이드와 대비되는 ‘인간다움’에 대한 답을 찾아야 AI에 맞설 수 있지 않을까. AI에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는 교육 또한 중요하겠다. 언젠가 AI가 우리한테 이렇게 물을 수도 있어서다.
“생각이란 걸 하실 건가요? 그냥, 내가 다 알아서 할게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승패가 명확히 갈리는 스포츠에는 열광한다. 기록과 점수로 증명되는 세계는 깔끔하고 공정하니까. 참가자들이 각자의 노래를 부르며 축제처럼 즐기는 가요제도 괜찮다. 하지만 음악이나 요리처럼 주관적인 영역에서 ‘과제’를 내주고, 우열을 가려 누군가를 탈락시키는 과정은 어딘가 불편하다.
기존의 음악 경연 예능들도 별 감흥이 없었다. <나는 가수다> <불후의 명곡>처럼 이미 잘 알려진 이들이 나와 펼치는 가창력 대결은 화려한 쇼의 한 장면일 뿐이다. 누군가의 노래를 재해석하는 것이라면 잘 만들어진 리메이크 음원을 듣는 것으로 충분하다. 굳이 그들을 무대에 세워 점수를 매기는 광경을 지켜볼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런데 지난 1월6일 막을 내린 <싱어게인 4>에는 빠져들었다. 이곳의 무대 위에 선 이들은 이름 대신 번호로 불린다. 단지 호명을 위한 기호가 아니다. 그들은 ‘무명’이라는 익명성에 갇혀 있던 가수들이다. 한때는 찬란한 인기를 누리다가 잊힌 이, 음반을 냈으나 아직 세상이 알아보지 못한 이, 수십년간 작은 무대만을 지켜온 이들. 10대부터 50대까지, 그들의 번호 뒤에서는 저마다의 간절하고 뜨거운 삶의 궤적이 있다. 번호로만 불리다가 탈락하는 순간 비로소 호명되는 그들의 진짜 이름을 들으면서, 나는 묘한 전율을 느꼈다. 세상이 제대로 불러주지 않았던 이름을, <싱어게인>은 정중하고 극적인 방식으로 다시 불러준다.
젊은 가수들의 화려한 재능을 보는 일은 경이로웠다. 그들의 미래가 자연스레 궁금해졌다. 그리고 40대와 50대, 중년의 나이가 되어서도 여전히 무명인 이들의 단단한 노래를 듣는 일은 슬픔이었다. 직업란에 가수와 아파트 경비를 함께 적은 가수의 노래는 차분하고 알찼다. 표정은 평온했다. 십수년 넘게 라이브 카페에서 타인의 노래를 부르며 생계를 이어온 가수의 노래는 여전히 힘차고 강렬했다. 그들에게 <싱어게인>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무대라기보다 처절하게 빛나는 생존 신고의 장이었다.
하지만 무대는 언제나 축제여야 한다. 50대의 펑크록 가수 둘이 모인 팀 ‘폭풍 경보’의 공연은 한없이 흥겨웠다. 무거워진 몸이지만 마음은 깃털처럼 가볍게, 생애 첫 무대인 것처럼 순수한 즐거움을 폭발시켰다. 그들에게 탈락이나 패배는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사랑하는 음악을 한껏 즐기며 퍼포먼스를 펼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웃음은 천진했고, 발걸음은 경쾌했다. 경쟁에 매몰되어 예술의 본질인 ‘희열’을 때로 잊어버리는 우리에게 그들의 공연은 신선한 충격이고, 순수한 환희였다.
‘싱 어게인(Sing Again).’ 제목 그대로 ‘다시 부르는 노래’이자 ‘다시 주어지는 기회’에 관한 이야기다. 예술에 순위를 매기는 잔인함을 <싱어게인>은 ‘기억’과 ‘기회’라는 다정함으로 감싸안는다. 그들의 경쟁은 적을 누르고 높은 순위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아니라, 잃어버린 자신의 이름을 되찾고 세상과 다시 연결되기 위한 치열한 몸짓이다. 자신의 스토리와 노래를 들려주고 무대를 내려오면, 그들은 익명의 번호가 아닌 자신의 이름을 되찾는다.
한국에는 유독 ‘원 스트라이크 아웃’의 문화가 만연하다. ‘20대에 꼭 해야 할 일’ ‘30대 성공법’ 등을 훈계하듯 강요하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기업 채용에는 보이지 않는 나이 제한이 있다. 한 번 궤도에서 이탈하거나 실패한 이들에게는 차가운 시선이 박힌다. 잘못을 저질렀거나 실수한 사람들의 재기에도 위로와 응원보다 조롱과 비난이 앞선다.
<싱어게인>의 무대에 선 이들은 실력이 없어서 무명인 것이 아니다. 단지 운이 닿지 않았고, 기회가 오지 않았을 뿐이다. <싱어게인>은 그 사실을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묻는다. 우리가 그동안 ‘공정’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을 조용히 탈락시켜 왔는지를. 우리 사회는 그동안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운’과 ‘기회’가 닿지 않았던 수많은 이들을 너무 쉽게 외면해온 것은 아니었는지.
실패는 끝이 아니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출발점이어야 한다. 실패해도 괜찮은 사회, 나이가 들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세상이어야 한다. ‘싱 어게인’은 노래를 다시 부르는 것을 넘어, 고난과 실패를 당당히 말할 수 있게 하는 무대다. 이제 우리는 TV 속 무대가 아닌 현실에서도 그들의 ‘이름’을 다시 불러주어야 한다. 누군가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 사회가 건네는 가장 정중한 ‘두 번째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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