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상위노출 [여적]‘다시 청와대’ 시대
작성일 25-12-24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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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또또링2 조회 9회 댓글 0건본문
1987년 만주화 후 청와대는 권력의 빗장을 풀고 공포·폐쇄의 공간을 벗어났다. 그랬던 청와대가 ‘용산 시대’를 선언한 윤석열 정부 때 다시 암흑기를 맞았다. “제왕적 대통령제와 결별하려면 단 하루도 청와대에서 살 수 없다”고 한 윤석열이 2022년 5월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졸속 이전한 것이다. 윤석열 3년의 용산 대통령실은 안보 방어망을 무너뜨렸고, 이태원 참사를 부른 원인이었다. 대통령 집무실이 한 나라의 국정 철학과 존엄을 상징하는 곳이란 걸 망각한 대가는 참혹했다. 12·3 내란은 화룡점정이다. 권력이 반민주주의·반민생의 군홧발을 휘두른 순간, 용산 시대는 스스로 정당성을 잃었다.
지난 7일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용산 시대를 뒤로 하고 대통령이 ‘원래 있었던’ 곳, ‘있어야 할’ 곳인 청와대로 이전한다”며 3년 7개월 만의 청와대 복귀를 알렸다. 오는 25일 성탄절 무렵이면 다시 청와대 시대가 열린다. 이재명 대통령과 대통령실 3실장의 집무실은 여민관에 마련된다고 한다. 여민관은 국민들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하는 곳이라는 의미의 ‘여민고락(與民苦樂)에서 따온 말이다. 대통령이 본관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비서진 업무공간 여민관에 집무실을 차린 건 국민과의 담을 허물고 소통하겠다는 의지로 이해한다.
다시 열린 청와대 시대가 물리적 공간을 이동하는 결과에 그쳐선 안될 것이다. 내란을 종식하고 새로운 사회를 만드는 역사가 ‘청와대 시즌2’의 소명이어야 한다. 내란을 막아낸 우리 국민들이라면, ‘대통령의 이름은 몰라도 새 이름 꽃 이름은 훤히 아는’ 나라와 그런 정치를 하는 대통령이 있는 청와대를 가질 때도 됐다.
더불어민주당이 22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할 예정인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두고 과도한 언론통제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정치인·기업 등이 언론을 상대로 소송을 남발할 가능성이 높고, 언론 보도 뿐 아니라 온라인상의 모든 표현물을 적용 대상으로 삼아 표현의 자유를 광범위하게 침해한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언론통제를 비판해온 민주당 역시 언론통제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진다.
21일 민주당이 추진 중인 정통망법 개정안은 언론사나 유튜버가 고의로 불법정보 또는 허위·조작정보를 유통할 경우 강한 경제적 책임을 묻는 것이 핵심이다. 인종·성별·장애·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폭력이나 차별을 선동하거나 증오심을 심각하게 조장하는 정보는 ‘불법정보’, 일부 또는 전부가 허위이거나 사실로 오인되도록 변형된 정보는 ‘허위조작정보’로 규정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언론사나 유튜버가 이를 고의로 유통해 피해를 입히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고, 악의·반복적 유포로 판단될 경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가 최대 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2021년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다 무산된 언론 대상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법제화에 성공하게 된다. 문재인 정부 당시에는 제외됐던 정치인·대기업 임원 등 권력자도 이번 개정안에선 배상 청구가 가능해져 ‘입틀막’ 소송 우려는 더 커졌다. ‘전략적 봉쇄소송’을 막기 위해 소송 각하를 위한 중간판결을 요청할 수 있는 특칙을 뒀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손지원 커뮤니케이션법연구소 대표(변호사)는 “재판 청구권 제한과 맞닿아 있어 법원이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실제 소송이 각하되는 사례는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정보통신망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도 공언했으나, 법사위 의결 과정에서 ‘사생활에 관한 사실적시’ 처벌은 유지됐다.
민주당은 입법 취지가 언론 통제가 아닌 온라인상의 무분별한 허위·조작정보 근절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사회와 언론계는 광범위한 언론·표현 통제 법안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본다. 참여연대는 “허위조작정보의 정의가 모호한 상황에서 판단을 행정기관과 플랫폼 재량에 맡기면 공익적 비판과 권력 감시 활동까지 위축되는 자기검열을 낳을 수 있다”고 했다.
한국기자협회도 “문제의식 자체는 공감하지만, 규제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교수는 “법의 목적이 언론 통제가 아니더라도 구조상 언론이 예외로 빠져나가기는 어렵다. 언론이 악의가 없었고 공익적 목적의 보도였다는 점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며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고 말했다.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방미심위)가 검열 기구로 작동할 우려도 제기된다. 민주당은 허위조작정보 유통금지 조치에 방미심위가 관여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방미심위가 허위·조작정보를 심의하는 조항은 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민사회는 방미심위의 심의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조치로 보기 어려워, 자의적 해석으로 심의 대상에 올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윤석열 정부에서 방통위와 방심위의 심의·검열 기능이 언론 통제 수단으로 활용된 전례를 고려하면, 최근 법 개정으로 정무직 공무원 지위를 부여받은 방미심위의 판단 또한 정권 성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규제는 이미 충분하다고 본다. 김보라미 변호사(법률사무소 디케)는 “허위조작정보는 대부분 현행 언론중재법과 민·형법, 공정거래법, 소비자보호법 등 개별 법률로 대응할 수 있다”며 “추가 입법은 오히려 전략적 봉쇄소송을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은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참고했다고 설명하지만, 유럽은 국가가 콘텐츠의 위법성을 직접 판단해 삭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플랫폼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구조다. 반면 한국은 행정기관이 콘텐츠를 심의하고 시정요구와 제재까지 행사하는 정반대의 구조로, 과잉 규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참여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국회는 국민의 입과 귀를 막아 무엇을 얻고자 하는 것인지, 이와 같은 입법이 국민주권을 부정하는 것이 아닌지 진지하게 성찰하기 바란다”며 “국회가 기어이 위헌적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이재명 대통령은 반드시 거부권을 행사하여 국민주권정부의 지향점을 명확하게 제시하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하기 전날, 대통령에게 ‘의대 정원 문제도 사과해야 된다, 지금은 총선을 못 이기면 대통령 일을 할 수가 없다’는 내용의 문자를 하나 드렸다. 머리 숙이고 사과하고, 의대 정원 2000명도 수정하자고 했더니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전화기를 들고 있을 수 없을 정도로 화를 내면서 10분 가까이 평생 살면서 들어보지 못했던 욕을 다 들었다.”
원조 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의원 윤한홍이 지난 12월3일 ‘윤석열과의 절연’을 주장한 데 이어 11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한 말이다.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하는 건 비겁하다며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런 미시적 관점보다는 ‘한국 민주주의의 정상화’라고 하는 거시적 관점에서 생각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윤석열이 저지른 계엄을 비판하는 데에 앞장섰거나 가담한 정치인들이 뒤늦게 윤석열 추종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변신한 것보다는 훨씬 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닌가.
윤석열에게 직언을 했다가 그의 ‘격노’와 ‘욕설’ 공격을 받은 사람은 한둘이 아니다. 내쫓긴 사람들도 있다. 그간 이런 사연들이 파편적으로나마 언론에 꽤 소개되었지만, 언론이 그 중요성에 상응하는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진 않다. 왜 12·3 계엄이라는 자폭의 광란극이 저질러졌는가? 이 원인 규명을 가장 먼저 본격적으로 해야 할 주체는 그 광란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국민의힘이건만, 지금 국민의힘 상층부는 ‘윤 어게인’ 세력에 장악돼 있어 그런 일을 할 수가 없게 돼 있다. 그렇다면 언론이라도 적극 나서야 할 게 아닌가. 윤한홍이 겪은 일과 비슷한 사례들을 발굴하고 수집해 백서를 만들어야 한다. ‘제왕적 대통령’을 비롯한 ‘제왕적 우두머리’의 저주를 넘어설 결의를 다지기 위해서다.
12·3 계엄을 저지한 1등공신은 누구인가? 보통사람들이다. 시민은 44년 전의 시민이 아니었고 군인도 44년 전의 군인이 아니었다. 한국 시민을 ‘전 세계 민주주의의 등대’라는 말로 칭송했던 한 미국 정치학자의 말처럼 그들은 44년간 축적된 민주주의 역사와 정서로 불법계엄을 결코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다.
‘복종’보다 더 문제 되는 건 ‘순응’
시민은 진보했지만 계엄 선포에 이르기까지 권력집단 내부에서 벌어진 일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걸 보여주었다. 이재명 정권은 그런 풍토를 바꾸겠다며 ‘응징과 처단’을 들고나왔다. 대통령 이재명은 “내란은 정말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했다. 발본색원은 ‘뿌리를 뽑고 (물의) 근원을 막는다’는 뜻으로, 좋지 않은 일의 근본 원인을 완전히 없애 다시는 그러한 일이 생길 수 없도록 한다는 뜻이다. 이 정권은 그런 발본색원을 위해 이른바 ‘내란 TF’를 출범시키며 부역자 색출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청래는 “윤석열과 부역자들, 그리고 내란정당 국민의힘까지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위협하는 암덩어리는 전부 다 긁어내서 다시는 내란·외환의 죄를 획책할 수 없도록 확실하게 처단해야 한다”고 웅변을 토했다.
비분강개하는 건 좋지만, 발본색원과는 거리가 먼 처방이요 대안이다. 저질러진 일에 대한 책임을 묻는 걸 발본색원이라고 할 수는 없다. 아예 그런 일이 저질러질 수 없게끔 사전에 막아야 한다는 문제의식과 고민이 있어야 한다. 대통령 권력을 포함한 모든 주요 공적 조직을 지배하는 우두머리 권력의 오남용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선 ‘복종’과 ‘순응’의 문제를 파고들어가야 한다.
이 정권에 그런 문제의식이 전혀 없었던 것 같진 않다. 국가공무원법이 규정한 ‘복종의 의무’를 폐지하기로 한 것이 바로 그런 문제의식의 발로였을 것이다. 그런데 믿기지 않는 모순이 저질러졌다. 거의 같은 시기에 이 정권은 대장동 사건의 항소 포기 경위와 법리적 이유를 설명해달라는 검사들의 요구를 ‘집단 항명’으로 규정하면서 좌천·강등이라는 보복 조치를 취했으니 말이다. 내로남불은 민주당 정권의 DNA인가?
‘복종’보다 더 문제가 되는 건 ‘순응’이다. 평생 ‘복종’과 ‘순응’에 대해 연구했던 미국 사회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에 따르면, 형식적인 권위의 명령에 따르는 것이 복종이라면, 이래라저래라 명령하는 사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명령권자가 아닌 동료들의 행동과 언어를 받아들이고 그 행동을 따라 하는 것이 순응이다.
이런 심리적 문제를 ‘응징과 처단’만으로 해결하거나 넘어설 수 있을까? 몸에 밴 습성이나 습속의 문제는 어찌할 것인가? 특히 ‘순응’은 집단정서의 상태로 존재하는 것이기에 대응하기가 훨씬 더 어렵다. 선거 때만 되면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정당 공천에 대해 생각해보자. 어느 정당에서 정당의 우두머리와 그를 따르는 실세들에 의해 특정 계파나 개인을 죽이기 위한 공천 비리가 광범위하게 저질러진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기준으로 공천에서 탈락한 정치인이 해명을 요구해도 비밀이라며 알려주지 않는다. 조폭 집단에서도 잘 일어나지 않는 불공정 비리이건만, 피해자들은 묵묵히 참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피해자들끼리 연대해봐야 탈당과 분당 외엔 다른 수단이 없다. 탈당과 분당을 하면 속된 말로 ‘춥고 배 고픈’ 고통을 감내해야 하지만, 이보다 더 두려운 건 탈당과 분당을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집단정서다. 바로 여기에 기묘한 ‘집단 사기극’이 존재한다.
일반 유권자들은 평소엔 정당의 어두운 면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선거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승리다. 그건 자신의 실질적·심리적 이익과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지상과제다. 정당의 어두운 면은 그런 승리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할 때에 비판하는 것일 뿐이다. 공천 비리가 정당 우두머리의 정치적 승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그걸 눈감아줄 뜻이 충만하다.
‘탈당’과 ‘분당’이 대안 될 수도
시(詩)로 파시즘에 맞서 싸웠던 영국 시인 세실 데이루이스는 “정직한 꿈을 꾸며 살았던 우리가 나쁜 사람들을 더욱 나쁜 사람들과 비교하여 옹호하는 것은 우리 시대의 논리다”라고 했다. 증오가 지배하는 시대 또는 세상에서 정치화된 시민들은 그들이 ‘더욱 나쁜 사람들’이라고 여기는 정당에 대한 증오를 정의와 상식의 기준으로 삼는다. 이게 바로 ‘제왕적 우두머리’를 지켜주는 보호장치다.
정의를 적에 대한 증오와 맞바꾼 사람들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자기 진영 내부의 정의를 실현하는 건 불가능하다. 다수가 지지하는 우두머리는 적과의 싸움을 위해 신성시되어야 하며, 우두머리에게 이의를 제기하는 건 ‘내부총질’로 간주된다. 우두머리 지지자들이 즐겨 쓰는 단어는 ‘배신’과 ‘배신자’다. 이 단어는 생각보다 훨씬 더 강력한 무기다. 대중의 일상적 삶에서 용납하기 어려운 부정적 함의의 때가 잔뜩 묻어 있기 때문이다.
용서할 수 없는 배신자는 존재한다. 특히 고위 공직자가 공사를 구분하지 않은 채 공적 대의를 하찮게 여기고 사적 탐욕이나 광기로 국가와 소속집단에 큰 해악을 끼쳤을 때 그건 용서받을 수 없는 중범죄다. 그런데 ‘배신 타령’에 중독된 사람들은 자신의 우두머리가 저지른 이런 범죄엔 관심이 없다. 증오에 찌든 두뇌는 쫄아들 대로 쫄아들어 거기까진 미처 생각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는 그 우두머리와 가까운 잔존세력이 움켜쥔 기득권이 주는 혜택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집단 사기극’은 여기서도 작동한다. 그런 식으로 제기된 ‘배신 타령’은 언론과 일반 시민이 강하게 비판하거나 적어도 아예 공론장에 오르지 못하게끔 무시해야 한다. 그런데 어찌된 게 정반대다. 피해자에게 ‘배신 타령’이 제기되고 있는 게 약점이라는 주장을 분석이랍시고 내놓곤 하는 게 현실이다. 알게 모르게 부족주의 정서에 감염돼 있기 때문일 게다.
이제 정의롭지 못한 ‘복종’과 ‘순응’을 강요하는 오랜 습속에서 탈출해야 한다. ‘제왕적 우두머리’의 힘이 여전히 막강한 현실에서 ‘탈당’과 ‘분당’도 바람직한 대안으로 승격시켜줄 때가 되었다. ‘제왕적 우두머리’의 독재와 횡포는 ‘탈당·분당’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댄 자신감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제왕적 우두머리’의 저주는 모든 언론과 시민이 기존 집단정서를 바꾸는 데에 협력해 폭압적인 단일대오보다 다양성의 가치를 앞세울 때에 넘어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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