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대형로펌 우상호 정무수석 후임에 ‘비명’ 홍익표 유력…청와대 참모진 개편 임박
작성일 26-01-16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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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또또링2 조회 8회 댓글 0건본문
15일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청와대는 홍 전 원내대표와 고 전 의원이 제출한 인사검증 서류 등을 검토하며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3선 의원 출신인 홍 전 원내대표는 민주당 정책위의장, 수석대변인, 민주연구원장 등 당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이던 2023년 원내대표로 선출돼 지도부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서울 노원갑에서 재선 의원을 지낸 고 전 의원은 송영길 대표 체제에서 수석대변인을 맡았다. 고 전 의원은 2022년 이 대통령이 후보로 출마했던 20대 대선 당시 선대위 수석대변인을 맡았다. 두 사람 모두 당내에서는 비이재명(비명)계로 분류된다.
대전·충남, 광주·전남 행정통합 논의와 맞물려 출마설이 회자되는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과 김용범 정책실장의 경우 교체 여부 전망이 엇갈린다. 김 실장은 잔류에 무게가 실린다. 강 실장은 대전·충남 통합 시장 출마가 유력한 가운데 이 대통령의 의중이 변수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가안보실을 제외한 청와대 수석급 참모 9명 중에는 전성환 경청통합수석과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의 출마설도 거론된다. 충남 아산시장 선거 예비후보 이력이 있는 전 수석은 강 실장이 비운 충남 아산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 가능성이 나온다. 하 수석은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할 경우 공석이 되는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차출설이 여권 일각에서 거론된다.
김남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 출마가 유력하다. 이선호 자치발전비서관은 울산시장, 배진교 국민경청비서관은 인천시장 도전 가능성이 거론된다 공직선거법에 따른 선거 출마자의 공직 사퇴 시한은 선거일 90일 전인 3월5일이다.
청와대 개편 폭이 예상보다 클 것이라는 전망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이재명 정부 집권 2년 차를 맞아 쇄신 차원에서 지난 7개월간 업무성과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교체 대상을 중폭 이상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시인 ‘백무산’의 뉴스 사이트 검색 결과 절반가량은 시 ‘정지의 힘’ 중 ‘씨앗처럼 정지하라, 꽃은 멈춤의 힘으로 피어난다’는 시구가 교보생명 광화문글판에 올랐다는 내용의 기사다. 시에서 뽑아낸 강렬하고 압축적인 이 아포리즘에 대한 대중의 호응은 백무산의 작가정신과 시적 실천을 가리는 듯하다. 대중의 호응은 백무산의 너르고 깊은 작가정신의 단면만 드러내는 듯했다.
“이래저래 얼굴 내고 다니는 일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 “시집 딱 내는 그 순간부터 지워버리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는 시인은 거주지 울산에 가겠다는 기자를 내치지는 않았다. 지난달 20일 울산에서 만난 그는 여전히 노동하고, 공부하며 죽거나 사그라지고, 버려진 ‘소수자들’에 시선을 두며 살아가는 시인이었다. 문학평론가이자 시인인 나희덕은 백무산을 두고 “생명과 죽음, 노동과 계급, 문명과 자본주의, 전쟁과 폭력 등에 대한 지속적 탐구와 시적 실천”을 하는 시인으로 꼽았는데, 백무산은 이번 열한 번째 시집 <누군가 나를 살아주고 있어>(창비)도 이런 탐구와 실천을 이어가는 듯했다. 백무산은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이어지는 자본주의 폐해를 ‘제도권 정치 밖’에서 여전히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에게 왜 늘 “문학의 시선이 소수자를 향해야 한다”고 말하는지부터 물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고 문학은 패자의 목소리’라는 말이 있죠. 문학은 소수자의 억압된 목소리를 대변해야 한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얘기고, 문학이 존재하는 이유가 그런 거죠.”가자지구의 “거대한 잿빛 무덤”과 “끝없는 폐허”에서 소수자 중 소수자인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통을 들여다본 시 하나가 이번 시집에 수록된 ‘사랑은 사랑을 모르지’다.
백무산은 동물과 무생물까지 시선을 확장한다. “불고기 축제장 입구 고기 굽는 냄새/ 진동하는 곳에 살아 있는 소를 매어놓”(‘고기 사이’ 중)은 곳에서 “모든 공감 능력을 식욕”으로 만드는 권력 문제를 환기한다. 인류세도 시어로 곧잘 나온다. “인류세에서 말하는 인간 행위는 인간 고유의 행위가 아니라, 인간이 기계화되어 저지른 일”이라는 뜻으로 ‘기계세’라는 말도 지었다.
문학계 일각에서는 백무산의 생태와 존재에 관한 관심을 두고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변했다”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1980년대 민중시, 노동시를 대표하는 ‘노동자 시인’이었고, 그 상징성은 지금껏 이어진다.
생태에 관심을 둔 건 1970년대 초반 울산 공단 노동자로 들어간 이후 맞닥뜨린 공단 개발에 따른 자연 파괴와 공해 문제 때문이었다. “잘 살자고 시작한 일이 삶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는 모순된 상황은 단순히 산업화의 부작용으로만 보이지 않았던 거죠. 주민들이 (이타이이타이병 등) 여러 공해병에 많이 시달렸어요. 기업과 정부에서 감추기 급급했죠. 내가 처한 노동의 문제와 환경 생태 문제가 본질적으로 같은 문제라고 봤습니다.” 그는 “인간이 자기 생명이 존재하는 방식, 인간 생명이 자신의 가치를 올바로 실현할 수 있는 길 즉 인간의 자기 생명 활동의 회복력은 무엇인가 이런 생각들을 많이 했던 것 같다”고 했다.
백무산은 욕망을 줄이고 윤리적으로 생각한다고 삶이 바뀌지 않는다고 본다. ‘욕망을 줄이자’는 말보다 “욕망 자체에 대한 자기 성찰이나 인간 존재 방식에 대한 사고”를 우선해야 한다고 본다.
노동과 동떨어진 문제가 아니다. “현대는 노동과 자본의 관계가 삶의 뿌리까지 연결된 사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현실에서 올바른 삶을 생각하는 것은 곧 노동의 정의와 연결된다”고 말했다. “자본 아닌 것이 없고 노동 아닌 것이 없는 거죠. 노동문제는 분배 문제로 그치지 않습니다. 부자 되기 위한 노동운동이라면, 소비를 더 많이 하기 위한 노동운동이라면 그건 결국 자본과 협력적인 공범이 되는 거죠.”
백무산은 19살에 현대조선소에 들어갔다. 최근 조선소 노동자들의 산재에 대한 아픔은 남다르다. 첫 번째 시집 <만국의 노동자여>(실천문학사, 1988)를 내기 4년 전인 1984년 무크지 <민중시·1>(청사)에 ‘지옥선’ 연작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는데, 연작 아홉 편 중 여섯 편이 조선소 산재 사망 사건을 다룬 것이다. “떨어져 죽은 인부들의 빛바랜 초상화가 빗속에 흐느꼈다/ 간밤에 나와 함께 짜장면을 나눠 먹었는데”(‘지옥선·5’) 같은 시어로 고발했다.
그가 보기에 울산 공단은 죽음이 쌓여 만들어진 곳이다. “울산 공단이 생기고 2023년까지 산재 사망자는 3000명(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추정)이 넘습니다. 재해를 당해 다친 사람은 20만 명이 가깝습니다. 가장 많은 사고가 조선소에서 일어났죠. 실제 피해자는 그보다 훨씬 많았을 겁니다” 그는 “예전 현장노동자들은 거의가 농사를 짓다 온 사람들이었는데, 일이 주 훈련시켜서 마구잡이로 일을 시키니까 사고가 엄청나게 자주 났다”고 했다.
비통한 죽음들은 이른바 ‘경제화’ 과정에서 현대 창업주 정주영의 구호로 널리 알려진 ‘하면 된다’에 가려졌다. “아주 야만적인 구호입니다. 저들이야 뒤에서 하면 된다고 밀어붙이지만 앞에서는 계속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죽는 거죠.”
백무산도 현대중공업으로 자리를 옮겼을 때 3층에서 떨어지는 등 현장에서 여러 번 다쳤다. 가장 친한 친구도 이 공단에서 죽었다고 한다. 그는 “언론의 입을 막고 행정에서 묵인하도록 한 것은 국가였다”고 했다.
지금도 이어지는 여러 현장의 산재 원인을 두고 기업의 비용 줄이기와 노동자들의 피로도를 꼽았다. “비용을 줄이니까 과중한 피로가 쌓이는 거죠. 결국은 ‘자본의 살인’인 거죠.”
여러 노동 문제의 급진적 대안을 마련해야 할 노동운동과 정치운동, 시민운동은 ‘제도권 안’으로 들어가거나 특히 제도권 정치에 머물거나 관심을 크게 쏟는 점도 지적한다. 비주류이자 반골로 살아온 백무산은 이렇게 말했다. “어떤 정치인이나 정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사회 변화에 기여한다는 생각은 작가정신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문학 정신은 제도권 정당, 정치 밖에 있어야 합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양당체제도 비판했다. “양당체제가 시민의 비판정신까지 제한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양비론을 펼치면 둘 가운데 더 나쁜 놈이 이익을 본다고 비난하죠. 덜 나쁜 자를 지지하라는 강요나 마찬가지지요. 이건 양당제 사고습관일 뿐입니다. 다른 세력, 다른 전망을 계속 억압하는 거죠. 후보 단일화와 비판적 지지로 소수 정당은 계속 소외되고 배제되니까요. 1987년 민주화 이후 38년 동안 모든 선거가 똑같은 방식으로 치러졌어요.”
백무산은 “좀 ‘더 먼 시선’으로 사회와 삶의 근본적인 문제를 중심에 두고, 좀 더 낮은 곳에 관심을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마을과 지역 역사, 개인 삶과 노동 속에서 생태 문제를 다루는 다양한 활동을 예로 들었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가 쓴 시 ‘한국방문을 마치고’가 떠올랐다. 백무산은 “땅을 지키고 영토를 넓히려는 욕망을 통해 자기실현을 하려는 정주민과 달리 유목민은 생활할 뿐 소유하지 않는다. 유목 정신을 회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쓴 시”라고했다. 마지막 연 구절은 다음과 같다. “그저 떠돌았던 유목민이었을 뿐이다/ 방문을 마치고 나는 또 돌아간다/ 처음 발 딛는 곳으로/ 돌아가는 곳은 언제나 처음 가는 곳이다”.
“깨어나 보니 다른 세계였다.” 2022년 2월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의미를 가장 극적으로 표현한 이 말은 급격하게 변화하는 우리의 정치 현실을 잘 말해준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의 지정학적 질서를 바꿔놓았을 뿐만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에도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비교적 오랫동안 지속된 ‘평화의 시기’에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어떤 갈등도 법과 협약에 따라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우리는 익숙했던 많은 것과 결별하고 있다.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이제 ‘착각’으로 폭로되고, 전쟁은 언제나 정치의 중요한 수단이었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이제 국가 이익을 위해서는 명분보다 실리, 대화보다 갈등, 평화보다 전쟁이 선호되는 새로운 시대로 진입한 것이다. 힘의 정치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힘의 정치는 국내적으로는 신권위주의의 형태로, 그리고 국제적으로는 새로운 제국주의의 방식으로 자행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아직 끝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2026년 1월3일 특수부대를 보내 베네수엘라의 악명 높은 독재자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생포했다. 마두로는 잘 알려진 것처럼 12년 동안 베네수엘라를 공포에 떨게 했다. 그는 저항하는 국민을 고문하거나 살해하고, 경제를 약탈해 국내총생산(GDP)을 69%나 떨어뜨렸다. 마두로가 자국민을 억압하고, 경제를 붕괴시키고, 마약조직과 결탁해 국제적으로 테러리스트를 지원한 위험한 폭군이라는 사실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트럼프의 마두로 생포 작전이 국제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을까? 문제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이 정당성의 물음에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반구에서 미국의 패권은 다시는 의심받지 않을 것”이라는 그의 호언장담처럼 중요한 것은 미국의 국익이고, 이를 위해서는 언제나 힘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21세기는 다시 힘의 시대다. 전쟁, 지정학, 기술 패권 경쟁은 더 이상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상시적 조건이 되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권력 없는 민주주의’는 공허한 말처럼 들린다. 국가를 지킬 힘, 제도를 유지할 힘, 국제 질서 속에서 자율성을 확보할 힘 없이는 민주주의는 외부 압력 앞에서 쉽게 붕괴한다.
국내 정치서도 ‘힘의 정치’ 득세
미국이 이제까지 성공적인 초강대국이었던 이유는 경제력, 군사력, 정치력으로 대변되는 강력한 ‘힘’과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자유민주주의’의 결합 덕택이었다.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개입할 때도 언제나 명분은 자유민주주의의 보존과 확대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신념이 외교에서 명분 있는 강점이 아니라 어리석은 고집이었다고 믿는다. 그의 베네수엘라 공격은 이러한 태도의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우리가 지금 국제 정치에서의 패러다임 전환에 주목하는 것은 국내 정치에서도 똑같은 ‘힘의 정치’가 득세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많은 나라에서 경험하는 신권위주의는 ‘힘’과 ‘민주주의’를 분리한다.
트럼프가 말하는 것처럼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힘, 중국과 러시아와 같은 경쟁국을 억제할 힘, 주위의 국가를 자신의 패권 아래 둘 힘. 이러한 힘을 강조하는 정권은 언제나 국내에서도 경쟁하는 정당을 적으로 규정하고 힘으로 제거하려 한다. 신권위주의 정치인들이 입에 즐겨 올리는 ‘국민’과 ‘국익’은 자신의 정치적 힘을 늘리기 위한 포퓰리즘적 수사에 불과하다. 국민의 반을 제거해야 할 적으로 규정하면서 어떻게 국민 전체를 위할 수 있단 말인가?
정치는 언제나 ‘무엇인가를 실행할 수 있는 능력’으로서 권력을 추구한다.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보장할 수 있는 정책을 펼치려면 물론 힘이 있어야 한다. 정치라는 것이 본래 권력을 잡기 위한 투쟁이지만, 엄밀히 보면 권력을 잡고 나서 그 힘으로 실현하려는 ‘그 무엇’에 대한 경쟁이다. 어떤 정당은 그것이 ‘자유’라고 말하고, 어떤 정당은 그 자리에 ‘평등’을 세운다. 그것이 무엇이든 모든 국민이 동의할 수 있는 가치와 이념, 비전과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힘과 자원을 동원하고 조직화한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 21세기 민주주의는 치명적인 역설에 직면한다. 외부적으로는 강력한 권력이 필요하지만, 내부적으로 그 권력은 민주주의를 파괴할 잠재적 위험이 되기 때문이다. 민주적 가치로부터 분리된 ‘힘의 정치’는 패권 정치나 신권위주의의 형식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한다.
우리는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공격을 보면서 힘의 정치의 위험을 지적하면서도 정작 국내에서 이미 진영 논리로 굳어진 패권 정치는 경시하거나 간과하는 것처럼 보인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어리석은 계엄 선포로 촉발된 내란 정국은 국가의 민주적 통합보다는 오히려 힘의 정치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란 재판이 끝나더라도 내란 세력을 뿌리 뽑겠다는 신권위주의적 힘의 정치는 이 정권이 끝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대결로 지정학적 질서가 요동치고 관세전쟁과 기술 패권 같은 외부의 위협이 더 커지면, 정권은 이러한 위협을 명분으로 권력을 집중하고 내부의 견제와 균형을 무력화하려는 유혹에 빠진다. “지금은 위급한 상황이다.” “국가 안보 앞에서 야당을 배려하는 것은 사치다.” “강한 지도력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 신권위주의는 바로 이러한 논리를 따른다. 국민을 내·외부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정치적 권력은 이러한 힘의 논리에 빠지는 순간 민주적 체제를 붕괴시키는 무기로 변한다. 비상 상황은 실제로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비상사태를 누가, 언제, 어디까지 정의할 권력을 갖는가가 민주주의의 핵심 문제다.
우리 정치계엔 트럼프가 너무 많아
‘힘의 정치’와 관련해 정치철학자 해나 아렌트는 매우 중요한 구분을 제시했다. ‘권력’과 ‘폭력’은 모두 힘의 양태이지만 똑같은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권력이란 사람들 사이의 공동 행위에서 발생하는 힘이며, 국민의 동의와 참여로 유지된다. 미국이 내부의 민주적 합의를 중시하면서 세계 경찰의 역할을 할 때 강력한 제국이었던 것처럼, 민주적 가치와 절차에 기반한 힘만이 진정한 권력이다. 반면, 폭력은 도구적이며 명령과 강제에 의존하고, 역설적으로 권력이 붕괴할 때 등장하는 대체 수단이다. 내부적 합의도 없고 인권과 같은 보편적 가치는 아랑곳하지 않고 힘으로 자신의 의지를 관철하는 것은 사실 권력이 아니라 폭력이다.
신권위주의의 핵심 오류는 폭력을 권력으로 착각하는 데 있다. 숫자든 무력이든 폭력 수단의 사용을 권력의 증대라고 착각한다. 전 세계 국가들이 자신의 힘을 확인하기 위해 이웃 국가를 침범하는 데 더욱 대담해진다면, 힘 외에는 다른 어떤 방법도 없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폭력은 언제나 일시적이다. 힘이 약한 소규모 국가들은 강국의 압박에 굴복할 수밖에 없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기회만 되면 주권을 되찾을 다양한 저항 수단을 모색할 것이다. 진정한 힘은 다른 나라들이 강국이 대변하는 가치와 제도에 ‘매력’을 느낄 때 비로소 생겨난다. 폭력적인 ‘위력’이 자발적 동의의 ‘매력’과 균형을 이루지 못한다면, 힘만 내세우는 정치적 세력의 전략은 결국 실패하고 결과적으로는 자기 힘을 약화할 것이다.
적과 경쟁자도 포용할 수 있는 정치적 매력은 언제나 ‘힘’ 자체보다는 ‘책임’에 무게를 둔다. 트럼프 대통령의 베네수엘라 공격에서 한 가지 교훈을 얻는다면, 그것은 한국 정치의 엄혹한 현실에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힘의 정치’는 책임보다 힘을 선호함으로써 민주적 가치와 제도를 파괴한다. 나의 행위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가를 고려하는 ‘책임 윤리’와는 달리 신념 윤리는 “나는 옳다.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국가를 위해서, 국민을 위해서, 국가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서 권력을 가져야 한다는 신권위주의의 언어는 감동적이지만 위험하다. 이 언어에는 권력의 결과에 대한 책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게 있어요. 나의 도덕성, 나의 마음. 그것만이 나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것이죠.” 트럼프의 이 말처럼 민주적 가치와 도덕성을 파괴하는 게 있을까? 우리 정치계에도 너무 많은 트럼프들이 있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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